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이야기 ■/잡아함경

적경 - 도적 앙굴리마라

서원365 2013. 2. 18. 20:05

 

도적 앙굴리마라

 

 

 한 때 부처님께서는 앙구다라국 타바사리 숲 속을 지나시다가, 소치는 이와 염소 치는 이와 나무하는 이와 그 밖에 여러 사람을 만났다. 그들은 세존께서 가시는 길을 가지 못하게 말리면서, 앞에 앙굴리마라는 도적이 있어서 자주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고 하였다.

 러나 부처님께서는 듣지 않으시고 가시던 길을 가셨다. 그때 멀리서 앙굴리마라는 칼과 방패를 들고 숲에서 나와 세존을 뒤쪽으로 바싹 쫓아왔다. 세존께서는 신통력을 행사하여 앙굴리마라는 온 힘을 다해 달려도 보통 걸음으로 걷고 있는 세존을 따라 잡을 수가 없었다. 앙굴리마라는 달리다가 그만 지쳐 멀찍이 멈추어 서서 세존께 말했다.

“멈추어라. 멈추어라. 가지 마라.”

세존께서 천천히 걸으시면서 말씀하셨다.

“나는 언제나 멈추어 있는데. 네가 멈추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앙굴리마라는 세존께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문은 그대로 빨리 달리고

나는 그대로 멈췄다.

나는 지쳐서 멈춰있는데

그대는 멈추지 않는다고 말하네

사문이여 어째서 나는 멈추었는데

그대는 내가 멈추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답하셨다.

      앙구리마라여,

나는 멈추었는데

그대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저 모든 중생들에 대하여

칼질이나 몽둥이질을 쉬었지만

너는 중생에게 두려움을 주어

나쁜 업을 그치지 않는다.

 

 

나는 일체의 벌레에 대해서도

칼질이나 몽둥이질을 하지 않거늘

너는 저 모든 벌레들에 대해

언제나 핍박하고 두렵게 하며

언제나 흉악한 업만 지으면서

끝끝내 그쳐 쉴 때가 없구나.

 

 

      나는 모든 신(神)에 대해서

칼질이나 몽둥이질하는 것 쉬었지만

너는 저 모든 신에 대해서

오랜 세월 동안 괴롭히고 핍박 가하여

언제나 나쁜 업만 지으면서

지금도 여전히 쉬지 않는구나.

 

 

나는 언제나 쉬는 법에 머물러

조금도 방일하게 놀지 않지만

너는 네 가지 진리를 알지 못해

그러므로 방일함을 끊지 못하고 있구나.

 

 

앙구리마라가 게송으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오랜만에 성인을 보고서

길을 따라 그 뒤를 쫓아왔는데

이제 참되고 묘한 말 듣고 나니

오랜 세월 동안의 나쁜 업 버려야 하리.

 

    

그 도적은 이렇게 말하고는

고 있던 칼과 창을 던져버리고

세존의 발 아래 몸을 던지면서 말했네.

원컨대 저의 출가를 허락하소서.

 

 

부처님께서는 자비스런 마음 가지셨고

큰 신선께서는 그를 매우 불쌍히 여겨

그에게 말씀하셨다.

잘 왔다. 비구야,

 

 

 

 그 때 앙구리마라는 출가하여 혼자 고요한 곳에서 열심히 정진하며 생각하였다.

'착한 남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범행을 힘써 닦는 까닭은, 현재 세상에서 스스로 증득한 줄을 알아 나의 생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후세에는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아는 데 있었구나.'

 

 때 앙구리마라는 아라한(阿羅漢)이 되어 해탈의 즐거움을 깨닫고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본래는 해치지 않기라는 이름을 받았었는데

중간에 많은 중생 해치는 이 되었나니

이제서야 진리보기란 이름을 얻어

영원히 살생을 여의었다네.

 

 

몸으로 살생을 행하지 않고

입과 뜻으로도 역시 그러해

진실로 살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중생을 핍박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네.

 

 

손을 씻어도 늘 피 색깔인지라

앙구리마라라고 이름한 것인데

세찬 물살에 떠다니던 사람이

삼보에 귀의해 멈추게 되었네.

 

 

삼보에 귀의하고 난 뒤에

출가하여 구족계(具足戒)를 받았고

세 가지 밝음을 성취하였으니

부처님의 가르침 이미 끝마쳤네.

 

 

소를 길들일 적엔 채찍을 쓰고

코끼리 다루려면 쇠갈고리 쓰지만

하늘이나 사람을 길들이는 이는

칼이나 막대기 쓰지 않는다.

 

 

칼을 갈 때는 숫돌을 쓰고

화살을 바로 잡으려면 불에 구우며

재목을 다룰 때는 도끼를 쓰고

자신을 다룰 때는 지혜를 쓰네.

 

 

사람이 먼저는 방일하다가도

그 뒤에 스스로 마음 거둬 잡으면

그야말로 세간을 밝게 비추되

구름 걷혀 나타나는 달과 같으리.

 

 

사람이 먼저는 방일하다가도

그 뒤에 스스로 마음 거둬 잡으면

세상 은혜와 애정의 흐름에서

바른 생각으로 멀리 뛰어 나가리.

 

 

나이 젊을 때 출가하여

부처님 가르침을 힘써 닦으면

그는 곧 세상을 밝게 비추되

구름 걷히고 나타나는 달과 같으리.

 

 

나이 젊을 때 출가하여

부처님 가르침 힘써 닦으면

세상 은혜와 애정의 흐름에서

바른 생각으로 멀리 뛰어 나가리.

 

 

만일 온갖 악업(惡業)에서 벗어나

올바르고 착함으로 멸해 없애면

그야말로 세간을 밝게 비추되

구름 걷히고 나타나는 달과 같으리.

 

 

사람이 먼저는 악업(惡業)을 짓다가도

올바르고 착함으로 멸해 없애면

세상 은혜와 애정의 흐름에서

바른 생각으로 멀리 뛰어 나가리.

 

 

나는 이미 악업을 지었거니

틀림없이 나쁜 세계를 향하여

거기서 모진 과보(果報)를 받아

묵은 빚으로 당할 것을 당하였으리라.

 

 

만일 그들이 나를 원망하고 미워하다가도

그들이 이러한 바른 법을 듣는다면

맑고 깨끗한 법안(法眼)을 얻어

나에 대하여 인욕행(忍辱行)을 닦아

다시는 다투는 일 일으키지 않으리니

 

 

부처님의 은혜로운 힘에 힘입어

나를 원망하여도 인욕 행하고

또한 늘 참는 이를 찬탄하며

때를 따라 바른 법을 듣고

듣고 나서는 그대로 수행하리라.

 

    

      《잡아함경》의 <적경(賊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