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절과 교육■/예절과 공중도덕

제례의 개선

서원365 2007. 10. 14. 12:11
 1. 도전 받는 제사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우리의 관습은 참으로 뿌리 깊은 전통이다. 그러나 사회의 모습이 바뀌면서 제례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갈등을 겪고 있다.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제례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다든지 아니면 필요성에 의구심을 가진다는 말이 된다. 제례뿐만 아니라 장묘 문화 역시 변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그러면 조상 숭배와 관련된 관습들이 도전 받는 이유가 무엇인가? 먼저 가장 큰 이유가 되는 중심 산업의 변화이다. 전통 사회는 중심 산업이 농업이었다. 농경 사회는 이동이 적고 가까운 친척들이 모두 한 마을에서 생활하였다. 뿐만 아니라 농업은 다른 사람에게 얽매인 직업이 아니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아침 일찍 일터에 나갈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에 살며 형제라고 하더라도 한 곳에 모여 살지 않는다. 그래서 제삿날에  모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다 밤늦게 제사를 지내면 다음 날 출근하는데 상당한 지장을 준다.

 

 둘째, 가족 제도의 변화이다. 현대 사회는 핵가족이 대부분일 뿐만 아니라 부부 모두 직장에 나가는 경우가 많다. 제사 준비를 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주며, 또한 전통을 중요시하는 노부모들이 함께 생활하지 않기 때문에 전통 의식인 제사의 정신을 제대로 이어가기가 어렵다.

 

 셋째, 종교적인 이유이다. 일부 종교가 제사를 우상 숭배와 관련지어 거부하기 때문에 아예 제사 의식이 단절되어버린 가정이 많다. 그러나 죽은 조상을 추모하는 것은 특정한 의식이 아니더라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행해져 온 자연스런 관습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일반화된 태양력 사용은 음력을 기준으로 정하는 기일을 기억하는데 상당한 부담을 준다. 대부분 가정에서 아직도 조상들의 기일을 음력으로 하고 있고, 추석이나 설날도 국가에서 아예 음력으로 공휴일을 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상 생활에서는 누구나 양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일을 기억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다섯째, 전통적인 제사 시간은 자정부터 새벽 4시 사이에 지내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 시간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어른에게도 상당히 부담이 되거니와, 어린이들에게는 대단히 힘든 시간대이다. 그래서 어른들도 제사 지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어린이들은 맑은 정신으로 제사에 참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여섯째, 제사는 父系(부계) 중심의 가정 행사이므로 여성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고 불만의 소지를 만들어 준다. 명절이 되면 많은 기혼 여성들이 심리적 갈등을 겪고 있으며, 대단한 스트레스를 받는 여성들도 많다.

제사가 도전 받는 여러 가지 이유들은 결국은 다른 말로 하면 제사를 개선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문화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제사도 하나의 문화이며, 따라서 현실 생활과 동떨어진 문화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다.


2. 제사는 왜 지낼까?

제사의 의의는 두 가지 방향에서 찾을 수 있다. 하나는 죽은 이를 위한 행사로서의 제사이고, 다른 하나는 살아 있는 자를 위한 행사로서의 제사이다.

 

 가. 제사는 자기 근원에 대해 감사하는 의식이다. 조상들이 있었기에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으므로 나를 있게 해준 분들에게 감사하는 것이다. 나를 낳고 길러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보답하는 것이 효이므로 제사는 효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제사를 통해 효를 교육하기도 한다. 어른들이 제사를 통해 효를 실천하는 것을 어린 자녀들이 봄으로써 이러한 정신을 계승하게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죽은 조상들의 덕행을 기리고 이를 본받도록 한다면 훌륭한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

 

 다. 제사는 공동 조상을 둔 친척들이 한 자리 모여 서로간의 유대를 확인하고 화목을 다지는 계기가 된다.

 

 라. 제사를 통해 조상 앞에서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고, 자신의 잘못된 생활을 바로 잡고, 좀더 바르고 충실한 삶을 살려는 결심을 하는 계기가 된다. 『左氏傳』에 보면 季梁(계랑)이 나라에서 지내는 제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본래 백성은 神의 주인이요 백성이 있으므로 하여 신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聖王은 먼저 백성의 생활을 윤택하게 한 다음 신에게 제사를 올렸다. 그래서 신에게 제물을 바치며 ‘모두 크고 살이 졌습니다.’고 하는 것은 ‘백성 모두에게 힘이 있습니다.’라는 뜻이다.”

