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야기 ■/책이야기

기탄잘리

서원365 2020. 3. 19. 19:40

기탄잘리(신에게 바치는 송가)

라빈드라나트 타고르/류시화

무소의 뿔(서울 2017 초판)


기탄잘리를 읽고 있으면 신비로운 풍경 속으로 빠져든다는 느낌이 든다. 라반드라나트 타고르 시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할 때도 많다. 그럼에도 모든 시가 나를 빨아들이고 있는 듯한 느낌은 든다.

모국어가 아니고, 또 그 시를 쓴 사회의 정서에서 살지 않았던 사람이 시를 제대로 맛보기는 어렵다. 언어는 각각의 맛이 있고, 또 언어는 그 나라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번역된 시로써 그 시의 진정한 맛을 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탄잘리는 익숙한 느낌을 느끼게 한다. 시는 이해가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타고르도 그의 시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는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시는 꽃향기와 같아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향기를 맡는 것.”

그렇다. 기탄잘리에서는 신비로운 향기가 풍긴다.


이 책은 타고르의 생애와 사상에 대해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다. 타고르는 성이다. 이름은 라빈드라나트. 이 책을 읽기전에는 타고르를 그저 노벨문학상을 받은 시인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타고르는 시만 쓴 것이 아니라, 소설과 희곡, 음악극 등도 썼으며, 말년에는 그림도 그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교를 설립한 교육자이기도 했다. 특히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국가가 타고르의 작품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그의 조부는 인도 최초의 기업가였고 은행을 설립하기도 했다. 타고르 집안이 소유한 땅은 여러 주()에 걸쳐 있을 정도로 부유했다. 그의 부친은 힌두교 개혁의 제2대 지도자였고, 타고르의 형들 중에는 쟁쟁한 학자들도 여러 명이 있다. 말하자면 타고르는 부귀한 집안에서 살았던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시는 민중들에게로 향하고 있다.


여기 당신의 발판이 있어서 그곳에 당신의 발이 놓여 있습니다. 가장 가난한 자, 가장 낮은 자, 길 잃은 자들이 살아가는 그곳에.

당신에게 머리 숙여 절해도 나의 절은 그곳에 가닿지 못합니다. 당신의 발이 머물러 있는 가장 가난한 자, 가장 낮은 자, 길 잃은 자들 속 그 깊은 곳까지는.

기탄잘리10 중에서

 

모든 찬양과 노래와 염주 기도를 내려놓으라. 문닫힌 사원의 어둡고 적막한 구석에서 그대는 누구를 숭배하고 있는가? 눈을 뜨고 보라. 그대 앞에 신은 있지 않다.

농부가 거친 땅을 일구는 곳, 길 닦는 사람이 돌을 깨는 곳, 그곳에 신은 있다. 신은 태양 아래에서도 빗속에서도 그들과 함께 있다. 그의 옷은 흙먼지로 뒤덮여있다. 그대의 성스러운 옷을 벗고 신이 그렇게 하듯 흙먼지 이는 땅으로 내려오라!

기탄잘리11 중에서


우파니샤드철학에 따르면 궁극의 존재이면서 모든 존재의 원인인 브라흐마라는 불변의 존재가 있고. 브라흐마의 성품은 모든 사물에 내재해 있는데, 그것을 아트만이라고 하였다. 불교에서는 이 불변의 실체인 아트만을 부정하며, 이를 무아(無我)라고 한다. 카고르는 아버지의 지시에 따라 우파니샤드철학을 공부했으며, 그의 시에도 그런 사상이 녹아 있다. 개별자는 궁극자를 향한다. 타고르의 시에도 끝없이 궁극자인 브라흐마를 향하는 그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심지어 죽음까지도 브라흐마의 작용이라고 보고 온전히 받아들인다.

 

내 소유의 아주 작은 부분만 남게 하소서. 당신을 나의 전부라고 부를 수 있도록.

내 의지의 아주 작은 부분만 남게 하소서. 모든 곳에서 당신을 느끼고, 모든 것 속에서 당신에게 다가가고, 모든 순간에 당신에게 내 사랑을 바칠 수 있도록.

기탄잘리34 중에서

 

모든 기쁨의 선율이 나의 마지막 노래에 깃들게 하소서. 대지를 풀잎들의 분방한 과잉으로넘치게 하는 기쁨, 삶과 죽음이라는 쌍둥이 형제를 이 광대한 세계에서 춤추게 하는 기쁨,

기탄잘리58 중에서

 

타고르가 기탄잘리를 쓴 것은 29세 때였으며, 나중에 기탄잘리에서 53, 노래의 꽃목걸이』 『바침』 『어린이』 『건너는 배등에서 50편을 뽑아 103편으로 된 영어로 된 기탄잘리52세때 정식 출간하였다고 한다. 그 전에 윌리엄 로젠타인이 750부 한정판으로 출판하여 저명 인사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하였다고 한다.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52세 때(1913)였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시가 있다. 바로 다음의 시이다.

 

아시의의 황금기에

그 등불지기 중 하나였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기를 기다리고 있네.

동방의 밝은 빛을 위해.

 

타고르가 캐나다 방문 길에 일본에 들린 적이 있었는데, 당시 동아일보 도쿄지국장 이태호씨가 한국방문 요청하자, 응할 수 없어서 미안한 마음에 쓴 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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