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동사니 ■/좋은 글

3명의 여고 동창생

서원365 2007. 1. 23. 19:16
 1990년대 이야기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 아주 친했던 3명의 여고 동창생이 있었다. 그들은 재학시절 실에 꿴 것처럼 늘 붙어다녔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서로 만날 기회가 없이 지냈다. 나중에는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고 지내다가 우연히 서로 연락이 되어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도 이미 15~6년이 지난 뒤였다.

먼저 나온  두 명은 남편이 사업가였다. 그래서 대단히 부자였다. 그러다보니 옷이나 악세사리 등이 매우 화려했다. 둘이는 만나자 집안 이야기를 늘어놓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좀 뻐기는 듯하더니, 차츰 불평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남편에 대한 불평, 아이들에 대한 불평, 심지어는 가정부에 대한 불평까지.

그러는 중에 다른 동창생이 왔다. 새로 온 동창생을 보자, 먼저 온 동창생들이 갑자기 비명에 가까운 말을 하는 것이었다.

“아니, 네가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 나타났니? 네가 학교 다닐 때에는 공부도 제일 잘 하고 얼굴도 이쁘고 해서 다른 학생들이 참 부러워했는데 말이야.”

그러자 나중에 온 동창생이 그 안부 인사를 한 뒤 이렇게 말했다.

“내가 초라하게 보이나 봐. 그렇지만 내가 사는 것이 그렇게 초라하거나 불행하지는 않아. 나는 대학 다닐 때의 동급생하고 결혼을 했어. 그냥 봉급 생활을 하지만 성실하고 착하단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불쌍한 사람들을 도울 줄 알고, 나는 그런 남편이 자랑스러워. 나는 남편 수입만으로는 좀 어려워 작은 부업을 하고 있는데 좀 힘들기는 하지만 가족을 위한다는 생각을 하면 역시 즐겁단다. 아이들 돌보는 것도 즐겁고, 아이들 도시락을 싸주는 것도 즐겁고. 짬을 내서 잠시나마 책을 읽는 것도 즐겁지. 가만히 생각해보면 하루 중 즐거운 때가 그래도 훨씬 많아.

너희 옷차림을 보니 나보다 훨씬 잘 사는 것 같은데 너희들은 하루 종일 웃음 꽃이 피겠구나.“

 

행복 지수를 조사해보면 우리 나라가 아주 낮게 나온다. 교육 수준도 높고 또 경제적 수준도 그리 낮은 것도 아니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 가장 큰 이유는 자기에게 주어진 조건들을 잘 누릴 줄 모르고 끝없이 남과 비교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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