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이야기 ■/한글 원각경

한글 원각경 보안보살장 제3

서원365 2010. 4. 11. 14:15

○ 보안보살장 제삼

 이때 보안보살이 대중들 가운데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이마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돈 뒤 무릎을 땅에 대고 두 손을 모으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자비로운 세존이시여, 이 법회의 모든 중생들과 말세의 일체 중생들을 위하여, 보살의 수행 점차를 설명하여 주십시오. 어떻게 사유하며 어떻게 머물러야 합니까? 중생이 깨닫지 못했으니 어떤 방편을 지어야 널리 깨닫게 하겠습니까?

* 질문 요지는 어떻게 사유하고 머물러야 하는가이다.

 세존이시여, 만약 저 중생이 바른 방편과 바른 사유가 없이 여래께서 이런 삼매를 설하시는 것을 듣는다면, 마음이 미혹하고 번민하여 원각에 깨달아 들 수 없을 것입니다. 자비심을 내시어 우리들과 말세 중생들을 위하여 임시로 방편을 설하여 주십시오.』

* 임시로 방편을 설명한다고 하는 이유는 그 방편 역시 실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말을 마치고 오체투지 하였는데 이와 같이 세 번을 청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보안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선남자여, 그대들이 모든 보살과 말세 중생들을 위해 여래의 수행 점차와 사유하고 머무르는 것, 임시로 설한 가지가지 방편을 묻는구나.

 그대들은 이제 자세히 들어라. 마땅히 그대들을 위해 설명하겠다.』

 이때 보현보살은 가르침을 받들어 기뻐하였고, 모든 대중들이 조용히 들었다.

『선남자여, 새로 배우는 보살과 말세 중생이 여래의 깨끗한 원각심을 구한다면 마땅히 正念(정념)으로 모든 幻(환)을 떠나야 한다.

 먼저 여래의 사마타행에 의지하여 계율을 굳게 지니며, 편안하게 대중과 함께 생활하고 조용한 방에 편안히 앉아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 사마타 - 뒤에 설명이 나온다.

* 원각이란 누구나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환에 가려 그것이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그러므로 여래의 청정한 원각심을 구한다고 하지만, 환이 사라지면 저절로 원각을 이루게 된다.

* 戒(계)를 지니고 정을 이루며 定(정)을 이루어 慧(혜)를 이룬다.

지금 나의 몸은 사대가 합쳐진 것이니, 머리카락과 털, 손톱, 이빨, 피부, 살, 근육과 펴, 뇌수 등 만져지는 모든 것은 땅으로 돌아가고, 침과 눈물, 고름, 피, 몸에 들어 있는 액체, 거품, 정액, 대소변 등의 액체 성분은 모두 물로 돌아간다.

 따뜻한 기운은 불로 돌아가고 움직이는 것들(호흡 같은 것)은 바람으로 돌아간다.

 사대가 각각 떨어지면 지금의 몸이 어디에 있는가?“ 이 몸이 필경 실체가 없으며 모여서 상을 이루니 실로 허깨비 꽃과 같음을 알 것이다.』

* 우주의 기본적 요소를 4대로 보고 있다. 몸은 4대가 만나 임시로 형성된 것이며, 한시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한다. 즉 실체가 없다. 그런데 지수화풍 역시 실체가 있는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물이라고 하는 것을 예로 들어보자. 물은 H2와 O2가 만나서 만들어진 것이며, 산소 역시 핵과 전자로 결합되어 있다. 핵은 중성자와 양성자로 되어 있으며, 중성자나 양성자 역시 더 작은 것들로 결합되어 있다. 이렇게 해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의 알갱이를 소립자라고 하는데, 과연 이 소립자가 존재하는가에 대해 의문시 되고 있다. 불교에서는 그런 실체적인 소립자는 없다고 본다. 모든 것은 관계 지어짐(인연)일 뿐이다.

 

『4연이 임시로 합하여 헛되이 6근이 있게 되며, 6근과 4대가 안팎에서 합하여 몸이 이루이지면 허망하게 기운이 그 가운데 쌓여 인연의 모습이 있는 듯하니 마음이라고 한다.

