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이야기 ■/불교 입문

오계(五戒)

서원365 2009. 3. 24. 18:36

* 불교에 입문하고 열심히 수행한 사람들이 저지르기 쉬운 잘못이 있다. 열심히 공부하고 수행하다보면 나름대로 깨달았다는 자부심이 생긴다. 물론 자부심이라는 것 자체가 실은 아직 가야할 길이 많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깨달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동안의 수행을 멈춘다. 그러면서 계율이란 깨달음을 얻는 과정에서나 필요한 것이지 깨달음을 얻고 나면 계율 따위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기분 내키는 대로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살아간다.

 원효 대사의 무애행(無碍行)을 흉내 내기도 하고, 승찬 대사의 ≪신심명(信心銘≫을 곡해하여 단지 분별심만 내지 않고 그저 되는 대로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계율을 지킨다는 것은 단지 깨달음에로 가는 수단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계율 자체가 도달해야 할 삶으로서 목표이다.


1. 산 것을 죽이지 말라[不殺生:불살생]

 모든 것은 서로 관련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어떤 것도 독립되어 존재하는 것은 없다. 존재 자체가 관계의 다른 표현이다. 만약 그 관련성이 사라지면 존재도 사라진다. 모든 생명도 이와 같아서 서로 관련성을 맺고 있다. 이를 깨닫게 되면 저절로 모든 생명에 자비심을 가지게 된다.

 생명을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생명체를 괴롭혀서도 안 된다. 일체의 폭력을 행사해서도 안 된다. 그리하여 모든 생명들이 나름대로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도록 두는 것이 불살생(不殺生)이다. 벌레 한 마리, 풀 한 포기라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을 것인가?

 육식을 하는 것도 간접적으로 살생을 하는 것이다. 내가 고기나 어류를 먹지 않으면 그 만큼 그러한 것들이 덜 팔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수요가 줄어 살생을 덜 하게 만든다.

 불살생의 적극적 실천은 말할 것도 없이 잘 살도록 돕는 것이다.

 삼정육(三淨肉)이라는 것이 있다. 나를 위해 죽이는 것을 보지도 않았고, 나를 위해 죽였다는 것을 듣지도 않았고, 그렇게 했다는 의심도 들지 않는 고기를 삼정육이라고 한다. 그러한 고기는 먹어도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고기가 과연 있을 것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살아 있는 것을 직접 죽여서는 안 된다. 남을 시켜서 죽여서도 안 된다. 그리고 죽이는 것을 묵인해서도 안 된다. 난폭한 짓을 두려워하는 모든 생물에 대해서 폭력을 거두어야 한다.  ≪숫타니파타≫


2.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라.[不偸盜:불투도]

 도둑질하지 마라. 나아가서 주지 않는 남의 물건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 길에 떨어진 물건도 남이 가져가라고 허락한 물건이 아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가지면 안 된다. 강요를 하여 받는 것도 역시 이에 속한다. 상대방이 나에게 주었지만, 주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준 것이므로, 나의 입장에서 보면  훔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대구 팔공산 파계사에 간 적이 있다. 참배를 하고 절을 돌아본 뒤, 불교용품점에 들러 염주와 책을 구입하였다. 값이 1만 얼마였다고 기억한다. 아내가 돈을 내려고 1만원을 먼저 준 뒤 다시 잔돈을 찾기 위해 지갑을 만지고 있는데, 상점 주인이 2만원을 받은 것으로 착각하고 오천 원이 좀 넘는 거스름돈을 내주는 것이었다. 아내가 그게 아니고 잔돈을 우리가 더 내야한다며 잔돈을 꺼내 주인에게 주었다. 그때 내가 옆에서 농담으로 아내에게

 “그냥 받아가지고 가지 그랬어?”

라고 하니 그 주인이 미소를 지으면서

 “그것도 빚이에요. 나중에 이자까지 쳐서 갚게 됩니다.”

라고 하였다.

 주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지 어디에 있든지 그것을 가지지 말라. 남을 시켜 가지거나 남이 가지는 것을 묵인하지도 말라. 주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 가져서는 안 된다. ≪숫타니파타≫


3. 잘못된 성관계를 맺지 마라.[不邪淫:불사음]

 정당한 성관계가 아니면 맺지 마라는 것이다. 정당한 성관계가 무엇일까? 부부간의 성관계를 말한다. 부부 간의 성관계도 상대방이 싫어하는데 강제로 하려한다면 정당하지 않다. 두 사람이 서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 바른 성관계이다.

 그 외의 성관계는 모두 사음(邪淫)이다. 혼전 성관계도 그러하며, 매매춘 역시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성폭행은 아주 큰 죄악이다.

 슬기로운 사람은 음행을 피하라. 타오르는 불구덩이를 피하듯. 만인 不淫을 닦을 수 없더라도 남의 아내를 범해서는 안 된다. ≪숫타니파타≫


 

4. 거짓말을 하지 마라.[不妄語:불망어]

 사실이 아닌 말을 거짓말이라고 한다. 없었던 사실을 말하는 것, 있었던 사실을 없었던 것처럼 말하거나 왜곡하는 것 역시 거짓말이다. 그러나 사실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을 해치기 위해 하는 말 역시 망어(妄語)에 속한다. 또한 아첨하는 말도 역시 망어이다. 지나친 과장도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불망어(不妄語)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면 “참된 말을 하라.”가 된다.

 누구에게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남에게 거짓말을 시켜서도 안 된다. 또 남이 거짓말을 하는 것을 묵인해서도 안 된다. 모든 허망한 말을 하지 말라. ≪숫타니파타≫


5. 술을 마시지 마라.[不飮酒:불음주]

 술에 취하면 정신이 흐려진다. 그리하여 바른 판단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행동도 의지대로 되지 않아, 본의 아니게 남에게 피해를 줄 있다. 사람을 나태하게 만들어 생업에도 지장을 주고, 수행에도 방해가 된다. 또 함께 술을 마시면서 안주로 육류나 어류를 먹게 되어 간접적으로 살생을 하도록 만든다.

 술을 먹는 것이 나쁜 것이라면, 중독성 약물이나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물질을 섭취하는 것은 당연 더 크게 계율을 어기는 것이다.

 불음주(不飮酒)의 적극적 표현은 “깨어 있으라.”이다.

 또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이 가르침을 기뻐하는 재가 수행자는 남에게 술을 마시게 해도 안 된다. 남이 술 마시는 것을 묵인해도 안 된다. 술은 마침내 사람을 취하게 하고 미치게 하는 것임을 알라. ≪숫타니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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