가정의 제사도 그 동안의 자신의 생활을 성찰하는 의의가 있는 것이다.

 제사를 잘 지내면 복을 받는다는 말이 있다. 제사를 통해 조상들에게 복을 빈다면 이는 미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제사의 의의를 잘 살린다면 제사는 당연히 제사를 지내는 사람에게 복을 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제사를 단순히 음식을 많이 차리고 아무 생각 없이 형식적으로 절만 한다면 제사의 의의는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3. 이렇게 하면 어떨까?(이렇게 하면 비판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가. 제사를 지내는 일시를 조정해보자.

  1) 제사 지내는 시간은 저녁 9시 이전으로

 제사를 늦은 밤에 지내기 때문에 직장과 학교에 다녀야 하는 현대인으로서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제사를 자정에서 새벽 4시에 지내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로 설명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주장하고, 또 많은 사람이 믿고 있는 이유는 혼령들이 자정에서 새벽 4시에 사이에 활동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타당하지 않다. 만약 이 말이 맞는다면 명절 제사는 전혀 쓸모없는 제사가 되기 때문이다. 현충원의 참배, 현충일의 의식을 비롯해 낮에 지내는 제사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이렇게 지낼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원래 기일은 고인이 작고한 날이다. 보통 작고한 하루 전날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자시 이후는 다음날이 되므로 하루 전날이 아니라 당일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기일에 제사를 올리려면 평소에 지내는 날짜보다 하루 늦추어야 한다.

 

 저녁 9시 이전에 제사를 지내면 좋은 점

 ① 제사에 참례하는 모든 사람이 맑은 정신으로 지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음 날 활동에도 지장을 주지 않는다.

 ② 저녁 식사를 하지 말고 제사 음식을 저녁 삼아 음복하면 물자 낭비를 막을 수 있고, 건강에도 좋다. 저녁 식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밤늦게 또 야식을 하면 여러모로 좋지 않다.


  2) 토요일 저녁으로 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함

 제사 일을 토요일 저녁 8시에서 9시 사이로 조정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 하다. 왜냐하면 현대는 형제라 해도 사는 곳이 달라서 평일에 제사를 지내면 모두 참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사일에 고유문(고인에게 알려드리는 글)을 다음과 같이 읽고 토요일 저녁으로 옮겨 제사를 지내보자. 그렇게 하면 모든 형제들이 참가할 수 있으므로 제사다운 제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할아버님께 알려드리옵니다. 지금까지는 할아버지 제사를 기일인 음력 ○월 ○일에 지내 드렸사오나, 내년부터는 기일이 든 토요일 저녁으로 옮겨 제사를 지내드리려 하오니 부디 왕림하시옵기를 바라나이다.”

만약 제사에 참례하는 친척들이 가까이 살아서 기일에 해도 좋다면 그것이 물론 더 좋을 것이다.

 

  3) 기일은 양력을 기준으로 정하자.

 옛날에는 기념일을 모두 음력으로 정하였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상당히 많은 것들을 양력으로 하고 있다. 생일이나 결혼 기념일이 그 예이다. 그런데 유독 제사와 관련되는 것은 음력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 중 추석은 달[月]을 기준으로 하는 행사인 만큼 음력으로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다른 것은 불편하게 굳이 음력으로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지내오던 제삿날을 그대로 하더라도, 앞으로 생기는 제삿날을 양력으로 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 딸들도 참례하고, 처가 제사에도 참례한다.

 전통적인 제례는 여자들은 참례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오늘날 양성 평등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다. 딸들도 똑같은 자식이므로 당연히 참례해야 한다. 어떤 가정은 아직까지도 여자들은 음식 준비만 할 뿐 제사에는 참례하지 않는데, 시급히 고쳐야 한다고 본다. 아들 쪽도 부부가 함께 참례하고 딸 쪽도 부부가 함께 참례하는 것이 옳다. 물론 명절 제사에는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지내므로 그것이 불가능하지만 기제사는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다.

 딸들이 제사에 참례해야 한다는 것은 남자 쪽에서 보면 처가 제사에 참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 음식을 많이 차리지 말자.

  1) 음식 양은 음복할 수 있는 정도로

 사람이 먹는 모든 음식은 생명체로 만든다. 물론 물이나 소금과 같은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생명체를 죽여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제사 음식이라고 해도 많이 차려 음식물을 낭비하는 것은 죄를 짓는 일이지 복을 짓는 일이 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많은 음식을 하면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도 힘들고 경비도 상당히 부담을 준다.


