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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행(行, 산스크리트어 samskara)>

서원365 2016. 8. 23. 05:40

 

                            <행(行, 산스크리트어 samskara)>

                    

               

   불교에서 ‘행(行)’은 산스크리트어 samskara, 팔리어 samkhara(상카라)인데, 상카라(samkhara)는 sam(함께)+√kr(하다)에서 파생된 명사로서, sam은 함께라는 뜻이고, khara는 만든다는 뜻으로서, ‘많은 것들이 함께 모여서 형성됨’이 상카라의 원래 의미이다. 여기서 행한다는 의미를 지닌 어근 √kr의 의미를 살려서 중국에서 행(行)으로 번역했다. 그런데 ‘상카라’를 우리말로 번역하기가 어렵고, 그렇다고 ‘行(행)’이라는 한자 하나만 가지고 상카라의 의미를 파악한다는 것도 무리이다.

   그래서 ‘행(行)’의 의미를 경전에 나타나는 문맥을 통해서 파악할 수밖에 없는데, 초기불교에서 상카라는 문맥에 따라 의도적 행위나 작용, 형성된 것, 유위법(有爲法), 업 형성력, 마음의 작용 등 여러 의미를 달리하는 해석을 했다. 이런 여러 가지 뜻을 가지고 있으나 대체로 다음 네 가지 문맥을 통해 그 의미를 정리할 수가 있다.

     • 제행무상(諸行無常) 혹은 제행개고(諸行皆苦) - 이 문맥에서 ‘제행(諸行)’으로 나타나는데 항상 복수로 쓰인다. 이 경우 제행은 ‘형성된 것들’에 가까운 의미로서, 물질적 현상과 정신적 현상을 모두 포함하는 일체유위법(一切有爲法)이라는 뜻으로서, 중생세계의 모든 것이라는 가장 넓은 의미로 사용된다.

     • 행고성(行苦性) - 고고성(苦苦性), 괴고성(壞苦性)과 더불어 삼고(三苦)의 하나로서, 행고성(行苦性)은 본질적으로 오온(五蘊)으로 형성돼 있는 것을 ‘나’, ‘나의 것’으로 집착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괴로움을 의미한다. 인간이 자신에 대해 ‘나’라고 할 수 있는 실체가 있다고 착각하고 집착함에 따라 나타나는 고통인데, 오취온고(五取蘊苦) 또는 오음성고(五陰盛苦)에 해당한다. 이 문맥에서 ‘행’은 천류(遷流), 즉 모든 것은 흘러간다. 일체는 옮아간다고 하는 존재의 무상함을 말한다. 부처님이 <유마힐경(維摩詰經)>에 이르시기를 “비구들이여! 너희가 지금 즉시 또한 낳고 또한 늙으며 또한 소멸하니라(比丘 汝今卽時亦生 亦老 亦滅)”라고 한 것은 ‘행’의 이동작용을 일컫고 있다. 이러할 때에 ‘행’의 의미는 12연기에서의 행(行)과 관계가 깊다.

     • 오온(五蘊)의 색, 수, 상, 행, 식 할 때 네 번째인 행온(行蘊)으로 나타나는 행(行-팔리어 쩨따나/cetana) 역시 복수로 쓰인다. 부파불교시대 아비담마에 있어서는 오온 가운데서 색(色, 물질)은 색법이고, 수 상 행(受想行)은 심소법(心所法)들이며, 식(識)은 심법(心法)으로 봤다. 그러므로 오온에서의 행은 부파불교 상좌부에서 주장한 52가지 심소법들 가운데서 수(受-느낌)와 상(想-인식)을 제외한 나머지 50심소법들 모두를 뜻하는데, 감각, 접촉, 의도, 주의집중, 의욕, 유익한(선한) 심리현상들, 해로운(불선) 심리현상들을 모두 포함한다. 그러므로 이 경우의 행은 ‘심리현상들’로 이해해야 한다. 이와 같이 ‘행온’은 의지작용 및 그 밖의 정신작용-심작용(心作用)을 말하는데, 인간이 동물과 달리 윤리생활을 할 수 있고, 업(業)을 짓게 되는 것은 이 행의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넓은 의미로서의 행온(行蘊)은 수(受, 느낌)와 상(想, 인식), 그리고 식(識, 알음알이)을 제외한 다른 모든 정신작용과 심리현상들을 뜻한다. 즉, 행위를 낳는 의지작용을 비롯한 여러 가지 심적 작용 ‧ 심리현상을 말한다. 기억, 추리 등 많은 정신작용이 이 행 속에 다 들어간다. 이처럼 넓은 의미로 사용되므로 우리의 정신적 삶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따라서 행을 다스리지 못하면 불교수행의 바른 길로 가지 못한다. 이럴 때 행(行)을 팔리어 쩨따나(cetana)라고 한다.