 선남자여, 이곳의 허망한 마음은 만약 6진이 없다면 있을 수 없으며, 4대가 나누어지면 얻을 수 있는 6진도 없어 그 가운데 육진 경계가 각각 흩어져 사라지면 볼 수 있는 마음이란 없다.』

* 6근 - 眼耳鼻舌身意 6진 - 色聲香味觸法(六境) 6근이 6진을 만나 六識을 이룬다.

* 여기서 마음이란 생각들을 말한다.

『선남자여, 저 중생의 허깨비 같은 몸이 사라지므로 허깨비 같은 마음 역시 사라진다, 허깨비 같은 마음이 사라지므로 허깨비 같은 경계도 사라지며, 허깨비 같은 경계가 사라지므로 허깨비 같은 것이 사라짐도 사라진다. 허깨비 같은 것이 사라짐도 사라지므로 허깨비가 아닌 것은 사라지지 않으니 비유하면 거울에 먼지가 사라지면 밝음이 드러나는 것과 같다.』

 

『선남자여, 몸과 마음이 모두 허깨비 같은 티끌이니 티끌이 말끔히 사라지면 모든 것이 청정함을 알라. 선남자여, 비유하면 깨끗한 마니주에 오색이 비쳐 방향에 따라 드러나니, 모든 어리석은 자들이 저 마니주를 보고 실제로 오색이 있다고 하는 것과 같다.

 선남자여, 원각의 청정한 성품이 몸과 마음에 나타나되 중생들의 종류에 따라 반응하지만 어리석은 자들은 청정한 원각이 실제로 身心 자체 모습 같다고 말을 하는 것도 이와 같은 것이다.』

 이 때문에 허깨비 같은 꽃을 멀리하지 못하니, 이르므로 내가 身心을 허깨비 같은 티끌이라고 하는 것이다. 허깨비 같은 티끌을 떠난 것에 대해 보살이라고 하니, 티끌이 다하고 경계가 사라져 상대할 티끌이 없으면 뭐라고 이름을 붙일 수 없다.』

* 원각에 나타난 신심을 원각 그 자체로 생각하여 여기에서 떠나지 못한다. 만약 모든 幻이 사라지면 텅 비어 뭐라고 이름을 붙일 수 없다. 이를 《반야심경》에서는 空이라고 하였다.

 

『선남자여, 이 보살과 말세 중생이 모든 것이 허깨비임을 증득하여 허상을 여의었기 때문에, 그때 곧 모나지 않는 청정함을 얻는다.』

 가없는 허공은 각에서 나온 것이다. 覺이 막힘없이 밝으니 드러난 마음도 청정하다. 마음이 청정하니 見塵이 청정하고, 봄이 청정하니 眼根이 청정하다. 근이 청정하므로 眼識이 청정하고 식이 청정하니 聞塵이 청정하다. 들음이 청정하니 耳根이 청정하고 근이 청정하니 耳識이 청정하다. 식이 청정하니 覺塵이 청정하다. 이와 같이 鼻舌身意도 역시 이와 같다.

* 塵이란 감관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말한다. 감관을 根이라고 한다. 근이 진을 만나 일으키는 것을 識이라고 한다. 청정하다고 함은 물들지 않았다는 것이니 있는 그대로를 말한다. 있는 그대로는 이미 앞에 나왔듯이 空이다. 각종 망상들이 幻을 일으키니 이를 染이라고 한다.

 선남자여, 감관이 청정하므로 눈에 보이는 대상이 청정하고, 눈에 보이는 대상이 청정하므로 들리는 대상이 청정하며, 냄새와 맛과 촉각과 의식의 대상 역시 이와 같다.

 선남자여, 6진이 청정하므로 地大가 청정하며 지대 청정하므로 水大기 청정하며 火大와 風大 도 역시 이와 같다. 선남자여 4대가 청정하므로 12처와 18계와 25有가 청정하다.』

* 12처 - 6진과 6근, 여기에 6식을 더하여 18계라고 한다.

