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동사니 ■/좋은 글

프랑스의 농부

서원365 2006. 5. 12. 13:55
 

1980년대쯤의 이야기다. 프랑스의 한 농부가 우리 나라에 관광을 하러 왔다. 그는 늦게까지 서울 여기 저기를 구경하다가 자정 무렵이 되어서야 묵게 될 호텔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아주 맛있는 냄새가 나고 있었다. 그는 마침 배도 출출하던 참이라 냄새가 나는 쪽으로 갔다. 맛있는 냄새는 골목 어귀에서 나고 있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노인이 밤을 굽고 있었다.

프랑스 농부는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하고 군밤을 1000원어치 사기로 하고 주머니를 뒤져보니 1000원짜리는 없고 만 원짜리뿐이었다. 그는 만 원짜리 지폐를 건네주면서 1000원어치 밤을 달라고 하였다. 노인은 1000원어치 밤을 종이 봉지에 싸서 주고는 거스름돈은 주려고 주머니를 살펴보니 잔돈이 충분치 않았다. 그래서 손짓 발짓 하며 사정을 이야기하고 거스름돈을 구해 오겠다면서 달려갔다.

그런데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노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프랑스 농부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역시 한국은 후진국이라 신용이 없구나. 할 수 없지. 잃어버린 셈치지.’

하고는 호텔로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그때 저쪽 멀리서 노인이 소리를 치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노인은 달려와서는 숨을 헐떡이며, 늦은 밤이라 잔돈을 바꿀 만한 곳이 잘 없어 늦었으니 미안하다며 대단히 미안한 표정을 짓고는 군밤을 다시 더 넣어 주는 것이었다.

프랑스 농부는 한국을 함부로 신용이 없는 나라라고 한 것이 미안했다. 그는 고향에 돌아가서도 이 일을 잊지 못하였고 결국 자기 마을 사람들에게 한국은 아름답고 신의가 있는 나라라고 이야기하였다. 그 뒤 그 마을 사람들은 단체로 한국을 관광하고 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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