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야기 ■/책이야기

뜰앞의 잣나무

서원365 2009. 5. 7. 20:01

뜰 앞의 잣나무

글 : 정찬주

사진 : 윤명숙

삽화 : 송영방

미들하우스 발행

2008. 10. 23 발행


 초조 달마대사부터 임제선사까지 그들의 유적을 찾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선사들과 관련된 일화나 선화를 곁들여 보고 들은 것을 적은 일종의 기행문이다. 특히 곳곳에 삽입되어 있는 선화(禪話)들이 흥미를 끈다.

 지은이는 몇몇 스님들과 함께 조사들의 유적지를 찾아 순례를 하면서 조사상 앞에서 다공양(茶供養)을 올린다. 유적지를 본 소감과 현지 스님들과의 대화를 기록한다. 특히 조사들에 관한 일화나 선화를 회상하면서 조사들에 대한 깊은 존경과 그리움을 글 곳곳에서 느끼게 한다. 이와 함께 수행자로서의 소회도 함께 기술하고 있다. 나름대로 조사들의 어록을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끌리지 않았다.

 물론 선문답이야 굳이 해설이 필요 없다. 읽는 이가 깨달아 알아야 할 일이지 누가 해설해서 그 뜻을 알아보았자 아무 소용없는 것이다.

 처음 불교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도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모르는 부분은 그냥 뛰어넘고, 생각거리가 있으면 생각을 하고, 공부거리가 있으면 공부를 하면 된다. 아니면 그냥 재미로만 읽어도 괜찮은 책일 것 같다. 달마, 혜가, 승찬, 도신, 홍인, 혜능, 마조, 운문, 조주, 임제, 모두 10명의 유명한 선사들의 일화도 그 뜻을 알든 모르든 일단 재미있다.

 제목을 다시 생각해보자.

조주선사가 상당하여 말했다.

 “이것은 너무도 분명하여 겁을 벗어난 장부라도 이를 벗어날 수는 없다. 노승이 위산에 갔을 때 한 학인이 위산스님에게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하고 묻자, 위산 스님이 ‘나에게 의자를 가져다 주게.’하였다. 종사라면 모름지기 본분의 일로 납자를 지도해야 한다.”

 그때 한 학인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뜰 앞의 잣나무니라.”

 “스님께선 경계를 가지고 학인을 가르치지 마십시오.”

 “나는 경계를 가지고 학인을 가르치지 않는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뜰 앞의 잣나무니라.”

 잣나무이면 어떻고 측백나무이면 어떤가?

 실려 있는 선화가 또 생각난다.

한 학인이 조주선사에게 물었다.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없다.”

 “위로는 모든 부처님께서 아래로는 개미까지 모두 불성이 있는데, 어째서 개에게는 없습니까?”

 “업식(業識) 성품이 있기 때문이다.”

 업식이란 전생의 업으로 인한 미혹된 생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불성이 없을 리가 없다. 아마도 조주선사는 소에게도 불성이 있느냐고 물었어도 똑같은 대답을 했을 것이다.

 조주선사와 스승 남전선사 사이에 오고 간 말이다.

 “무엇이 도입니까?”

 “평상의 마음이 도이다.”

 “그래도 닦아 나아갈 수 있습니까?”

 “무엇이든 하려들면 그대로 어긋나버린다.”

 “하려고 하지 않으면 어떻게 도를 알겠습니까?”

 “도는 알고 모르는 것에 속하지 않는다. 안다는 것은 헛된 지각이며, 모른다는 것은 아무런 지각도 없는 것(無記)이다. 만약 의심할 것 없는 도를 진정으로 통달한다면 허공같이 툭 트여서 넓은 것이니, 어찌 애써 시비를 따지겠느냐.”

  책 곳곳에 실려 있는 사진들은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중국의 절 건축들은 확실히 우리나라와는 다른 점이 있다. 둘 다 목재와 기와를 주로 사용한 건물이지만 중국의 것은 붉은 색이 많고, 단청이 그다지 정교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 기와 지붕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보기 어렵고, 지붕보다는 지붕 아래 부분이 훨씬 길다는 느낌을 준다. 우리나라 건축만 봐서 그런지는 알 수 없으나 뭔가 조화를 이루지 못한 느낌을 준다. 특히 용문석굴은 참으로 장관이다. 당시 스님들이 용맹정진하는 모습이 생생히 느껴진다.[20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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