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이야기 ■/잡아함경

견경 - 무기

서원365 2013. 1. 12. 07:32

 무기

  어느 때 부처님께서 슈라바스티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때 집을 나온 어떤 바차족 사람은 세존께 나아가 서로 문안하고 한 쪽에 물러앉아 여쭈었다.

  “고타마님, 고타마께서는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씀하십니까? 곧 ‘세상은 영원하다.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하다.’고 말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그렇게 보고 그렇게 말하여, ‘세상은 영원하다.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하다.’고 하지 않는다.”

 

  “고타마님, 고타마께서는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씀하십니까?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 또한 영원하기도 하고, 영원하지 않기도 하다. 또는 영원한 것도 아니요, 영원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또는 끝이 없다. 또는 끝이 있기도 하고, 끝이 없기도 하다. 또는 끝이 있는 것도 아니요, 또는 끝이 없는 것도 아니다. 또는 명(命)자는 곧 몸이다. 또는 명자와 몸은 다르다. 또는 여래는 후생이 있다. 또는 후생이 없다. 또는 후생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또는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다.’고 말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그렇게 보고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그때 바차는 말했다.

“고타마께서는 그런 소견에서 어떤 잘못을 보기에 그런 소견을 일체 말하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누가 ‘세상은 영원하다.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하다.’고 한다면 그것은 뒤바뀐 소견이요, 관찰한다는 소견, 흔들리는 소견, 더러운 소견, 결박하는 소견, 괴로운 소견, 걸리는 소견, 번민하는 소견, 애타는 소견으로서, 그는 그 소견에 얽매인다. 그래서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는 미래 세상에서 생, 노, 병, 사와 근심, 슬픔, 고통, 번민이 생긴다.

 

  또 바차여, 누가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 또한 영원하기도 하고, 영원하지 않기도 하다. 또는 영원한 것도 아니요, 영원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또는 끝이 없다. 또는 끝이 있기도 하고, 끝이 없기도 하다. 또는 끝이 있는 것도 아니요, 또는 끝이 없는 것도 아니다. 또는 명(命)자는 곧 몸이다. 또는 명자와 몸은 다르다. 또는 여래는 후생이 있다. 또는 후생이 없다. 또는 후생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또는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다.’고 한다면, 그것은 뒤바뀐 소견이요, 관찰한다는 소견, 흔들리는 소견, 더러운 소견, 결박하는 소견, 괴로운 소견, 걸리는 소견, 번민하는 소견, 애타는 소견으로서, 그는 그 소견에 얽매인다. 그래서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는 미래 세상에서 생, 노, 병, 사와 근심, 슬픔, 고통, 번민을 받는다.”

 

  바차는 여쭈었다.

  “그렇다면 고타마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래는 이미 다 보았다. 바차여. 여래의 소견은 이른바 ‘이것은’ 괴로움이다. ‘이것은’ 괴로움의 모임이다. ‘이것은’ 괴로움이 사라지는 길이다고 본다. 이렇게 알고 보았기 때문에 여래는 일체의 다른 소견들과 일체의 ‘나’와 ‘내것’이라는 소견, ‘나’라는 거만과 얽매임을 끊고, 그것들을 떠나 고요하고 시원하고 진실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탈한 비구에게는 난다도 하여도 옳지 않고, 나지 않는다고 하여도 옳지 않다.”

바차가 말했다.

 

 “고타마님, 어찌하여 난다도 하여도 옳지 않고, 나지 않는다고 하여도 옳지 않다고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그대에게 물을 것이니 마음대로 대답하라. 바차여. 어떤 사람이 네 앞에서 불을 사르는 것과 같다. 너는 그 불이 타는 것을 보겠는가. 또, 네 앞에서 불이 꺼지면 너는 그 불이 꺼지는 것을 보겠는가?”

  “봅니다. 고타마님.”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사람이 너에게 ‘아까는 불이 탔는데 지금은 어디 있는가, 동방으로 갔는가, 혹은 서방, 남방, 북방으로 갔는가?’라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고타마님, 만약 누가 와서 그렇게 묻는다면 저는 ‘내 앞에서 불이 탄 것은 섶이 있었기 때문에 탔다. 만약 섶을 대어주지 않는다면 불은 곧 사라져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동방이나 서방, 남방, 북방으로 갔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대답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도 또한 그와 같이 말한다. 해탈한 비구는 몸은 이미 끊어진 줄을 알고, 느낌, 생각, 행, 의식도 이미 끊어진 줄을 안다. 그래서 그에게는 그 근본을 끊은 것은 이미 탈라나무 대강이를 끊은 것과 같아서 다시는 일어날 거리가 없어, 앞으로는 그러한 것들이 그에게 영원히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그가 동방이나 서방, 남방, 북방으로 갔다고 하면 그것을 옳지 않다. 그것은 매우 깊고 넓고 크며, 한량이 없고 셈할 수 없어, 영원히 사라진 것이다.”

-이하 생략-

《잡아함경》의 <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