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이야기 ■/한글 원각경

한글 원각경 청정혜보살장 제6

서원365 2010. 4. 11. 14:39

○ 청정혜보살장 제육

 이때 청정혜보살이 대중들 가운데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이마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돈 뒤 무릎을 땅에 대고 두 손을 모으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크게 자비로우신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위해 이와 같이 불가사의한 일을 널리 설하시니, 본래 본 바도 없고 들은 바도 없습니다.

우리들은 지금 부처님의 좋은 가르침을 널리 입어 심신이 태연하며 큰 이익을 얻었으나, 여기 온 일체 중생을 위해 법왕의 원만 각성을 다시 설하여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중생들과 모든 보살과 부처님께서 증득한 것이 어떻게 차별이 있습니까?

말세중생으로 하여금 이 성스러운 가르침을 듣고 수순하여 깨닫고 점차 열반에 들게 하여주십시오.』

 이 말을 마치고 오체투지 하였는데 이와 같이 세 번을 청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청정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선남자여. 그대들이 모든 보살과 말세 중생들을 위해 여래의 점차 차별을 간청하여 물으니 그대는 지금 자세히 들어라. 마땅히 그대를 위해 설명하겠다.』

 그때 청정혜보살이 가르침을 기쁘게 받들고 모든 대중들과 조용히 들었다.

 

『선남자여, 원각의 자성은 性이 아닌데 性이 있어 모든 性을 따라 일어나니 취하거나 증득할 것이 없으나 실상 중에는 실로 보살과 모든 중생이 없다.

* 거울 그 자체는 아무런 영상이 없지만 물건을 비추면 모든 그림자가 비춘다. 그 처럼 원각 그 자체에는 규정지을 만한 아무런 것이 없지만 인연이 닿으면 그 인연에 따라 온갖 것이 일어난다. 그러나 그 일어난 것은 실체가 없는 幻化이므로 취할 것이 없고 환화임을 깨닫고 나면 그 즉시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취할 것도 증득할 것도 없다. 보살이나 중생이란 幻化이니 이 환화가 걷히면 곧 부처요, 모두가 평등한 것이다. 평등하다고 하나 평등이라고 할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보살과 중생이 모두 허깨비 같은 변화(幻化)이니 幻化는 취하고 증득할 것이 없다. 비유하면 眼根이 스스로 눈을 보지 못함과 같으니 원각성은 스스로 평등하나 평등이라고 할 무엇은 없다.

 중생이 미혹하고 전도되어 모든 幻化를 여의지 못하여 멸하고 멸하거나 멸하지 못하는 허망한 노력(妄功用) 가운데 차별이 있는 것이다.

* 妄功用 - 왜 허망한 공용이라고 하였는가? 幻化란 착각 속의 虛相 이니 사실은 멸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幻이라고 깨달으면 그 뿐이다.

만약 여래의 적멸수순을 얻었다면 적멸도 적멸할 자도 없다.』

* 주체와 객체가 분리된 곳에서는 없앨 주체가 있고 사라질 객체가 있다. 그러나 적멸처는 주객이 일여이니 이렇게 말한다.

 

『선남자여, 일체 중생이 시작도 없는 때부터 망상의 나와 그런 나를 사랑함을 말미암아 생각 생각이 나고 사라짐을 알지 못하는 까닭에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켜 五欲에 탐착한다.

* 五欲 - 色聲香味觸의 대상을 실체로 보고 매달리는 色欲, 聲欲, 香欲, 味欲, 觸欲

 만약 좋은 벗이 가르쳐 청정한 원각성을 깨달는 것을 만나면 일어나고 사라짐을 밝히 드러나 곧 이 삶의 성품이 수고로운 사려(勞慮)임을 알게 되리라.

 만약 또 어떤 사람이 勞慮를 영원히 끊어 법계의 청정함을 얻으려 하면 그 청정하다는 견해가 스스로 장애가 되므로, 원각에 자재하지 못하니 이를 범부가 각성에 수순한다고 한다.

 선남자여, 일체보살의 견해가 장애가 되니 비록 견해의 장애를 끊었다고 해도 오히려 깨달음을 봄에 머무르면, 장애를 깨달았다는 것이 장애가 되어 자재하지 못한다. 이를 보살이 근본 자리에 들지 못하여 각성에 수순한다고 한다.

 선남자여, 비춤이 있거나 깨달음이 있는 것을 모두 장애라고 한다. 그러므로 항상 깨닫되 머무름이 없어 비춤과 비춰지는 것이 동시에 적멸하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자기 머리를 자른다면, 이미 머리가 잘려졌기 때문에 자를 자도 없는 것과 같다. 장애의 마음으로써 스스로 모든 장애를 없애버리면 장애가 이미 끊어져 사라졌으므로 장애를 멸하는 것도 없다.

 경의 가르침에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같다고 가르치니, 만약 다시 달을 보면 가리키는 손가락이 필경 달이 아님을 알 것이다. 모든 여래가 갖가지 말로써 보살에게 열어 보임도 이와 같다. 이를 보살이 이미 본 자리에 들어 각성에 수순한다고 한다.』

 

『선남자여, 모든 장애가 곧 구경각이요, 얻었다는 생각과 잃었다는 생각이 해탈 아님이 없으며 법을 이룸과 법을 부숨이 모두 열반이다. 지혜와 어리석음이 통틀어 반야가 되고, 보살과 외도가 성취한 법이 동시에 보리가 되며 무명과 진여가 다른 경계가 아니다. 모든 계․정․혜와 음․노․치가 모두 범행이며, 중생과 국토가 같은 법성이요 지옥과 천궁이 모두 불국토이다. 성품이 있거나 없거나 함께 불도를 이루고 일체 번뇌가 필경 해탈이며 법계바다의 지혜 모든 相을 비추니 오히려 허공과 같다. 이를 여래가 각성에 수순한다고 한다.』

* 法界海慧 照了諸相 猶如虛空 - 이 말이 핵심이다. 모든 것이 허공과 같아 분별이 사라졌으니 이를 여래의 각성이라고 한다.

 

『선남자여, 다만 모든 보살과 말세중생이 항상 망념을 일으키지 말며, 모든 망심에서 그것을 쉬어 멸하려 하지 말며, 망상의 경계에 머물러 알려고도 하지 말며, 알 것이 없음에서 진실을 분별하지 말라. 저 모든 중생들이 이 법문을 듣고 믿고 이해하고 받아 지녀 놀라고 두려운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이를 각성에 수순한다고 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그대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와 같은 중생들은 이미 백천만억 항하사 수만큼 많은 부처님과 대보살에게 공양을 하여 많은 덕의 근본을 심었으니 부처님께서는 ‘이 사람들은 모든 갖가지 지혜를 성취하였다.’고 하신다.』

 그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고자 게송을 설하셨다.

 청정혜보살이여 마땅히 알라.

 원만한 보리의 성품은 취할 바도 없고 증득할 바도 없으니

 보살과 중생이 없다. 깨닫거나 깨닫지 못한 때에

 점차로 차별이 있다. 중생은 견해가 장애가 되고

 보살은 깨달음을 떠나지 못한다. 본 자리에 들어 영원히 적멸하면

 일체 상에 머무름이 없이 대각이 다 원만하니.

 두루 수순한다 한다. 말세의 모든 중생이

 마음에 허망함을 내지 않으면 부처님은 이 사람을 가리켜

 현세에 곧 보살이라 하시네. 항하수 만큼 많은 부처님께 공양하여

 공덕이 이미 원만하니 비록 많은 방편은 있으나

 모두 수순하는 지혜라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