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이야기 ■/잡아함경

순타경 - 자기와 법을 의지함

서원365 2013. 2. 15. 16:59

자기와 법을 의지함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자그리하성 칼란다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그 때 사리푸트라 존자는 마가다의 나알라 마을에서 병으로 열반하였다. 춘다 사미가 그를 간호하고 공양하였었는데, 사리푸트라 존자가 병으로 열반하자, 사리(舍利)를 수습해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라자그리하로 가서, 가사와 발우를 챙기고 발을 씻은 뒤에, 아난다 존자가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아난다 존자의 발에 예배하고 나서, 한쪽에 물러서서 말했다.

 

 “존자님, 아십시오. 저의 화상 사리푸트라 존자께서는 이미 열반하셨습니다. 저는 그분의 사리와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러자 존자 아난은 순타 사미의 말을 듣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님, 저는 지금 온 몸을 가눌 수 없고, 사방이 캄캄하고 아득하며, 말문이 막혀버렸습니다. 순타 사미가 제게 찾아와 '화상 사리불이 이미 열반하tu서, 그 분의 사리와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왔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아난다야, 그 사리푸트라가 받은 계율들을 가지고 열반하였느냐? 선정들, 지혜들, 해탈들, 해탈지견들을 가지고 열반하였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님.”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면 저 법(法)을 내 스스로 깨달아 등정각(等正覺)을 이루고서 말한 이른바 네 가지 일념하기[四念處], 네 가지 바른 노력[四正斷], 네 가지 신족[四如意足], 다섯 가지 뿌리[五根], 다섯 가지 힘[五力], 일곱 자기 깨댤음 요소[七覺支] 여덟 가지 바른 길[八道支]를 가지고 열반하였느냐?”

 

 “아닙니다. 그러나 세존님, 비록 받은바 계들로부터 나아가서 도품(道品)의 법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도 가지고 열반하진 않으셨지만, 사리푸트라 존자께서는 계를 지니고 많이 들었으며,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아셨고, 항상 세간을 멀리하며 수행하고, 방편으로 꾸준히 힘썼으며, 생각을 거두어 편안히 머물고, 한마음으로 선정에 들어, 민첩하고 날랜 지혜[捷疾智慧], 깊고 날카로운 지혜[深利智慧], 초월하는 지혜[超出智慧], 분별하는 지혜[分別智慧], 큰 지혜[大智慧], 넓은 지혜[廣智慧], 매우 깊은 지혜[甚深智慧], 비할 바 없는 지혜[無等智慧]의 보배를 성취하셔서, 보이고 가르치며, 비추고 기쁘게 하며, 잘 칭찬하면서 대중을 위해 설법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세존님, 저는 법을 위하고 법을 받는 이를 위해서 근심하고 괴로워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말라. 왜냐하면, 생긴 법이나 일어난 법, 지어진 법, 만든 법은 무너지고야 마는 법이니 어떻게 무너지지 않을 수 있겠느냐? 아무리 무너지지 않게 하려한들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전에 이미 말한 것처럼, 사랑스러운 모든 사물과 마음에 드는 것 등 일체의 것들은 다 어긋나고 이별하게 되는 법으로서 늘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다.

 

 비유하면 큰 나무의 뿌리와 줄기, 가지, 잎, 꽃, 열매가 무성한 데서 큰 가지가 먼저 부러지는 것처럼, 큰 보배산에서 큰 바위가 먼저 무너지는 것처럼, 여래의 대중 권속에서 저 큰 성문이 먼저 반열반(般涅槃)한 것이다.

만일 그 곳이 사리푸트라가 머물고 있던 곳이면, 그 곳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없었다. 그처럼 그곳에서 나는 공허하지 않았으니, 그건 사리불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내가 이미 그에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아난다야, 내가 말했듯이 사랑스럽고 갖가지 마음에 드는 것들은 다 이별하기 마련인 법이니, 너는 이제 너무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말라.

아난다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여래 또한 오래지 않아 가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다야, 마땅히 자기를 섬으로 삼아 자기를 의지하고,[自燈明 自歸依] 법을 섬으로 삼아 법을 의지하며, [法燈明 法歸依] 다른 것을 섬으로 삼지 말고, 다른 것을 의지하지 말라.”

 

 아난다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님, 어떤 것이 자기를 섬으로 삼아 자기를 의지하는 것입니까? 어떤 것이 법을 섬으로 삼아 법을 의지하는 것입니까? 어떤 것이 다른 것을 섬으로 삼지 않고 다른 것에 의지하지 않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라면 몸을 몸 그대로 관찰하여 머무는 방법으로 방편으로 꾸준히 힘써, 바른 지혜[正智]와 바른 기억[正念]으로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항복 받아야 한다. 이와 같이 바깥의 몸과 안팎의 몸, 느낌, 마음도 마찬가지며, 법을 법 그대로 관찰하여 머무는 염처에 있어서도 또한 이와 같다.

아난다야, 이것을 자기를 섬으로 삼아 자기를 의지하고, 법을 섬으로 삼아 법을 의지하며, 다른 것을 섬으로 삼지 말고 다른 것을 섬으로 삼아 의지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잡아함경》의 <순타경(純陀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