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동사니 ■/자투리

앗 나의 실수

서원365 2007. 9. 29. 16:33

사람이 살다보면 자기가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실수를 할 때가 있다.

 

백화점은 서민들과는 동떨어진 공간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반대로 백화점은 진정한 서민들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더울 때는 시원하게 보낼 수 있고, 추울 때는 따뜻하게 보낼 수 있으며, 쾌적한 화장실이 갖추어져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매력적인 것은 식품 코너에 가면 수시로 시식을 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다음 이야기는 위의 이야기와는 사실은 깊은 관계가 없다.

 

하루는 작은 볼일이 있어 시내로 나갔다가 시간이 여유가 있어 대구백화점(대백) 식품 코너에 갔었다. 무엇인가를 사러 갔었는데 지금은 당시 무엇을 사려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기웃기웃 여기 저기를 살피면서 내가 살 물건도 찾고 다른 물건들도 구경하고 있는데 문득 저쪽에 보니 빙어 튀김을 시식하는 코너가 설치되어 있었다. 한 눈에 보아도 정말 먹음직스런 빙어 튀김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면서 시식 코너로 다가갔다. 마침 어떤 청년이 이쑤시개로 빙어를 찍어서 맛있게 시식을 하고 있었다. 나도 즐거운 마음으로 이쑤시개를 하나 들고 그 청년이 들고 있는 스치로폼 그릇에 담긴 빙어를 한 마리 찍어서 입에 넣었다. 알맞게 간이 맞추어져 있고, 바삭바삭한  빙어 튀김이 입 안에서 저절로 녹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앞에 있는 청년의 표정이 좀 이상했다. 왜 먹느냐는 표정 그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자기도 먹고 있으면서 뭐 그리 기분 나쁜 표정을 짓나?'라고 하면서 다시 한 마리를 찍어서 입에 넣는 순간 청년이 한 마디 했다. "저... 이것 사서 먹는 건데요."

 

으악! 너무나 황당하고 미안해서 미안하다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지면서 얼른 자리를 떴다. 어떻게 백화점을 나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대백에서 좀 멀리까지 나와서 생각해보니,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실수르 했다는 것을 알았다. 시식 코너에서 음식을 통째로 주는 법이 어디 있나 말이다. 더구나 그 청년은 접시에 한 그득 담고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사과 한 마디 못한 것은 더 큰 실수였다.

 

몇 년 지나 학교에서 주변 교사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모두들 정신 없이 웃었다. 어떤 교사는 집에 가서 자기네 식구들에게까지 그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식구들이 하는 말, "그 선생님은 실수를 했다고 말씀하셨지만, 그 청년은 정말 이상한 사람 봤다고 두고두고 말했을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맞네. 지금은 아기 아빠가 되어있을 이름 모를 청년, 미안해요. 나중에 만나면 빙어 튀김 한 접시 사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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