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이야기 ■/불교이야기

주리반특 존자 - 가장 우둔했던 제자

서원365 2009. 1. 15. 18:27

주리반특(周利槃特) 존자


 부처님의 제자 중에서 “마음으로 만들어진 몸을 창조하는 제자들 가운데 으뜸”이며, “마음의 전개에 능숙한 제자들 가운데 으뜸”으로 알려진 수행자는 쭐라빤타까(Culla Panthaka)이다. 한문 경전에서는 주리반특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주리반특 존자는 부처님 제자들 가운데 머리가 가장 우둔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어려운 것을 가르쳐도 헛일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삼업(三業)에 죄를 짓지 않고, 모든 유정(有情)을 상하게 말고, 정념(正念)으로 공(空)을 보면 무익한 고(苦)를 면하리라.”

라는 말을 가르쳐 주셨다.


 그런데 주리반특 존자는 이 간단한 글귀도 외우지 못했다. 그는 매일 들에 나가 이 글귀를 외우려고 했지만 허사였다. 옆에서 듣고 있던 아이들도 다 외는 것을 그는 외지를 못했다.


 어느 날 그는 기원정사 문 앞에 초라하게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보시고

 “너는 거기서 무엇을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주리반특 존자가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어째서 이토록 어리석은 인간입니까? 저는 도저히 부처님의 제자가 될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이면서 자신이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다. 너는 자신이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너는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


 주리반특은 형 마하빤타까와 함께 외할아버지 집에서 자라났다. 부유한 집의 딸이었던 어머니가 하인과 눈이 맞아 도망 다니면서 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빤타까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형은 큰 길에서 태어나서 마하빤타까가 되었고, 동생은 작은 길에서 태어나서 쭐라빤타까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형인 마하빤타까는 할아버지를 따라 절에 가서 부처님의 설법을 듣는 것을 즐겨하였다. 그래서 성장하면서 부처님의 제자로 출가하여 아라한의 경지에 올랐다. 동생인 주리반특은 형이 출가하는 것을 보고 동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가 결국에는 수행의 길을 걷게 되었다.


 주리반특 존자가 계법(戒法)조차 외우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멸시와 천대를 받은 것은 전생에 지은 악업 때문이었다.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지와까 망고나무 동산에 계실 때 존자의 전생업(前生業)이 무엇인지 말씀하신 바 있다.


  “주리반특은 전생에 과거불인 까사빠 부처님의 승가에 출가한 비구였는데 어떤 둔한 비구를 가리켜 바보라고 자주 놀려대곤 했기 때문에 그 과보로 현생에 둔한 사람으로 태어났다”

고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남의 약점이나 장애를 놀리고 업신여기고 멸시하는 행위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가르침이다. 주리반특 존자 역시 그 인과법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악행으로 말미암아 윤회를 거듭한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주리반특 존자에게 깨끗한 천을 하나 주시면서 마루를 열심히 닦도록 시키셨다. 또한 수건을 밀고 당길 때마다 ‘라조 하라낭(rajo-haran.a, 먼지 닦기)’이라고 외도록 가르쳐 주셨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은 주리반특 존자는 용기백배하여 열심히 걸레질을 하다가 때가 묻은 걸레가 변화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수건이 더러워지는 변화를 보면서 ‘조건 지어진 모든 것은 변한다’는 무상의 진리를 깨쳤다.


 이러한 변화를 아신 부처님께서는 주리반특 존자를 불러 구체적으로 설법을 해 주셨다.


 “비단 수건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도 때가 낀다. 그 때란 무엇인가? 욕망, 갈망, 탐심, 증오, 악심, 진심, 무지, 어두움이 그것이다. 그것들이 가득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성스러운 네 가지 진리를 바로 보지 못하게 되고, 그러한 무지(無智)의 때가 낌으로 해서 사람들의 마음도 때가 낀 걸레처럼 뻣뻣해지며 사악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때를 완전히 제거하면 수행의 목표는 달성되니, 그 때 그는 아라한이 된다.”


 주리반특 존자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나서 용기를 얻어 더욱 현상 관찰에 마음을 집중시켰다. 드디어 존자는 “천이 더러워진 것이 아니라 탐욕이 때이며, 성냄이 때이며, 어리석음이 때”라는 것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존자는 욕계의 때를 벗어버리고, 색계의 사선정을 성취하고 마음의 전개에 능숙한 제일의 부처님 제자가 되었다.



 주리반특 존자는 다소 지능이 떨어지는 저능아로 태어났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복덕을 잘 활용하고 정진하여 아라한의 단계에 오르는 지혜를 깨우칠 수 있었다. 존자의 깨달음이 성취되기까지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큰 의지처가 되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존자 자신의 선근공덕과 노력이다. 부처님께서도 “근면하고 꿋꿋하게 노력하는 사람은 반드시 아라한의 경지를 달성한다”고 강조하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