  2) 음식은 고인과 그 자손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제사 음식이라고 하면 전통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있다. 그런 음식들이 옛날에는 진귀한 음식들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현대인들의 입맛에 안 맞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되면 제사 음식은 차리기만 하고 먹지도 않고 천대를 받다가 결국 버려지기 일쑤이다. 그러므로 제사 음식을 만들 때는 고인이 선호했던 음식과 자손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차려서 제사 지낸 뒤에는 다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다.

 

 고인이 좋아하셨는지 모르더라도 ‘이런 음식을 드리면 좋아하실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면 제사상에 올리면 된다. 제사는 정성으로 지낸다는 말이 있다. 조상님들이 좋아하실 것이니 제사지내는 사람들도 흐뭇하다고 느끼면 가장 좋은 제사가 된다. 물론 금기 식품도 있다. 고추 가루나 복숭아 등은 금기 식품이라고 한다.


  3) 제사상 차림은 家法대로

 家家禮禮란 말이 있다. 집집마다 예법이 다르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상차림은 가법대로 하면 된다. 어떻게 차려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 없다. 대체로 살아 있는 사람이 식사한다고 보고 식사하기에 편리한 위치에 음식을 진설하면 된다. 밥과 국을 고인이 앉을 위치에서 가장 가까이에 놓고, 찬류는 그 다음, 식사 뒤에 후식으로 먹을 것은 가장 멀리 놓으면 된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대충 대충 놓으라는 말이 아니다. 가정에 손님이 와도 상차림에 신경을 써 기왕이면 보기 좋게, 기왕이면 손님이 편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차린다. 조상님께 음식을 올리는데 아무렇게 진설하는 것은 옳지 않다.

 

 퇴계 선생의 진설 일화가 있다. 퇴계 선생의 가법은 원래 중포 진설(포를 가운데 두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맏며느리가 진설하다가 소매에 포가 걸려 차려 놓은 음식 일부가 넘어지자, 중포를 쓰니 불편하니 좌포로 하라고 하여 고쳤다는 것이다.


라. 제사 의식을 다시 생각해보자.

  1) 제사 의식을 강요하지 말자.

제사 지내는 절차도 집집마다 다르다. 제사 지내는 법은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의 의사에 따르면 된다고 본다. 제사에 참례한 사람이 절차를 놓고 갑론을박할 필요는 없다. 물론 서로 상의해서 의견이 모아지면 합의한 대로 하면 되지만, 그렇게 되지 않으면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의 의견에 따르면 된다.

 

 간혹 종교상의 이유로 같은 방법으로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크리스트교의 개신교 신자들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그런 경우에는 굳이 강요할 필요 없다. 옆에서 조용히 기도를 한다든지 해서 자기 나름대로 예를 표하도록 배려하면 되는 것이다. 조상의 제사에 참가해서 형제간에 제사법 때문에 다툰다면 앞에서 말한 제사의 의의가 많이 사라지는 것이다.


  2) 조상들의 훌륭했던 점을 서로 이야기해보자.

 제사는 조상을 추모하는 의식이다. 음식을 차려놓고 아무 생각 없이 절만 한다면 형식적인 제사가 되기 쉽다. 고인의 생전 모습을 서로 얘기하면서 이어가야 할 정신을 제삿날만이라도 떠올리는 것이 좋다.

이렇게 말하면 우리 조상은 유명하지도 않았고 업적도 없었으며 훌륭하지도 않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모로써 자녀를 사랑하는 정은 어느 누구나 동일하다고 본다.


  3) 각자 자신의 결심을 조상님께 말씀드리자.

제사를 지낼 때, 각자 그 동안 자신이 일년 동안 생활했던 모습을 글로써 간단하게 미리 준비해서 마음 속으로 읽어드리고 앞으로의 결심을 말씀드리자. 아이들에게만 이렇게 하도록 시킬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


  4) 제사 대상을 조부모까지로 줄여야

우리 나라는 전통적으로 4代 奉祀(봉사)를 원칙으로 하였다. 4대라고 하면 살아 있는 사람 중 가장 남자 어른을 기준으로 고조부모까지를 말한다. 이렇게 되면 기제사만도 일년에 8회가 되는 것이다. 이는 여러 가지로 불합리하다. 왜냐하면 4대 봉사를 하면 8촌까지는 제사에 모두 참례해야 한다는 말인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사가 너무 잦아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을 주게 된다. 그러므로 생전에 실제로 모셨던 분을 기준으로 제사를 올리는 것이 좋으며 이렇게 되면 조부모까지 제사를 지내는 것이 보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