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야기 ■/책이야기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

서원365 2007. 12. 22. 05:35

 

엮은이 : 도종환

1954년 9월 27일에 출생하였으며, 충남대학교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1984년에 동인지 '분단시대'에 등단하였다. 한때 전교조 활동을 하다가 투옥된 적이 있다. 2004년까지 덕산중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였다. 2006년 7월 제4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였다.

1997년에는 제7회 민족예술상 수상하였다.

주요 저서 :  접시꽃 당신,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

부드러운 직선


펴낸 곳 : 나무생각

펴낸 때 : 2007년


책의 구성

 

 엮은이 자신의 시를 비롯하여 여러 시인들의 시를 엄선하여 실어놓았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앞 부분은 부모가 자녀기에 주는 시로 구성되어 있고, 중간 부분은 자녀가 부모님께 드리는 시로 구성되어 있으며, 뒷 부분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는 시로 구성되어 있다.

 

 각 편의 시는 시와 삽화와 엮은이의 시 감상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뽑아 놓은 시들이 모두 쉽게 읽을 수 있는 시이며, 동시에 엮은이의 감상이 실려 있어, 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각 편의 시마다 예쁜 그림들이 삽입되어 있어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를 돌아보게 한다

 

 이 시집의 시를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엮은이도 서문에서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아들딸들에게, 젊은 날 사랑의 아픔 때문에 괴로워하는 자녀에게 마땅히 설명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 건네주어도 좋을 시들이라고 하고 있다. 특히 부모로서의 나는 무엇인가? 자녀에게 나는 어떤 부모여야 하는가? 자녀로서 나는 어떤 자녀인가? 부모에게 나는 어떤 자녀인가? 이 시집에 있는 시들을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들이 떠오른다.

 

 부모의 겉모습만 보고 나의 부모는 저런 분이구나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 부모니까 당연히 나에게 저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시와 시들 사이에 숨어 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내 자녀들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했던 나 자신도 시들 속에서 시들을 읽는 동안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부모의 아들로서, 자녀의 부모로서 나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나도 모르게 생각하게 된다.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다이아나 루먼스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집은 나중에 세우리라


아이와 함께 손가락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손가락으로 명령하는 일은 덜 하리라


아이를 바로잡으려고 덜 노력하고

아이와 하나가 되려고 더 많이 노력하리라

시계에서 눈을 떼고 눈으로 아이를 더 많이 바라보리라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더 많이 아는 데 관심 갖지 않고

더 많이 관심 갖는 법을 배우리라


자전거도 더 많이 타고 연도 더 많이 날리리라

들판을 더 많이 뛰어다니고 별들도 더 오래 바라보리라


더 많이 껴안고 더 적게 다투리라

도토리 속에 떨갈나무를 더 자주보리라


덜 단호하고 더 많이 긍정하리라

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사랑의 힘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리라

 

 돌아보면 나는 아이의 미래에만 너무 관심을 가졌고, 아이의 현재 행복에는 많이 소홀했던 것 같다. 남보다 잘 하기를 바랐고 남보다 잘 하면 기뻐했지, 남에게 잘 하는 것에는 그렇게까지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아이를 아이의 미래로만 몰아갔던 것은 아닐까?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고 힘들게 일을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을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굻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더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깍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가 보고 싶다

외할머니가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랬다. 나도 정말 우리 어머니가 배가 부르셔서 정말 생각이 없어서 잡수시지 않는 줄만 알았었다. 어머니도 나와 똑같이 편해지고 싶으시고 잡수시고 싶으시고 어머니의 어머니가 보고 싶으시고 그러신 줄 안 것은 중학교 시절에 들어가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도 자식 귀한 줄은 알지만 부모도 자기를 자식으로 귀하게 여겼다는 것을 망각하고 지내는 사람도 많다.

 

 라디오에서 들은 우스개 같은, 사실은 참으로 반성어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며느리가 자기 아이를 데리고 시댁에 가면 시어머니는 생선 머리만 드시고 몸통은 항상 자기 손자에게 주시곤 하더라는 것이다. “어머니 몸통을 드세요.”하고 말씀드리면 “나는 머리가 맛있다.”고 늘 대답하곤 하시더란다. 그래서 철없는 며느리가 한번은 시댁에 갈 때 생선 머리만 가져갔더란다. 시어머 니는 아무 말도 못하셨고, 한참을 지낸 뒤에 며느리는 혼자서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는 얘기다.

 

 지금도 팔순을 바라보는 우리 어머니는 여전히 배부르시고 생각이 없으신 어머니시다. 그리고 그런 어머니 모습을 나는 내 아내에게서 언뜻 언뜻 발견하는 것이다.


하루 한 두 편씩 읽으면 좋겠다

 

 하루 한 편씩 읽고 시간이 날 때마다 다시 생각해본다면 좋을 것 같다. 나는 불과 이틀 만에 다 읽어버렸지만, 손에 잡히는 집안 아무데나 놓아두고 아무데나 펼쳐서 한 편씩 읽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좋을 것 같다. 앞으로 그래야겠다고 생각하고 우리 집에서 내가 가장 많이 생활하는 소파 위에 그냥 놓아둘 생각이다.

 

 그런다면 아마도 봄에 마른 가지에 물이 오르고 싹이 트듯이 그 동안 메말랐던 내 마음 속에도 따스한 햇살에 눈이 녹은 맑은 물이 흘러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