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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서원365 2020. 7. 5. 11:48

레미제라블

빅토르 위고/최은주

서교출판사(서울 2020)

 

장발장은 굶주리는 7명의 조카에게 주기 위해 빵 한 덩이를 훔쳤다가 5년형을 받았다. 사정을 딱하게 여긴 다른 죄수들이 탈옥을 도와주었으나 다시 잡혀 마침내 19년간 감옥살이를 하고 나서 겨우 출옥했다. 전과자에 대한 사회의 싸늘한 반응. 돈을 주는데도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런 장발장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한 사람은 미리엘 주교였다. 그러나 장발장은 은촛대를 비롯한 값나가는 것을 훔쳐서 나왔다가 다시 체포되었다. 이때 주교는 훔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준 것이라고 하면서 용서해주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장발장은 확실한 마음의 변화는 없었다. 그런데 곧이어 프티제르베라는 소년에게서 은화를 하나 빼앗고 난뒤, 그런 자기를 돌아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곧 소년을 찾아나섰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말았다.

그 뒤 자기가 죄인이라는 의식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수많은 착한 일을 하였지만 가슴 한켠에는 늘 죄인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장발장은 몽트뢰유에서 이름을 마들렌으로 바꾸고 흑진주 사업을 해서 큰 돈을 벌었고, 지역경제에도 공헌하여, 시장 자리까지 올랐지만, 늘 검소했고 늘 베풀며 살았다.

팡틴은 딸을 데리고는 돈을 벌 수 없었으므로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딸 코제트를 맡기고 혼자 돈을 벌었다. 테나르디에 부부는 전형적인 위선자로서, 갖가지 이유를 붙여 아이를 보살피는 대가를 올려받고 또 갖가지 명목을 붙여 돈을 요구하면서도 코제트를 하녀와 같이 취급했다. 팡틴은 돈을 부치기 위해 생니를 두 개나 빼기도 했고, 매춘부를 하기도 했다. 장발장은 팡틴을 돕기로 약속했는데, 그때 샹마티에라는 사람이 장발장이라는 누명을 쓰고 체포되었다. 장발장은 스스로 재판정으로 찾아가 자기가 장발장임을 밝히고 샹마티에를 방면시켰다. 장발장이 체포되자 팡틴은 그 충격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장발장은 징역살이를 하는 동안 노동하러 나갔다가, 바다로 추락하기 직전의 선원을 구해냈다. 그리고 비틀거리면서 바다에 빠지는 체하면서 바다로 뛰어들어 또다시 탈옥하였다. 그리고 테나르디에에게 돈을 주고 팡틴의 딸 코제트를 데리고 나왔다. 코제트는 장발장을 아버지라고 하면서 따랐다. 둘은 숨어서 살았다. 그런데 이런 장발장을 계속 뒤쫓는 사람이 있었으니 자베르 경위였다.

막다른 골목에 갇힌 장발장과 코제트는 담을 넘어 남의 집으로 들어갔는데, 하필이면 거기가 수녀원이었다. 거기에는 수레에 깔려 죽을 뻔 했을 때 장발장이 구해낸 포슐르방이 일하고 있었다. 그의 도움으로 장발장은 포슐르방의 동생이라고 하고 정식으로 수녀원에서 일하게 되었고, 코제트는 수녀원에서 교육을 받았다. 수녀원은 경찰들이 들어 올 수 없는 곳이어서 안전했고, 그래서 수녀원에서 일하면서 생활하는 것이 행복했다. 그러나 장발장 내면에 깔려 있는 죄의식은 그런 생활에 대해 부담을 느끼게 했고, 결국 수녀원을 나오고 말았다.

장발장(포슐르방이라는 이름을 사용)과 코제트는 플뤼메 거리에서 살았는데, 수녀원에서 일했다는 것이 인정되어 장발장은 시민병이 되었다. 그들은 웨스터 거리에 방을 얻어 거주하기도 했다. 이때 자주 뤽생부르 공원으로 산책을 갔는데, 거기서 마리우스를 만났다. 마리우스와 코제트는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마리우스의 소심함 때문에 인사도 못건넸다.

테나르디에 딸 에포닌이 코제트의 거처를 알려주어 편지를 전하였고, 비로소 만나 서로 사랑을 고백했다. 그러나 장발장과 코제트가 영국으로 떠난다는 말을 듣고 가난하여 도저히 영국으로 따라갈 수 없다고 판단한 마리우스는 죽을 결심을 하게 되었다. 파리에서 일어난 공화파의 폭동에 마리우스는 가담했다. 그리고 정부군에 포위되었는데, 이때 장발장이 들어가 부상당하여 정신이 없는 마리우스를 들쳐매고 하수구를 몇 시간을 헤멘 끝에 구해내서 집으로 데려다 주었다.