   이상과 같이 행(行)은 그 용처에 따라서 의미를 달리 하므로 행을 의도적 행위 즉 업 형성 하나만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제행의 행과 오온의 행온은 제대로 설명이 되지 못한다.

     • 12연기에서의 행(行) - 12연기 두 번째 구성요소, 즉 무명연행(無明緣行)으로 나타난다. 무명(無明)으로 인해서 행(行)이 생긴다는 말인데, 이것을 연기법에서 순관(順觀)이라고 하며, 유전연기(流轉緣起)라고도 한다. 유전이라고 하는 것은 물처럼 흐른다는 말이다. 정신작용이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상태로 ‘의지(意志)’를 뜻한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 그리고 무명으로 인해서 형성되는 것이란 말인데, 그릇된 행동, 그릇된 언어, 그릇된 마음으로 인해서 무엇인가가 이루어지는(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몸(身)과 말(口)과 마음(意)으로 짓는 세 가지 행위인 신행(身行) ․ 구행(口行) ․ 의행(意行)이라고 하는 삼행도 12연기의 ‘행’처럼 업 형성 즉 의도적 행위로 이해한다. 그래서 신행(身行) ․ 구행(口行) ․ 의행(意行)은 각기 신업 ․ 구업 ․ 의업의 삼업(三業)과 일치하고, 이 경우 행은 업(業)이라고 하는 말과 표리의 관계이다. 따라서 ‘행’은 현재 진행형이고, ‘업’은 과거 완결형이다. 이와 같이 행은 업설(業說)하고 바로 연결된다. 무명으로 인해서 행이라는 것이 있게 되는데, 그 행의 완결형이 업이다.

   따라서 ‘행’은 불교윤회설의 핵심이다. 뭣인가 형성되는 것, 우리가 행동하고, 어떤 말을 하고, 어떠한 마음을 썼을 때, 그것들이 마치 어떤 뭔가 하나의 자취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길을 가면 발자국이 남듯이 자취가 남는다. 그게 진행형일 때는 행이라고 하고, 그것이 완결형일 때는 업이라 하며, 그 업이 윤회의 주체가 된다. 그리고 행과 업은 표리관계로서 마치 손등과 손바닥의 관계처럼 분리가 안 된다. 이 경우의 행(行)은 업(業, karma)과 동의어이다.

   위의 설명에서 보듯이 ‘제행(諸行)’은 물질적 현상과 정신적 현상을 모두 포함하는 일체 유위법들을 뜻하는 가장 넓은 의미로 사용된다. 그리고 ‘행온(行蘊)’은 수(느낌)와 상(인식)과 식(알음알이)을 제외한 다른 모든 심리현상들을 뜻하므로 두 번째로 넓은 의미로 사용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12연기의 행과 삼행은 의도적 행위들(업)을 뜻하므로 가장 좁은 의미로 사용된다.

   그렇다면, 초기불교에서 행(行)이 주는 교훈이 뭘까? 초기불교에서 행은 업(業)을 의미했다. 생각으로, 말로, 행동으로 하는 행위가 업이다. 그래서 신업 ․ 구업 ․ 의업이라 한다. 그리고 이 3업에는 선한 마음으로 행하는 선업과 불선한 마음으로 행하는 불선업이 있다.

   그런데 12연기에서는 업이 과거에 행한 업과 지금 이 순간에 행하는 업으로 두개의 행이 들어있다. 무명(無明) 다음에 나오는 행은 지금 이전, 즉 과거에 행한 신 ․ 구 ․ 의 3업이다. 그리고 12연기에서 집착 다음에 유(有)로 표현되는 업의 생성은 지금 이 순간에 행하는 신 ․ 구 ․ 의 3업을 말한다. 즉, 과거에 행한 업을 원인으로 지금 이 순간이 있고, 지금 이 순간 선업이든, 불선업이든, 새로 업을 행하는 것에 따라 미래 삶의 질이 결정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12연기에 나오는 행은 과거에 행한 업을 의미한다. 그래서 현재 자신이 어떤 일을 당하든지 그것은 과거에 행한 업의 결과(인과응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현재 자신에게서 일어나는 일은 그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모두 지혜롭게 수용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현재를 수용한다는 것은 현재 일어나는 것에 대해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않고, 바라거나 없애려고 하지 않고, 즉 집착하거나 회피하려는 반응을 하지 않고 정견(正見)으로 현재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라는 말이다.

   그래서 현재를 수용한다는 것은 이 순간 탐 ․ 진 ․ 치가 없는 관용, 자애, 지혜의 마음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 즉 선업을 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현재를 수용할 때 지금 이 순간에 행하는 업의 생성(有)이 선업이 돼, 좋은 미래 삶을 위한 선업이 형성돼 좋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성불하십시오. 작성자 아미산(이덕호)

※이 글을 작성함에 있어서 많은 분의 글을 읽고 인용했음을 밝혀둡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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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amisan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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