* 25유 - 4악취(지옥, 아귀, 축생, 수라),4洲(동승신주, 남섬부주, 서우화주, 북구로주), 6欲天(4왕천, 도리천, 야마천, 도솔천, 낙변화천, 타화자재천), 초선천, 대범천, 제이선천, 제삼선천, 제사선천, 무상천, 정거천, 4무색계(공무변천, 식무변처천, 무소유천, 비상비비상처천)

 

『선남자여 저것이 청정하므로 10력과 4무소외와 4무애지와 불18불공법과 37조도품이 청정하며, 이와 같이 8만4천 다라니문이 모두 청정하다.』

* 十力 : 1) 이치에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는 능력 2) 선악의 행위와 그 과보를 아는 능력 3) 모든 선정에 능숙한 것 4) 중생의 능력이나 우열을 아는 능력 5) 중생의 여러 가지 뛰어난 판단을 아는 능력 6) 중생의 여러 가지 품성을 아는 능력 7) 어떠한 수행을 하면 어떠한 경지에 이르는가를 아는 능력 8) 중생의 전생을 아는 능력 9) 중생이 죽어 어디에 태어나는가를 아는 능력 10) 번뇌를 모두 소멸시키는 능력

* 四無所畏 : 모든 것을 알고 계시므로 생각하시는 바를 그대로 설함에 두려움이 없는 마음, 미혹이 없는 마음으로 가르침을 설하시므로 일절 두려움이 없는 마음, 장애가 되는 것이 있으면 대중 앞에 사실대로 밝혀 모든 장애를 제거하는 데 두려움이 없는 마음, 모든 인간의 괴로움을 없애는 길을 설하시는 데 두려움이 없는 마음

* 四無碍 : 가르침의 내용이 완전무결하고 누구에게나 타당한 법무애(法無碍), 가르침의 설명이 완전무결하여 누구나 이해하게 하는 의무애(義無碍), 가르침을 설하는데 가장 적절한 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여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사무애(辭無碍), 가르침을 설하는데 남이 감사하건 미워하건 비웃건 욕하고 때리고 목숨까지 빼앗아도 언제자 고맙고 기쁜 마음으로 설법하는 요설무애(樂說無碍)

* 여러 가지 말이 많으나 일체청정이라는 말로 다 나타낼 수 있다.

 

『선남자여, 모든 실상의 성품이 청정하므로 한 몸이 청정하고, 한 몸이 청정하므로 많은 몸이 청정하며, 많은 몸이 청정하므로 온 세계 중생의 원각이 청정하다.

* 一切實相 - 실상이라고 하니 고정된 실체로서의 모습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상이 없음을 가리켜 실상이라고 한다.

 선남자여, 한 세계가 청정하니 많은 세계가 청정하고, 많은 세계가 청정하니 이와 같이 허공을 다하고 삼세를 두루 감싸 안으며 일체가 평등하고 청정하여 부동하다.

 선남자여, 허공이 이와 같이 평등하고 부동하니, 각성이 평등 부동한 것임을 알라. 4대가 부동하니 각성이 평등 부동한 것임을 알라. 이와 같이 8만 4천 다라니문이 평등 부동하니, 각성이 평등 부동한 것임을 알라.』

* 원각이 본래 평등하고 부동하다. 여기서는 허공과 4대와 8만4천 다라니문이 평등 부동한 것을 미루어 각성이 평등 부동한 것임을 알라고 하고 있다.

『선남자여, 각성이 두루 가득하여 청정 부동하여 끝이 없으므로 육근 법계 두루 가득함을 알라. 根이 두루 가득하므로 육진이 법계에 두루 가득함을 알라. 塵이 두루 가득하므로 사대가 법계에 두루 가득하고 다라니문이 법계에 두루 가득함을 알라.

* 각성이 어느 한 곳에 국한되어 편만하지 못하면 이는 각이 아니다. 각성이 遍滿하므로 육근에 染이 없으며, 육근이 청정하므로 육진이 청정하다. 모든 것이 청정하고 부동하다.

