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야기 ■/책이야기

30년만의 휴식

서원365 2009. 1. 31. 19:18

저자 : 이무석 - 의학박사, 정신과 전문의, 한국 정신분석학회 회장 역임

펴낸 곳 : 비전과리더쉽, 2008년 12월 36쇄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마음이다. 행동하고 활동하는 것은 신체이지만 이 신체를 제어하는 것은 마음이다. 따라서 마음을 어떻게 먹는가 하는 것이 그 사람의 인생을 크게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마음이 정말 ‘마음대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성적 판단 이외의 많은 요소들이 마음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본능이나 감정이 내 마음을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몰아간다. 불교에서는 탐진치(貪瞋癡) 삼독이 그렇게 한다고 한다. 또 어릴 때부터 쌓아온 잠재의식이 내 마음을 지배한다. 스스로 ‘이게 아닌데, 왜 이럴까?’라고 하면서도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마음을 내게 한다. 이를 불교에서는 제7식이라고 하며 말나식이라고 부른다. 그 외에도 부모로부터 받은 성격이나 전생의 업 때문에 다른 사람과 전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이를 불교에서는 제8식이라고 하며 아뢰야식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사람은 마음을 자기 마음대로 내는 것 같지만 실은 온갖 것에 걸려 있다. 이러한 것을 완전히 벗어나면 윤회에서 벗어나 부처를 이룬다.


 이 책의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이다. 그의 직업에 맞게 인간의 정신을 분석하고, 인간의 의식 속에는 어릴 때 형성된 잠재의식이 있어 자기도 모르게 자기를 지배하며, 이 때문에 여러 가지 제약과 어려움을 겪는다고 이야기 한다. 이를 ‘마음 속의 어린 아이’라고 한다. 사람이 어른이 되면 어른스럽게 행동해야 하는데 많은 경우에 전혀 어른스럽지 못하고 어린애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김휴는 중견 기업의 30대 후반의 임원이다.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이를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그가 해고를 통고 받았다. 문제는 김휴는 분명히 뛰어난 능력이 있는 사원이었으나, 휴 때문에 애써 뽑아 놓은 사원들이 회사를 떠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휴는 항상 최고의 실적을 직원들에게 요구했다. 조금이라도 열심히 일하지 않는 직원에게는 윗사람이건 아랫사람이건 불같은 공격을 퍼부었다. 좋아할 리가 없다.

 그런데 휴가 이렇게 된 데는 휴의 무의식 속에 어린 시절의 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휴의 아버지는 자기와 닮은 휴의 형만을 편애했다. 특히 휴를 임신했을 때 그의 아버지는 출산을 한사코 반대했다고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휴는 할머니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한다. 전근이 잦았던 아버지는 휴를 할머니에게 맡겨두고 휴의 형만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휴는 아버지에게 버림 받지 않고 칭찬받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고 한다. 형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기가 원하는 여인과 결혼했지만, 휴는 결혼도 아버지가 원하는 여자를 선택했다.

 이런 휴에게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휴가 어른이 되어서도 남아있었고, 무의식 속에 자기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게 하려고 스스로 채찍질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란 다름 아닌 어린 시절의 아버지였다.  휴는 상담을 받고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사람은 자주 특정한 상황에서 자기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생각과 행동을 한다. 행동을 해놓고는 ‘내가 왜 그랬지?’하고 의아해 하고 후회한다. 이런 내면에는 ‘어린 아이’가 들어 있다고 한다. 즉 어린 시절에 형성된 잠재의식이다. 물론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것은 어린 시절의 잠재의식만은 아니다. 충격적인 사건에 대한 기억이 그렇게 만들 수도 있고, 이도 저도 아닌 도저히 이해 안 되는 어떤 이유로 그렇게 될 수도 있다. 어린 시절에 가족들부터 사랑을 받으며 안정된 환경 속에서 자랐고, 특별한 사건이 없었어도 어떤 상황에서 다른 사람과 전혀 다르면서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불교에서는 이 원인을 전생의 업에서 찾는다. 어쨌거나 자기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특정 심리적인 요소나 행동이 있다면 자기를 조용히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린 시절의 아이에게 부모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를 새삼 느끼게 해준다. 어린 시절의 부모, 특히 어머니는 아이에게는 절대자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는 종교가 필요 없다고 본다. 따라서 아이에게 전부여야 할 부모가 흔들리거나 그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한다면 그 아이의 장래에 엄청난 불행을 줄 것이다. 아이들에게 행하는 부모의 지적 교육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는가 하는 것일 것이다.

 

 나도 그런 면이 많았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요즘 아이의 부모가 된 사람들이 너무나 지적인 측면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또 아이들을 생각하지 않고 함부로 부부 갈들을 보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혼까지 한다. 특히 자녀들이 있을 경우 정말 부끄럽지 않은 행동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예전에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을 대단한 수치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몸의 병을 치료 받는 것이나 정신적 치료를 받는 것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심리적 요소가 있어 그것이 늘 자기를 괴롭힌다면 조용히 자기 내면의 세계를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한다면 사실은 별의미도 없는 것에 얽매여 사는 또 다른 자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라고 여기고 있는 모두가 알고 보면 참나가 아니다. 그러다 보면 매달릴 것도 없고, 괴로울 일도 없다. 그것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화와 자유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혼자 도저히 할 수 없다면 전문가를 찾는 것도 좋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