마리우스는 장발장이 자기를 구해준 줄 몰라, 자기를 구해준 은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다. 마리우스가 부상을 회복한 뒤 코제트와 결혼하였다. 장발장은 지참금으로 60만프랑을 보냈다. 그리고 마리우스와 코제트는 행복하게 살았고, 마리우스는 장발장을 깎듯이 대했다. 모든 것이 잘 되었고 행복했다. 그러나 또다시 일어난 죄책감이 이 상황을 견뎌내지 못하게 했다.

장발장은 마리우스를 만나, 자신은 장발장이며 전과자라고 밝혔다. 그리고 코제트는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도 밝혔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계속 코제트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마리우스는 매우 놀랐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지인을 통해 사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발장은 머리를 가로 저었다. “나는 나 자신의 수배를 받고 있다.”“나는 오직 하나의 사면만이 필요하지. 그것은 바로 내 양심에 대한 사면이야.” 마리우스는 코제트를 만나는 것을 허락했지만, 차츰 장발장과 코제트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게 되었다. 어느 날 장발장이 마리우스 집에 갔을 때 자기가 늘 앉던 안락의자가 없어진 것을 보았다. 장발장은 여행을 한다는 핑계를 대고 마리우스에게 가지 않았다. 그리고 식사를 거르기 시작했다. 급격하게 쇠약해져갔다. 그리고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어느 날 마리우스와 코제트에게 힘겹게 편지를 썼다.

이때 마리우스에게 테나르디에가 찾아왔다. 그는 장발장에 대한 정보를 마리우스에게 넘기고 거액의 돈을 받을 심산이었다.

테나르디에는 워털루 전투에 중사로 참전했다. 그리고 전사자들 사이를 돌아다니면 돈을 훔쳐냈는데, 퐁메르시(마리우스의 아버지) 대령의 호주머니에서 지갑과 돈을 꺼내는 순간 퐁메르시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퐁메르시는 죽을 때까지 테나르디에가 자기를 살려낸 은인으로 알고 있었다. 테나르디에는 여관을 경영했는데, 팡틴의 딸 코제트를 맡은 조건으로 매달 돈을 받았다. 주위 사람들에게는 고아를 키운다고 하여 자애로운 부부로 인정받았다.

여관이 파산하자 마리우스의 옆방에 세들어 살았는데, 불쌍한 연기를 하여 베풀기를 좋아하는 장발장(포슐르방)에게 많은 돈을 받으려 하였다. 그리고 장발장이 코제트를 데려간 재력가라는 것을 알고 흉계를 꾸며 많은 돈을 뜯어내려다가 마리우스의 신고로 체포되기도 했다. 장발장이 마리우스를 하수구로 탈출시켜 구해낼 때 출구에 철장이 가로막고 있었는데, 철창문을 열쇠로 여는 대가로 마리우스가 가지고 있는 돈 절반을 요구하기도 했다. 테나르디에는 장발장이 마리우스에게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그는 끝까지 갖가지 술수를 써서 돈을 뜯어내면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테나르디에는 마리우스에게 말했다. “포슐르방은 실제로는 장발장이다그런데 마리우스는 테나르디에를 통해 장발장이 준 지참금이 마들렌이라는 이름을 쓰면서 정상적으로 번 돈임을 알게되었다. 또 자신을 구해준 사람도 장발장임을 알게 되었다. 테나르디에의 고자질이 오히려 장발장의 명예를 회복시켜주었고, 생명의 은인이라는 사실도 알게 했다.

마리우스는 급히 코제트를 불러 장발장에게로 향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 장발장은 회복 불능 상태가 되었다. 장발장은 모든 사실을 마리우스와 코제트에게 알려주고 숨을 거두었다.

장발장은 평생을 두 가지에 쫓기면서 살다가 죽었다. 하나는 자기가 죄인이라는 죄책감에 쫓기면서 살았고, 다른 하나는 그를 추격하는 자베르 경위에게 쫓기면서 살았다. 자베르 경위는 폭동을 일으킨 공화파에 의해 체포되었다. 장발장이 마리우스를 구하기 위해 갔을 때 공화파는 자베르를 죽이려 하였다. 장발장은 자기가 죽이겠다고 하면서 몰래 자베르를 풀어주었다.

자베르는 하수구에서 마리우스를 들쳐메고 나오는 장발장과 만났고, 장발장의 요청으로 함께 마리우스를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장발장은 자베르에게 자신을 체포해도 좋다고 했지만, 자베르는 돌아서 센 강으로 갔다. 사적인 은혜를 따를 것인가, 공적인 임무를 다할 것인가를 놓고 심하게 갈등하다가 심적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센강에 투신하여 자살하였다. 그래서 장발장은 하나의 추격에서는 벗어났지만, 죄책감이라는 추격으로부터는 벗어나지 못했다.

미리엘 주교는 장발장을 용서하였지만, 자신으로부터는 용서를 받지 못하고 결국 죽음을 선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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