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이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느면
나를 돌어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 불교이야기 ■ > 불교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일 나무를 자른 왕과 신하 (0) | 2010.04.25 |
---|---|
3층 누각을 짓다 (0) | 2010.04.14 |
나옹 스님의 게송 - 물같이 바람같이 (0) | 2010.02.09 |
부처를 구하고자 한다면 (0) | 2010.01.14 |
무위진인(無位眞人) (0) | 2010.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