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야기 ■/책이야기

가장 좋은 종교

서원365 2008. 7. 17. 17:22
 세계 종교 올림픽

 

지은이

샤피크 케샤브지(Shafique Keshavjee)

1955년 케냐에서 출생한 인도인. 1963년부터 스위스에 거주.사회학과 정치학 및 신학과 졸업. 스위스 불어 사용 지역의 대학 성서그룹 사무총장 역임. 종교학 박사 학위 취득. 스위스 개신교에서 15년간 목사 생활. 현재 스위스 제네바 대학교의 교회 일치 신학 및 종교 신학 담당 교수.


옮긴이

김경곤

1967년 전주 출생. 광주 카톨릭 대학 신학과 2년 수료. 독일 마인츠 대학교에서 문학사와 신학 석사 학위, 본 대학에서 박사 학위. 현재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스 시의 쿠피날 고등학교 종교문화 교사로 재직 중.


펴낸 곳 : 궁리 출판사

2008. 5. 6 인쇄


비교적 살기 좋은 왕국이 있었다. 실업률이 낮고 사회가 안정되어 있으며, 백성들은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여기에 백성들에게 존경받고 감수성이 예민한 왕과, 성급하고 장난기 많으며 잘 먹고 잘 자고 산책하는 것이 인생 철학인 익살꾼 광대와, 사려 깊은 현자가 살았다.

이들 셋은 어느 날 밤 꿈을 꾼다. 임금은 꿈 속에서 ‘달과 같이 네 백성들은 죽어야 한다.’라는 글을 보았고, 현자는 ‘백성들처럼 임금 또한 죽어야 한다.’라고 하는 글을 보았으며, 익살꾼은 ‘임금과 현자처럼 너도 죽어야 한다.’라는 글을 보았다. 모두 꿈 속에서 어떤 손이 나타나 쓴 것이었다.

임금은 고민 끝에 백성들에게 일자리와 여가, 빵과 우유 외에 인생의 의미를 제시해줄 종교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최상의 종교를 찾기 위해 세계 종교 올림픽을 열기고 결정한다.

그리하여 각 종교 단체에 취지를 알리고 대표자를 파견해 줄 것을 요청한다. 이렇게 하여 1년 뒤에 이 왕국에서는 종교 토론회가 열리게 된다.

토론 대표로 참석한 사람은 불교의 라훌라 스님, 크리스트교의 크리스티앙 클레몽 박사, 유대교의 랍비 다비드 할레비, 무신론자인 알랑 타니에 교수, 이슬람교의 셰이흐 알리 벤 아흐메드, 힌두교의 스와미 크리슈나이다.


토론회는 무작위로 순서를 정하고, 순서에 따라 자기 주장을 펼치며, 이에 대한 반론을 한 뒤, 한 가지 우화를 말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이런 토론 형식을 빌어 각 종교가 주장하는 바를 설명해나간다. 따라서 이 책을 읽으면 위에서 언급한 종교들의 개략적인 특징과 주장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그러한 것들은 저자가 이해한 수준과 설명 능력의 범위 안에 있으며, 그 종교 자체를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저자는 가능한 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들 종교들을 비교하려 하고 있지만, 크리스트교가 중심이 된 인상이 짙다. 그가 살고 있는 환경과 그가 가지고 있는 종교를 고려해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더구나 세계 종교를 비교하려고 했지만 겨우 무신론과 위의 다섯 종교에 국한되었고, 선불교나 도교나 유교 같은 수 많은 종교에는 손도 못대고 있다. 설명 역시 교과서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평소에 만나보기 어려운 이슬람교에 상당한 호기심을 가졌었다. 그러나 평소에 내가 듣고 본 정도의 내용 이상을 이 책에서 얻지는 못하였다. 반면에 힌두교에 대한 설명은 상당히 흥미가 있었다. 만물에 내재해 있는 신, 신성을 발현해 가는 과정, 그리고 영혼은 일회적이 아니며 끝없이 윤회한다는 것 등이 힌두교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물론 그러면서도 힌두교를 믿는 인도가 카스트라고 하는 모순적인 제도를 가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면 어떤 종교가 금메달감인가?  그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다른 종교인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다른 종교인들에게 봉사를 가장 많이 한 종교가 가장 좋은 종교이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모든 종교가 근본 이념이 사랑과 자비라고 하지만, 종교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는가? 특히 수호신의 성격을 가진 신을 믿는 종교가 행한 역사를 돌아보면, 차라리 이들 종교가 없었다면 세계는 훨씬 평화로웠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은 그 동안 자기 신앙과 같은 울타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행해졌다. 그 울타리 밖의 사람들은 아예 같은 존엄성을 지닌 사람으로조차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한 일들은 비록 그 강도가 좀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저자는 주장한다. 지금은 가위처럼 분리하고 가르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바늘처럼 꿰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다른 사람의 신앙을 내 신앙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개인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 내 신앙이 소중하듯이 다른 사람의 신앙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2008.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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