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이야기 ■/사찰 사진

김해 봉화산 정토원

서원365 2010. 5. 22. 06:29

정토원에서

 봉화산(烽火山) 정토원(淨土園)은 전각이 수광전(壽光殿) 하나밖에 없는 아주 작은 절이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유명하게 된 절이다. 봉화산은 이름으로 봐서 옛날에 봉수대가 설치되었었고, 아래에 있는 봉하마을도 봉수대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었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산 높이는 140m밖에 되지 않는 얕은 야산이지만 들판 한 가운데 있어서 봉수대 역할을 제대로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토원에는 곳곳에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대단히 많은 차들

 

 

이 주차장을 메우고 있었다, 큰 도로에서 400m 정도 좁은 도로를 올라가면 주차장을 지나 포대화상이 보인다. 불룩한 배를 다 드러내고 넉넉한 웃음을 머금은 모습이 보는 이의 마음을 저절로 편안하게 만든다. 짊어지고 다니는 주머니에 무엇이든 받은 것을 넣어두었다가 아무에게나 나누어주었다는 포대화상은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했다고 한다. 서양에 산타클로스가 있다면 중국에는 포대화상이 있는 셈이다.

  포대화상을 지나면 관음보살상이 서있다. 오른쪽 그늘 아래에는 장사꾼들이 자리를 잡고 무엇인가를 팔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부처님오신날이라는 글씨가 달린 꽃을 달아주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바빴고,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운동원들이 명함을 나누어주며 지지를 호소하는 웃음을 보내고 있었다.

 돌계단 위 전각에서 목탁소리와 염불소리가 웅성거리는 소리를 뚫고 들려왔다. 왼쪽으로 난 대나무숲길로 할머니 한 분이 불편한 다리로 조심스럽게 내려오고 있었다.  

  본전인 수광전은 법회 시작 1시간 전인데도 이미 꽉 차있었다. 수광전을 오른쪽으로

하고 뒷길을 올라가다보니, 땅에서 솟아올라오고 있는 듯한 보살상이 보인다. 옆에 법화경 15품 종지용출품이라고 적혀있다. 이런 보살상은 처음 보는 보살상이다. 법화경에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다른 국토에서 온 보살들이 석가모니 부처님께, 부처님 멸도후에 사바세계에서 법화경을 설하겠다고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 그 말씀이 끝남과 동시에 지하 허공 세계에서 수많은 보살들이 솟아올라왔다.

 봉화산 꼭대기에도 하얀 관음보살상이 서 있다. 가까이 가보니 관음보살상 오른손에는 호미가 들려있다. 호미를 들고 멀리 김해평야를 내려다보고 있다. 10년전에 조성되었다는 이 보살상을 세운 이는, 농민들의 근심을 더는 가장 좋은 일이 농사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농사일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농사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하여 보람을 느끼게 하는 것이 농민을 위하는 길이 아닐까?

 11시에 법회가 시작되었다. 앉을 자리가 없어 수광전 앞 뜰에 서서 합장을 하고 예를 올렸다. 작년에 세상을 떠난 큰애의 명복을 빌었다. 불법을 열어보이신 석가모니 부처님께 감사의 뜻을 담아 예를 올렸다. 

 

봉하마을

 올해 5월 23일

이 노대통령 서거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정토원에서 나와 봉하마을로 향했다. 아무런 생각없이 길을 잡았으나, 엄청난 차량 행렬에 막혀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봉하마을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 기념관과 사진전을 보러 온 사람들, 방명록에 서명하는 사람들, 노대통령에게 편지를 쓰는 사람들, 생가를 둘러보는 사람들, 부엉이 바위로 오르는 사람들.

 

 역대 대통령 중에 퇴임후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맞은 대통령은 없었다. 그리고 그 죽음을 애도하고 슬퍼한 대통령도 없었다. 무엇이 사람들을 이렇게 끌어모으는가?

 그것은 우직하게 큰 원칙을 지키려했던 그 바보스러움 때문일 것이다. 노대통령은 민주당이 분당할 때, 뻔히 실패할 줄 알면서도 지역 감정을 극복하는 쪽을 선택했다. 물론 국회의원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럼에도 그 길을 버리지 않았다. 실패를 환히 내다보면서도 그 길을 걸어간 그의 바보스런 모습을 제대로 안 사람이라면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기득권 세력의 거센 저항을 피하지 않고 민족화합, 지역균형발전, 계층 격차 해소를 위해 정책을 밀고 나갔고, 그리고 또 실패했지만 그 길이 계속해서 가야할 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를 지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봉하마을을 찾는 사람들은 제2, 제3의 노무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진보주의자들

 우리나라에서 진보주의나 좌파는 참 헷갈리는 개넘이다. 사실 혼동스러울 것이 없지만, 이를 공격하는 세력들이 자꾸 공산주의나 친북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가장 대표적인 진보주의자는 석가모니 부처님이나 예수님이다. 그분들은 계급적 차별을 싫어하였다. 불법 앞에 차별이 있을 수 없음을 부처님은 강조하셨다. 예수님도 관심의 대상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이지 가진 자들이 아니었다. 이 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좌파이며, 평등주의자들이다.

 사회의 지식층이 기득권 세력 편에 서면 그 사회는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 개선의 여지가 사라져버린다. 적어도 지식층 정도는 소외 계층, 중산층, 서민층에 관심을 가져야 그 사회는 희망이 있다. 이런 면에서 우리 사회 현실은 그다지 희망적이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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