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이야기 ■/사찰 사진

화순 영구산 운주사

서원365 2009. 7. 30. 14:10

千佛千塔의 雲住寺

 

 

 영남 지방에서 전라도에 있는 관광지를 찾아가려면 상당한 마음을 내야 한다. 88올림픽 고속국도가 있다고 하지만 너무나 도로 여건이 열악해서 쉬 엄두를 내기 어렵다. 나는 얼마 전에 경사와 굴곡이 심하고 폭도 좁아 일반국도보다 여건이 좋지 못한 이 도로를 개선할 때까지 무료화하자는 제안을 청와대에 냈었다. 이번에 운주사로 가다 보니 확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가 끝날 때까지는 무료로 운영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운주사는 고려초 도선국사가 하룻밤에 천불 천탑을 세워 지었다는 전설이 있다. 물론 누군가 만들어낸 전설이다. 운주사 주차장에 내려서 우선 점심부터 해결하였다. 식당 겸 상점으로 음식은 보잘것없었지만,

 

 주인아주머참으로 후덕해보였다. 주차장에서 보니 산이 모두 민둥산이다. 나무는 없고 풀만 무성하다. 산불이 휩쓸고 간 것이 분명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2008년 4월에 산불이 났었다고 한다. 한 순간의 실화가 온 산을 벌거숭이로 만들어버렸다. 

 일주문을 지나니 길 양편 바위 밑에는 불상들이, 그리고 곳곳에 불탑이 자리하고 있다. 골짜기에도 있고 산등성이에도 있고 곳곳에 불탑이다. 함께 간 둘째가 “어, 저기도 있네. 저기도 있다.”하고 여기저기를 가리키며 신기해했다.

 

 그런데 불상과 불탑이 참 재미있게 생겼다. 불상은 공통점이 넓적한 판석에 그림을 그리듯이 새겼는데, 코가 납작하고 머리는 두리뭉실하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어렸을 때 전혀 꾸밈없이 수수하게 살던 이웃 사람들이 모습이다. 그래서 정이 가는 것일까? 전혀 처음 본 느낌이 들지 않았다. 불탑 역시 조형미가 거의 없고 되는 대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제각각이다. 뛰어난 기술을 지닌 중앙의 기술자가 아닌, 평범한 석공들의 작품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 볼 수 있다.

 

 운주사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소개에 보면, 1481년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의 기록에 ‘운주사 재천불산 사지좌우산척 석불석탑 각일천 우유석실 이석불 상배이좌(雲住寺 在天佛山 寺之左右山脊 石佛石塔 各一千 又有石室 二石佛 相背以坐)라는 유일한 기록이 있다. 이는 ‘운주사는 천불산에 있으며 절 좌우 산에 석불 석탑이 각 일천기씩 있고 두 석불이 서로 등을 대고 앉아있다’는 내용인데 이갓으로 미루어 볼 때, 실제로 천불천탑이 있었던 것 같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탑이 17기, 불상이 80기만 남아 있다고 한다.

보물 제797호 ↓ 석조불감 

 

 

 

 

 

 

  

 

 

 

부처님은 늘 일어나 계시니

 대웅전에 드니 부처님만 한 분 당당한 모습으로 앉아 계신다. 협시 보살님이 안 계신다. 우리 가족은 엎드려 삼배를 올렸다. 대웅전을 나와 지장전으로 향했다. 기둥에 붙어 있는 글을 음미해보았다.

 

掌上明珠一顆寒  장상명주일과한 自然隨色辨來端  자연수색변래단

幾回提起親分付  기회제기친분부 闇室兒孫向外看  암실아손향외간

손바닥 위 한 개의 밝고 영롱한 구슬 저절로 빛깔 따라 드러내도다.

몇 차례나 친절히 전해 주었건만 어리석은 아이들은 밖을 향해 찾도다.

 

 지장전에는 49재 중인 영정이 놓여 있었다. 30전후로 보이는 여자다. 아내는 자기도 모르게 합장을 하고 명복을 빌어주었다.

 지장전을 나와 탐방길을 따라 산을 오른다.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아 걷기가 편하다. 내려 올 때도 딱딱하지 않고 길이 편하게 느껴졌다. 산에 오르니 곳곳에 불상이 놓여 있다. 건너편 산등성이는 불탑이 세워져 있는 것이 보인다. 산불로 인해 숲이 사라지니 탑들만 우뚝하다. 구불구불한 나무 계단을 다 오르자, 봉우리 부근에 누워계시는 부처님이 보인다. 한 분이 아니고 두 분이다. 아마 옆에 있는 것은 보살상일 것이다. 크기도 크고, 보통 보는 모습의 불상이 아니라 아주 특이하게 보인다. 와불이 일어서시는 날에는 이상세계가 펼쳐진다는 전설이 있다. 돌로 만들 와불이 일어설 리도 없지만, 부처님은 곳곳에 안 계시는 곳이 없어서, 우리들 속에도 부처님은 늘 계시니, 굳이 돌로 만든 와불이 일어서기를 기다릴 것이 어디 있을 것인가? 한 생각을 돌려보면 여기가 바로 부처님 나라이다.

 



교통편

영구산(靈龜山) 운주사는 전남 화순군 도암면 대초리에 있으며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본사 송광사의 말사이다.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http://www.unjusa.org)를 참고로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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