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야기 ■/책이야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서원365 2020. 10. 9. 22:20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괴테/한복희

계명대학교 출판부(2003)

 

아주 오랜 옛날부터 들었던 책이다. 그래서 읽어보려고 벼렸던 책인데 집에 있는데도 이제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약간의 설명 이외에는 모두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다. 주인공 베르테르가 친구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가 대부분이고 연인 롯테에게 보내는 편지도 약간 있다.

베르테르가 롯테와 비극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은 법무관 S씨가 베르테르를 자신의 은둔지로 초대하고서부터였다. 그때 베르테르는 그의 눈에 천사처럼 보이는 롯테를 보게 된 것이다. 소박하고 친절하고 아름다운 롯테를 보고 나서 베르테르는 빌헬름에게 다음과 같이 자기 심정을 표현하였다.

이때부터 해와 달과 별들이 무슨 일을 하든 나는 아랑곳하지 않게 되어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게 되었고, 온 세계는 내 주위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네.”

그러나 그것은 비극의 시작이었다. 롯테가 이미 알베르트와 약혼한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약혼자인 줄 알았다면 보통 사람 같으면 롯테 주위를 맴돌지 않았을 것이다. 마음을 금방 접지는 못할지라도 롯테를 찾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베르테르는 알베르트와 관계를 유지하면서 롯테를 찾아갔다. 베르테르의 생각은 온통 롯테로 꽉 차 있었다.

나는 기도라고는 그녀에게 바치는 기도밖에 모른다네. 나의 상상 속에 떠오르는 것은 오직 그녀의 모습뿐이라네. 나를 둘러싼 세계 속의 모든 것도 오직 그녀와 관련되어서만 내 눈에 비춰지네.”

롯테는 예정대로 알베르트와 결혼했다. 그런 뒤에도 베르테르는 계속 집으로 롯테를 찾아갔다. 베르테르는 사랑으로 행해지는 모든 것을 인정하려 하였다. 사랑으로 미친 한 남자를 이해하였고, 과부를 사랑한 하인이 다른 하인을 살해한 것도 이해하여, 법무관에게 살인한 하인을 변호하기도 하였다.

과연 사랑한다면 어떤 행동이든 합리화될 수 있는가? 사랑에 대한 욕구도 여러 욕구 중의 하나일 뿐이다. 어떤 욕구를 추구하더라도, 그 행위에는 책임을 져야 하며, 책임질 수 있는 범위 내로 자제되어야 한다. 사랑의 욕구라고 해서 달라야 할 이유가 없다.

롯테는 이렇게 행동하는 베르테르와 그의 남편 알베르트 사이에서 심적 갈등을 느끼게 되었고, 결국 방문을 자제할 것을 호소하였고, 크리스마스이브까지는 자기 집으로 오지 말 것을 요구하였다. 알베르트도 이런 베르테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베르테르는 마침내 죽을 결심을 하였다. 그것이 롯테를 위한 희생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나는 먼저 갑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당신의 아버지 곁을 갑니다. 그리고 아버님께 호소하렵니다. 그러면 그분은 당신이 올 때까지 나를 위로해주실 것입니다. 당신이 오면 나는 뛰어가 당신을 맞이하고 하느님이 보시는 앞에서 당신을 품에 안아 영원히 당신 곁에 머무를 것입니다.”

그리고 하인을 시켜 알베르트에게 여행을 하기 위해서라며 권총을 빌려오게 하여, 그 권총으로 자결하였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정말 롯테를 위한 행위였을까?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롯테가 받은 충격은 엄청났을 것이고 평생토록 잊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희생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소설은 실제로 있었던 세 가지 사건을 합친 것이라고 한다. 현실에서 베르테르는 롯테를 사랑했는데, 롯테는 브레멘 공사관의 서기관인 케스트너와 약혼한 사이였다. 외교 서기관인 예루살렘이 친구 부인에게 연정을 느끼고 괴로워하다가 케스트너에게서 권총을 빌려 자살하였다. 괴테는 막시밀리아네에게 연정을 느끼다가 남편 브렌타노로부터 출입금지령을 받았다.

이 소설에 나타난 내용은 괴테가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병적인 사랑에 온 몸을 던졌고, 마침내 사랑 때문에 스스로 자결한 것은 실제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집착이 전도된 생각을 만들고, 전도된 생각이 불행한 결과를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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