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이야기 ■/한글 원각경

한글 원각경 보현보살장 제2

서원365 2010. 4. 11. 14:09

○ 보현보살장 제이

 이때 보현보살이 대중들 가운데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이마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돈 뒤 무릎을 땅에 대고 두 손을 모으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크게 자비로우신 세존이시여, 원컨대 이 법회의 모든 보살들과 말세의 모든 중생들이 대승을 수행하게 하기 위해 이 원각이 청정한 법계임을 듣고 어떻게 수행해야 합니까?』

『세존이시여, 보살과 중생이 모든 것이 허깨비(환) 같다는 것을 안 사람은 몸과 마음 역시 허깨비인데 어찌 허깨비로써 도리어 허깨비를 수행하겠습니까?

* 마음으로써 수행을 하는데 그 마음이 幻이라면 환으로써 환을 닦은 것이니 이게 무슨 말입니까? 즉 허깨비로 허깨비를 닦는 것 아닌가? 이런 뜻이다.

 만약 모든 허깨비와 같은 성품이 다 사라지면 마음이 없는 것이니 누가 수행을 하겠으며, 또 수행이 허깨비 같다고 말씀 하십니까?

* 만약 모든 환과 같은 성품이 다 사라지면 몸과 마음도 사라져 없는데 수행이 환과 같다고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무슨 수행이 필요한가?

 만약 모든 중생들이 본래부터 수행을 하지 않으면 생사 가운데 幻化에 머물러 그 자리가 환과 같은 경계임을 모를 것이니 妄想心을 어찌 해탈하겠습니까?』

* 妄想心 - 허깨비처럼 변화하는 경계를 실제로 착각하는 마음이며, 곧 무명에 둘러싸인 마음이다. 이로 인해 번뇌가 생긴다.

『원컨대 말세의 일체 중생을 위아여 주십시오. 어떤 방편을 지어서 차차 수행하여야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영원히 모든 환을 떠나게 하겠습니까?』

 이 말을 마치고 오체투지 하였는데 이와 같이 세 번을 청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선남자여, 그대들이 능히 모든 보살과 말세중생을 위해 보살이 환과 같은 삼매를 닦아 익힐 방편과 점차를 물어 중생으로 하여금 모든 환을 떠나게 하는구나.

 그대들은 이제 자세히 들어라. 마땅히 그대들을 위해 설명하겠다.』

 이때 보현보살은 가르침을 받들어 기뻐하였고, 모든 대중들이 조용히 들었다.

 

『선남자여, 모든 중생의 갖가지 幻化가 모두 여래의 원각 묘심에서 생겨나니, 허공의 꽃이 공중에서 생겨나지만 幻華가 비록 사라져도 허공의 성품이 깨지지 않는 것과 같다. 중생들의 幻心이 幻에 의해 사라지되 모든 幻이 사라져도 각심은 음직임이 없다.

 幻에 의지하여 覺을 설하는 것도 역이 幻이라 이름하며, 覺이 있다고 설하여도 오히려 幻을 떠나지 않은 것이다. 覺이 없다고 하는 것도 역시 이와 같으니, 그러므로 환이 사라지는 것을 움직임이 없다고 한다.』

* 圓覺(원각)은 텅빈 바탕이다. 이렇게 말하면 텅빈 바탕이라는 상을 새우게 되니 이 또한 허깨비이다. 원각에 착각으로 인해 갖가지 생각들이 일어나지만 이 모든 것이 幻이다. 환이 있다거나 없다거나 하는 것, 원각이 있다거나 없다거나 하는 것 역시 원각에 왔다갔다 하는 허깨비이다. 그러면 이러한 일체의 허깨비가 사라지면 어찌 되는가? 원각은 여전히 움직임이 없는 허공과 같은 본래 자리이다. 이를 여래의 원각묘심이라고 한다.

 

『선남자여, 모든 보살과 말세 중생이 마땅히 모든 幻化의 마음과 허망한 경계를 떠나야 한다. 멀리 떠나려는 마음을 단단히 가짐으로써 생긴 환과 같은 그 마음에서도 역시 벗어나야 하며, 벗어나려는 것 역시 환이 되니 역시 벗어나야 한다. 환을 벗어나는 것을 벗어나는 것 역시 벗어나서 벗어날 바가 없으면 곧 모든幻을 없애는 것이다.

 비유하면 불을 피울 때 두 나무로 서로 비벼 불이 생겨 나무가 다하면 재가 날리고 연기로 사라짐과 같다. 幻으로써 幻을 닦는 것도 역시 이와 같다. 모든 환이 사라지지만 아무 것도 없음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 《금강경》정신희유분에 뗏못의 비유가 나온다. 번뇌에 둘러싸인 이곳(此岸)에서 강을 건너 열반의 세계인 피안(彼岸)에 도달함에, 이 강을 건너기 위해 뗏목이 필요하나, 이미 건넌 사람에게는 뗏목도 더 이상 필요 없다. 삼매도 法도 모두 뗏목이다. 이미 피안에 도달한 사람에게는 뗏목도 뗏목을 모는 방법에 대한 생각도 강을 건너야 한다는 생각도 없다.

 

『선남자여, 환임을 안 것이 곧 떠남이니 따로 방편을 지을 필요가 없으며, 환을 떠남이 곧 깨달음이니 역시 점차로 수행할 것이 없다.

 모든 보살과 말세중생은 이에 따라 수행할지니 그러하면 모든 환을 영원히 떠날 수 있다.』

 

 그때 세존께서 이 뜻을 다시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보현이여 마땅히 알라.

 모든 중생들의 시작도 없는 허깨비와 같은 무명은

 모두 여래의 원각심에서 나와 생겨나왔다네.

 오히려 허공의 꽃이 허공에 의지해서 모양이 있지만

 허공의 꽃이 다시 사라지면 허공은 본래 움직이 없는 것처럼.

 모든 幻이 원각에서 나와 생겨 환이 사라져도 원각은 원만하여

 깨달는 마음은 움직임이 없다.

 만약 저 모든 보살과 말세 중생이 늘 환을 떠나면

 모든 환을 다 떠나리라. 나무 속에서 불이 생겨

 나무가 다 타면 불도 사라지는 것과 같이 깨닫고 보면 점차도 없고

 방편 역시 이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