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이야기 ■/사찰 사진

영동 천태산 영국사

서원365 2009. 7. 12. 17:34

나무와 바위

 영국사(寧國寺)로 가는 길을 활엽수와 바윗길이 특징이다. 주차장에서 영국사까지의 거리는 700m 정도이다. 주차장을 지나면 가로수로 빼곡이 심어놓은 단풍나무가 이색적이다. 잠시 걷다보면 곧 산길이다. 바위와 나무 사이로 이러 저리 돌며 좁은 길이 이어진다. 조금만 구름이 끼어도 길이 어둑어둑할 정도로 울창한 나무와 기암괴석 사이로 길이 나있다. 꼭 희방사로 오르는 길 같다. 그다지 가파르지도 않아 길을 오르는 재미도 좋다. 삼신할매바위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자갈을 얹어 놓고 소원을 빈 흔적이 있다. 우리도 돌을 찾아봤지만 길에는 더 이상 자갈이 없다. 계곡에는 주말을 맞아 놀이 나온 사람들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저기 물에 앉아 있으면 자기도 선녀가 될 것이다.”고 농담을 건네며 올라가는데, 길 옆에 물줄기가 제법 힘찬 폭포가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삼단폭포는 용추폭포라고 불렀었다고 한다.  

 

 

 

 

  길에는 삼사 순례를 온 참배객과 등산객으로 붐빈다. 절이 어디쯤일까? 고갯마루가 보인다. 아마도 저기 어딜 것이라며 아내가 귀뜸을 해준다. 땀을 훔치며 고개를 올라서니 의외로 동네도 보이고 밭도 보이는데, 나무 사이로 당우가 보이는 것을 보니 영국사가 틀림없다.

그런데 입산을 막기 위해 쳐놓은 철조망에

걸려 있는 것은 모두 등산방향표시 리본이 아닌가? 수 천 개는 될 듯. 여태 저렇게 많은 리본은 처음 본다.

 천태산(715m)는 산은 그렇게 높지 않지만 명산이다. 이 지역이 전국 어느 곳에서라도 하루 코스를 적절해 많은 등산객이 몰린다.

 

 

 

나라의 안녕을 기도함

영국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5교본사인 법주사의 말사이다. 신라 문무왕 8년(668년)에 원각국사가 창건하였다고 한다. 신라 32대 효소왕이 여기로 피난하였었고, 고려 32대 고종 때는 국청사라고 하였다. 나중에 공민왕 때 홍건적의 침입이 있었을 때 공민왕이 이리로 피난와 국태민안의 기도를 계속하였다. 나중에 개경을 수복하고 영국사로 고쳤다고 한다. 이 절에는 보물 제532호인 부도와 보물 제533호인 삼층석탑, 보물 제 534호인 원각국사비, 보물 제535호인 삼층석탑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천연기념물 제233호인 은행나무가 가장 대표적이다. 수령이 1000년을 넘었다는 이 은행나무는 높이가 31.4m이며 줄기 둘레는 11.5m로 아랫부분이 조금 상하였으나 여전히 싱싱하다.

역사가 오래 된 절이지만 전각은 대웅전과 산신각이 있고, 극락전은 복원 공사 중이다. 대웅전에 들어가 3배를 올린다. 늘 18배를 했지만, 옷이 땀으로 살에 붙어 더 이상하지 않았다. 선풍기를 켜놓고 앉아 석가모니불을 염불한다. 염불을 끝내고도 땀을 식히기 위해 한참을 더 앉아 있다가 나왔다. 기와불사를 맡은 보살님이 멀리서 다정하게 웃으시면서 사탕을 권한다. 그 옆에서는 인상이나 말투나 시원시원하게 생긴 스님이 일체유심조를 설명하고 있다.

아내가 기와불사를 하자고 해서 기왓장 하나에 큰 애 이름을 적고 그 옆에 극락왕생을 적었다. 보살님이 누구냐고 물어 큰 애라고 하니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하고는 기도를 많이 해주라고 한다. 스님이 듣고 큰 애 이름 위에 옴자를 적는다. 우주의 정수를 나타낸다는 옴이다. 시작을 뜻하기도 한다. “내생에는 모든 번뇌를 떨쳐버리고 해탈하기를…”

 

  

 

 

남과 죽음은 하나

남(生)이란 죽음의 다른 이름이며, 죽음은 남의 다른 이름이다. 알고 보면 남도 죽음도 없다. 그냥 몸을 바꿀 뿐이다. 여기의 남이 저기의 죽음이요, 여기의 죽음이 또 다른 저기의 남이다. 새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고 한 생명의 죽음을 슬퍼하나 실은 기쁠 것도 슬플 것도 없다. 참으로 기쁠 것이 있다면 일체를 여실하게 보고 진리를 깨닫는 것이다.

차 안에서 줄곧 이런 얘기를 아내에게 들려주지만, 그런 말이 그다지 위안이 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 역시 미망이다.

 

찾아가는 길

충청북도 영동군 풍산면 누교리

경부고속국도 황간 IC → 황간 삼거리 좌회전 → 영동읍 매천교에서 좌회전 → 마포 삼거리에서 우회전 → 외마포 삼거리에서 좌회전 →호탄교에서 우회전 여기를 지나면 영국사 표지판이 보임.(황간 IC에서 1시간 정도)

경부고속도로 옥천I.C.->4번 국도->이원면->501번 지방도->개심저수지->율치->양산면 누교리->영국사

대중교통 : 영동읍에서 누교리 행 버스가 하루 6회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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