 선남자여, 저 묘각의 성품이 두루 가득하므로 根性과 塵性이 서로 허물거나 섞이지 않으며, 근성과 진성이 서로 허물지 않으므로 다라니문이 허물어지거나 섞이지 않는다. 이는 마치 수많은 등불이 한 방을 비추어 그 빛이 두루 가득하지만 서로 허물거나 섞이지 않는 것과 같다.』

* 등불 빛 하나하나가 다른 불빛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방을 두루 비추는 것과 같이 모든 각성이 법계에 두루 가득하지만 서로 허물거나 섞이지 않는다.

 

『선남자여, 각을 성취하므로 보살은 법에 속박되지 않으며, 법을 벗어나려고도 하지 않으며, 생사를 싫어하지도 않으며 열반을 사랑하지도 않으며 계율을 지킴을 공경하지도 않고, 금계를 허무는 것을 미워하지도 않으며 구습을 중히 여기지도 않으며 처음 배우는 사람을 업신여기지도 않음을 알라. 왜냐하면 일체가 각인 까닭이다.

 비유하면 눈빛이 앞을 비추되 그 빛이 원만하여 미움과 사랑이 없음과 같으니, 왜냐하면 빛의 실체는 둘이 아니며 미움과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 빛은 그냥 비출 뿐이다. 사물을 가려서 좋아하는 것은 많이 비추고 싫어하는 것은 비추지 않고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각성도 이와 같아 일체를 幻으로 보니 생을 취하고 사를 버리는 등을 하지 않는다.

 

『선남자여, 이 보살과 말세 중생이 이 마음을 닦아 성취하면, 닦을 것도 없고 성취한 것도 역시 없으니, 원각이 두루 비추어 적멸과 둘이 아니다. 그 가운데 백천만억 아승지 불가설 항하사 제불 세계가 허공의 꽃처럼 어지러이 일어나고 사라진다. 이는 원각 자체도 아니고 아님도 아니어서 여기에 속박되지도 않고 벗어나지도 않는다. 처음 중생이 본래 성불임을 알면 생사와 열반이 어제 밤 꿈과 같다.』 _

* 원각이 없으면 空華가 일어날 자리도 없다. 공화는 원각은 아니지만 원각을 떠나 있지도 않다. 무명 중에 생사가 있고 생사가 있으므로 열반도 있다. 그러나 깨닫고 보면 생사가 없으며 생사가 없으니 열반도 없다.

 

『선남자여, 어젯밤의 꿈과 같으므로 생사와 열반이 일어남도 없고 사라짐도 없으며, 옴도 없고 감도 없다. 증득된 원각이 얻음도 없고 잃음도 취함도 버림도 없다. 증득하는 자도 지음도 멈춤도 맡김도 사라짐도 없다. 이를 깨달은 중에는 주체도 대상도 없고 필경에는 증득할 바도 없고 증득할 자도 없으니 일체의 법성이 평등하고 허물어지지 않는다.』

* 깨달음이란 원각이 허공과 같음을 깨닫는 것이니, 거기에 무엇인가 얻을 것이 있다면 그것 역시 幻이다.

 

『선남자여, 저 모든 보살들이 이와 같이 수행하고 이와 같이 점차하며 이와 같이 사유하고 이와 같이 머무르며 이와 같이 방편을 쓰며 이와 같이 깨닫고 이와 같은 법을 구하면 또한 미혹하거나 어둡지 않을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고자 게송을 설하셨다.

보안이여 그대는 마땅히 알라.

일체의 모든 중생의 몸과 마음이 허깨비와 같으니

몸은 사대에 속하고 마음은 육진에 돌아간다.

사대의 바탕이 각각 나누어지니 누가 이를 모을 것인가?

이와 같이 차차 수행하면 일체가 다 청정하리라.

움직임이 없이 법계에 고루 걸림이 없어 작지임멸이 없다.

또한 증득할 자도 없다, 일체의 불세계가

오히려 허공의 꽃과 같으니 삼세가 다 평등하고

필경에는 오고 감도 없으며 초발심자와 보살

및 말세 중생이 불도에 들고자 한다면

마땅히 이와 같이 수행하라.

* 작지임멸 - 제10장에 설명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