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이야기 ■/불교이야기

문을 지킨 하인

서원365 2010. 5. 8. 07:48

 

 어떤 사람이 멀리 여행을 하면서 하인에게 당부했다.

 "너는 문을 잘 지키고, 나귀와 밧줄을 잘 보거라."

 주인이 떠난 뒤에 바로 이웃집에서 풍악을 연주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인은 그것이 듣고 싶어 스스로 안절부절 어쩔 줄 몰랐다. 이윽고 밧줄로 문을 묶어 나귀 등에 싣고 풍악을 연주하는 놀이마당으로 가서 풍악을 들었다.

 그런데 하인이 나간 뒤 집에 도둑이 들어 재물을 모두 훔쳐 갔다.

 주인이 돌아와서 하인에게 물었다.

 "재물이 모두 어디에 있느냐?"

 하인이 곧바로 대답했다.

 "주인께서는 전에 문과 나귀와 밧줄을 부탁하셨습니다. 그 밖의 것은 알 바가 아닙니다."

 주인이 다시 말했다.

 "너를 집에 머물게 하여 문을 지키라고 한 것은 바로 재물 때문이었다. 그런데 재물을 모두 잃어버렸으니 문을 지킨 이유가 뭔가?"

 

 생사의 고통을 겪는 어리석은 사람이 애욕의 하인이 되는 것이 또한 이와 같다.

 여래가 가르치며 경계했다.

 "항상 근문을 잘 지켜 육진에 집착하지 말고 무명의 나귀를 지키며 애욕의 밧줄을 보아라."

 그런데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지 않고서 이익과 공양에 탐착하여 구한다. 거짓으로 맑고 깨끗함을 보이며 고요한 곳에 자리하여 참선을 하지만, 아음이 마구 흘러가고 달려가서 다섯 가지 쾌락에 탐욕을 내고 집착한다. 빛깔과 소리와 냄새와 멋과 촉감에 미혹되고 어지럽게 되어 무명이 마음을 덮고 애욕의 밧줄이 묶는다. 그리하여 바른 생각과 바른 깨달음과 바른 뜻 및 도품의 재물을 모두 잃어버리는 것이다."

                   가사나/조기영 <<백유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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