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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실험

서원365 2008. 7. 2. 13:12
   어떤 사람이 한 달 동안 아주 특별한 실험을 했습니다.

   어떤 마을의 일정한 구역에 있는 각 집에 매일 만원 씩 아무런 조건 없이 나누어준 다음 그 결과를 관찰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첫째 날, 집집마다 들러서 현관에 만원을 놓고 나오는 그를 보고

   사람들은 제정신으로 하는 행동인지 의아해 하면서도 멈칫멈칫 나와서 그 돈     을 집어갔습니다.


   둘째 날도 거의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셋째 날, 넷째 날이 되자 그 동네는 만원 씩을 선물로 주고 가는 사람의 이야기로 떠들썩했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고마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두 번째 주쯤 되었을 때, 동네 사람들은 현관 입구에까지 나와 돈을 나눠주는 사람이 오는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언제쯤 올 것인가 기다리게 되었고, 그 소문은 이웃마을에까지 퍼졌습니다. 세 번째 주쯤 되자, 이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그 이상한 사람이 와서 돈을 주는 것을 신기하거나 고맙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넷째 주가 되었을 때쯤은 매일 만원 씩 돈을 받는 것이 마치 세 끼 밥 먹고 세수하고 출근하는 것 같은 일상사가 되어버렸습니다.

 

                              


   드디어 실험기간이 끝나는 한 달의 맨 마지막 날, 그 실험을 계획했던 사람은 평소와는 달리 그 마을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주지 않고 그냥 그 골목을 지나갔습니다.


   그러자 이상한 반응들이 터져 나왔습니다. 여기저기서 투덜거리나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문을 거칠게 열고 현관까지 나와서 성난 목소리로, "우리 돈은 어디 있습니까? 당신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지 모르지만, 왜 오늘은 내 돈 만 원을 안 주는 겁니까?" 라고 따져 묻기까지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매일 만원을 받는 일은 어느새 당연한 권리가 되어버렸던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요? 모든 것이 늘 그렇게 곁이 있으리라는 착각, 당연히 내가 가져야 할 권리라는 착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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