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이야기 ■/사찰 사진

풍기 소백산 희방사

서원365 2009. 7. 5. 17:49

 생기 넘치는 여름

희방사로 가기 위해 소백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가로수에는 노란 꽃들이 한껏 고운 빛을 자랑한다. 길 양쪽을 띠리 가면서 채색하듯, 노란 색이 푸른 나뭇잎들 위에서 이채롭다. 나무는 나무대로, 풀은 풀대로 자라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꼬불꼬불 산길을 돌아 희방사 입구에 다다른다.  

 

 

 여기는 옛날에 두 번 다녀 간 적이 있다. 한번은 여름, 또 한번은 겨울이었을 것이다. 한창 등산을 다니던 무렵이었다. 희방폭포 아래에서 텐트를 치고 밤을 보낸 뒤, 연화봉과 천문대를 돌아 다른 길로 내려온 적이 있다. 희방사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여기이다. 희방폭포, 철쭉, 주목 군락지, 그리고 소백산 등산. 

 폭포쪽으로 올라가다 보니 왼쪽으로 찻길이 나 있다. 요즘은 웬만한 절에는 모두 승용차가 진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폭포로 가는 길은 신갈나무와 서어나무, 단풍 나무로 울창한 숲을 이룬다. 낮에도 숲 속은 좀 어둑어둑하다. 

 

  서늘한 기운이 온 몸을 감싼다. 여름 산사에 가면 굳이 절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숲 속만 거닐어도, 마음은 세속을 멀리 떠나 있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으니 좋다.

 숲을 따라 오르니 물소리가 점점 커진다. 그리고 희방 폭포가 흰 몸매를 수풀 속에 숨기고 서있다. 반갑다. 이 모습을 아내에게 보여주고 또 나도 다시 한번 보고 싶고 해서 이쪽으로 길을 잡았던 것 같다.

 폭포 옆길에서 젊은 부부가 아이들과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 부부는 여기서 한참 동안 폭포를 감상하고 다시 계단 길을 오른다. 고소 공포증이 심한 아내의 손을 잡고 한 발 한 발 오르는데, 아내는 자꾸만 아직도 멀었느냐고 하면서 겁먹은 소리를 낸다.

 오르는 길 여기 저기에 등산객과 참배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참배객들은 단체 삼사 순례를 온 사람 같다.

 

희방사 다람쥐는 사람을 겁내지 않는다

 폭포를 지나 조금 오르니 나뭇가지 사이로 희방사 당우가 보인다. 새로 지은 듯한 2층의 누각이다. 당우 앞으로 지나 오른쪽에 있는 돌 계단 앞에 서니 다람쥐가 절 마당 쪽으로 올라가는 것이 보인다. 가까이 가도 피하는 기색이 없다. 계단을 다 오르니 거기에도 다람쥐가 있다. 부모를 따라 온 어린이가 쫓는 시늉을 해도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곧바로 대웅전으로 올라가 참배를 하기 위해 들어서는데 대웅전 마루 한가운데에도 다람쥐 한 마리가 있다가 천천히 건너편 문으로 가더니 밖으로 나간다. 부처님께 점심 예배를 드리러 온 것인가? 삼배를 올리고 나와 지장전으로 향했다. 

 

 

 

  

 

 두운조사와 호랑이

  희방사(喜方寺)에는 창건 전설이 있다. 선덕여왕 12년(643년) 두운(杜雲) 조사가 수행을 하기 위해  태백산 심원암에 거처하다가 다시 지금의 희방사가 있는 곳으로 옮겨왔다. 지금도 희방사는 울창한 숲 속에 있지만 당시에는 더욱 더 인가로부터 먼 숲 속이어서 산짐승들만이 오고 가는 곳이었다.

 눈보라 치는 어느 날 수도에 열중하고 있는데, 암 호랑이 한 마리가 와서 괴로운 시늉을 하였다. 호랑이는 출산을 앞두고 있는 것이 분명해보여, 부엌에 검불을 깔고 출산을 하도록 도와주었다. 얼마 안 있어 호랑이는 새끼 두 마리를 낳았다. 조사는 겨울이 다 가도록 돌봐주었고, 봄이 되자 호랑이는 새끼를 데리고 떠나갔다.

 얼마 있다가 다시 암 호랑이가 왔는데, 역시 괴로워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은비녀가 목에 걸려 있었다. 사람을 잡아 먹다가 비녀가 목에 걸린 것이었다. 조사는 크게 꾸짖고 비녀를 꺼내주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것을 먹지마라고 하였다.

 며칠이 지났다. 쿵 하는 소리가 들려 밖에 나가보니 호랑이가 산돼지를 한 마리 물어다 놓았다. 은혜를 갚기 위해 잡아온 것이 분명했으나, 수행하는 중이 그런 것을 먹을 수 없다고 하자, 못마땅한 눈치를 보이면서 갔다. 다시 며칠 지나 이번에는 호랑이가 예쁜 처녀를 물고왔다. 처녀는 기절해 있었다. 정신을 차리게 하고 처녀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경주 계림에 사는 호장(戶長) 유석의 딸인데, 결혼식을 치른 뒤 막 신방에 들려는 순간 잡혀 왔다고 하였다.

 조사는 부모가 큰 걱정을 할 것이라 짐작하고 처녀를 남장하여 경주로 데려갔다. 유석은 죽은 줄만 알았던 딸이 돌아오자 매우 기뻐하고 감사하며,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자기 딸을 데리고 살아라고 하였다. 조사는 완곡하게 거절하였다. 그러자 몇 달간 자기 집에 머물러 달라고  부탁하여 조사는 몇 달간 유석의 집에 머물렀다.

 몇 개월 지난 뒤에 나귀를 타고 수도하던 곳으로 와보니 초막은 단청이 잘 된 법당으로 변해 있었다. 유석이 은혜를 갚고자 조사가 자기 집에 머무는 몇 개월 동안 법당을 새로 지은 것이다. 그리고 모든 가족에 기쁨을 주었다고 해서 절 이름을 희방사라고 했다고 한다.

 지장전 안에는 두운 조사의 영정이 걸려 있다. 물론 위의 전설은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전설이다. 두운 조사와는 관련이 없다. 아마 다른 전설이 두운 조사의 전설과 결합되었을 것이다. 호장이라는 벼슬은 고려초에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고려 시대에 들어서 지방을 관리하기 위해 지방 호족을 호장으로 삼았다. 일종의 지방 자치인 셈이다. 그러던 것이 조선 시대에 이르러 중앙집권적 체제가 강화되자 호장은 아전으로 전락한다.

 지장전에 들어가 삼배를  올리고 지장보살 명호를 외며 염불을 하였다.

 

찾아가는 길

희방사는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 수천리에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고운사의 말사이다.

대중교통 : 영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3번 시내버스를 운행한다. 희방사역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승용차 이용 : 중앙고속국도 풍기 IC 에서 22분 거리

'■ 불교이야기 ■ > 사찰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순 영구산 운주사  (0) 2009.07.30
영동 천태산 영국사  (0) 2009.07.12
산청 방장산 대원사  (0) 2009.06.28
의령 신덕산 수도사  (0) 2009.06.14
군위 인각사  (0) 2009.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