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참 오랜만에 절친을 만났다. 중․고․대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이다.
오랜만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이 친구가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친구는 늦둥이 아들을 두었다. 그런데 그 늦둥이가 말 배울 때가 되니까 집에 있는 책 제목과 출판사를 다 읽었다. 제목에는 한자로 된 것도 있었다. 누가 가르친 것도 아니었으므로 모두들 신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자기 아버지를 보면 얼른 도망치곤 했다. 그러다가 하루는 둘만 정면으로 마주 하게 되었는데, 아이가 도망칠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몹시 당황하였다. 내 친구가 자기 아들에게 물었다.
“아빠가 그렇게 무서워?”
“아니, 무섭지 않고 싫어!”
“왜?”
“나를 담 위에 올려놓고는 달아났잖아?”
“???”
물론 그런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소름이 끼쳤다.
내 친구는 남자가 3형제였었다. 내 친구는 그 중 장남이었다. 둘째는 중학교만 마치고 진학을 하지 않았는데, 독학으로 행시와 사시를 통과했다. 그렇지만 연수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형으로서 그냥 둘 수가 없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는 나쁜 놈이야. 네가 응시하지 않았으면 다른 사람이 합격했을 텐데, 너 때문에 한 사람이 불합격했잖아?”
그러자 동생이 이렇게 말했다.
“뭐, 옛날에도 과거에 합격하고 벼슬에 나가지 않는 사람도 많았잖아.”
이 동생은 20대에 요절을 하였다.
그런데 이 둘째 동생이 어릴 때 형인 내 친구를 늘 졸졸 따라다녔으므로 하루는 너무나 귀찮아서, 동생을 담 위에 올려놓고 도망쳐버렸다.
여기까지 듣고 있다가 내가 친구에게 물었다.
“혹시 빙의가 아닐까?”
“아니야, 빙의라면 빙의된 혼이 가지고 있던 지식은 그 혼이 나가는 즉시 사라져버려. 그런데 내 아들은 그 당시에 가지고 있던 지식을 유지하면서 점점 더 지식이 늘고 있다네. 지금 6학년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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