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야기 ■/책이야기

아름다운 마무리

서원365 2009. 7. 9. 20:44

지은이 : 법정

발행처 : 문학의숲

1판 92쇄 2009.3.25

 

 법정 스님은 너무나 유명한 분이라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법정 스님의 저서로는 이 책보다 ≪무소유≫가 유명하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무엇인가?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의 과정에서, 길의 도중에서 잃어버린 초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근원적인 물음, ‘나는 누구인가?’하고 묻는 것이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하는 물음에서 그때그때 마무리가 이루어진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무시무종(無始無終)의 생사윤회 속에서 어느 시점을 마무리라 할 것인가? 끝없는 인연 속에서 매 순간순간이 시작이요 끝이다. 그러므로 늘 우리는 마무리를 하고 또 시작을 한다. 그 방법은 본래의 나를 찾아보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바쁘게 허둥지둥 인생길을 뛰어가게 된다.

 

 이 책은 산중에서 홀로 사는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다. 뭇 동식물과 함께 하면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한다. 이러한 그의 생활을 엿보면서 물질의 탐닉에 온 마음을 던져버리는 우리들의 생활을 돌아본다. 물질의 탐닉이 행복의 길로 알고 열심히 뛰어가지만, 오히려 숨차고 목마른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 대다수의 삶이 아닌가?

 

 이 책 중간에는 토마스 반야시아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토마스는 말한다.

 『현대 사회의 모든 문제는 인간이 물질적인 추구에 너무 매달리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생명 가진 존재들과 자신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렇게 깨달으면, 남에 대한 적대 행위나 적개심을 버림은 물론 물건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알뜰히 쓰게 된다. 낭비는 결국 자연을 훼손하게 되고, 생명을 까닭  이 많이 죽이는 행위임을 깨닫게 된다.

 

 산에서 산다고 해서 세속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도시에 살아도 세속을 떠난 삶을 살게 되고, 산에 살아도 세속에 찌든 삶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탐진치를 얼마나 떨쳐버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산에 살아도 누구를 미워하고, 욕심을 내고 어리석다면 그는 여전히 세속에 찌든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출가인이나 불제자는 세속의 일에 무관심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그는 진정한 출가인이 아닐 것이다. 참다운 수행의 목표는 대중 구제에 있다. 세상일에 관심을 가지는 일 없이 대중을 구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법정 스님이 산에 주로 살지만, 그리고 출가 수행자이지만 사회의 일에 관심을 가기고 분명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연히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실상사에서 법문을 마치고 나오는데, 어떤 신도가 좋은 말을 해달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라고 써주었는데, 그 말이 성에 차지 않았는지 다시 좋은 말을 써달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좋은 말’이라고 써주었다는 얘기가 실려 있다. 법정 스님의 말이다.

 『좋은 말씀은 어디에 있는가?

 그대가 서 있는 바로 지금 그곳에서 자기 자신답게 살고 있다면, 그 자리에 좋은 말씀이 살아 숨쉰다. 명심하라.』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아무리 좋은 말을 해주어도 그것은 이미 좋은 말이 아니다. 그리고 말에 머문다면 그 말은 이미 버려야 할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나라면 이렇게 되물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 좋은 말을 말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에 맞는 말을 써주었을 것이다. 한 마디 더 하면서.

 『 이 말에 너무 얽매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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