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동사니 ■/자투리

작아지는 사람들

서원365 2007. 11. 11. 11:57
 

나는 출퇴근하거나 시내에 볼일을 보러 갈 때 버스를 즐겨 이용한다. 버스를 이용하면 좋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1.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야 하므로 운동이 되어서 좋다.

2. 교통비도 절약할 수 있다. 요즘은 교통 카드가 일반화되어 잔돈을 준비하거나 승차권을 사야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졌고, 환승이 자유로워 이중 삼중으로 돈을 내지 않아서 좋다.

3.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 거리에 차량이 줄어들어 환경 오염 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나 하나 해봤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든 일은 “나 하나만이라도”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4. 주차 문제와 같은 귀찮은 일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5. 버스에 타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면 조용히 사색을 하거나, 약간 오래 타야 할 경우에는 잠을 즐길 수도 있다.

이외에도 좋은 점이 많을 것이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버스를 타다보면 자주 안타까운 모습을 보게 된다. 아마 많은 신세대들은 전혀 안타까운 모습으로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날도 퇴근을 하기 위해 버스를 탔다. 내가 거의 매일 이용하는 527번 버스이다. 퇴근 시간이어서 그런지 버스 안에는 좌석이 없어서 서 있는 사람들이 대여섯 명쯤 되었다. 승객들은 대부분은 대구KM 대학의 학생들이고, 오륙십 대 되어 보이는 여성 승객들도 있었다. 

 내가 버스에 타고난 다음 정거장에서 30세쯤 되어 보이는 새댁 한 사람이 탔다. 앞에는 만 1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 아이를 매달고 있고, 왼손에는 제법 무거워 보이는 짐을 들고 있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힘들고 위태로워 보였다.

 나는 혹시나 누군가 자리를 양보하지나 않을까 기다려 보았지만 아무도 자리를 양보하려는 사람들이 없었다. 대학생들은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음악을 듣는 사람도 있고 했지만 모두 무표정했다. 그렇게 한 정거장을 또 지나갔다. 그때 그 새댁이 서 있는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70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일어서시면서 자리를 양보하려 하였다. 새댁은 송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사양하였다. 할머니는 억지로 양보하려 하고 새댁은 억지로 도로 앉히고 하는 일이 세 차례 반복되었다. 결국 할머니는 자리를 양보하지 못했다. 할머니께서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으시니 칠곡까지 간다고 대답했다. 칠곡이라면 20분 이상을 더 가야 한다.

 할머니와 새댁이 자리 양보를 위해 실갱이를 벌이는 중에도 아무도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가 5분 정도 뒤에 한 승객이 내리고 자리가 하나 생겼다. 나는 잽싸게 다른 사람이 앉지 못하도록 막고는 새댁을 앉혔다. 새댁은 내가 훨씬 더 나이가 많아보이자 앉기를 꺼렸지만 억지로 앉히자 고마워하면서 비로소 자리를 잡았다.


 요즘 우리 나라 사람들을 보면 옛날에 비해서 키도 현저하게 커지고, 몸집도 커졌다. 그런데 마음만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작아진 마음에 과연 행복이 자랄 자리는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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