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동사니 ■/신 화

수메르 신화

서원365 2013. 6. 5. 09:03

수메르 신화

 

  섀뮤얼 노아 크레이머 지음/박성식 번역의《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History begins at Sumer)》는 39가지의 주제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인류 역사의 시작이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면서, 39가지 문화가 수메르에서 최초로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그가 주장한 근거 자료는 수메르 지역에서 발굴된 쐐기문자가 적혀 있는 수많은 점토판이다. 섀무얼 노아 크레이머는 점토판 해석의 세계적인 전문가이다. 그가 주장한 세계 최초라는 것은 물론 다른 지역 문명을 연구하여 내린 결론은 아닐 것이다. 예를 들면 중국의 고대문명이나, 인도의 고대문명을 그가 연구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예를 들면 수메르에서 최초의 학교가 만들어졌고,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지만, 《大學》의 서문을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융성했던 삼대에는 그 법이 점점 갖추어졌으니, 그러한 뒤에 왕궁과 수도로부터 마을에 이르기까지 학교가 없는 곳이 없어, 8세가 되면 왕공(王公)과 서인의 자제 모두 소학교에 들어가서….” 여기서 삼대(三代)라 함은 하․은․주(夏․殷․周)를 말하는 것이니 하나라 때 이미 학교제도가 있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서남아시아와 유럽 지역에서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선구가 되었고, 그것이 주변 지역에 영향을 주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신화 역시 수메르 신화가 주변 지역에 영향을 주어 그 지역의 신화와 종교 형성에 큰 역할을 하였다. 위의 책은 수메르 신화를 주제로 한 것은 아니지만, 이 책 곳곳에 실려 있는 신화에 대한 기술을 종합하여 여기에 기록해둔다.

 

1. 우주론

 수메르인들은 우주를 안키(하늘과 땅)이라고 불렀다. 땅은 평평한 원반이고 하늘은 둥근 아치 모양에 단단한 표면으로 위아래가 막힌 속인 빈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하늘과 땅 사이에는 일이라고 부르는 물질이 있었다. 일은 바람(공기, 생명, 영혼)이며, 운동과 팽창의 특징이 있다. 해와 달과 행성과 별은 대기와 같은 재료로 만들어졌으나, 빛을 발산하는 성질을 부여 받았다.

  그들은 최초의 원인이자 최고의 원동력을 바다(여신 남무, 하늘과 땅을 낳은 어머니)라고 생각하였다. 태초의 바다는 하늘과 땅의 산인 우주를 낳았다. 그것들을 결합시켰다. 그리고 하늘(안)과 땅(키)이 갈라지는 동안 팽창하고 움직이는 것이 대기(엔릴)이다. 안은 하늘을 갖고, 엔린은 땅을 가졌다. 대기로부터 해(우투)와 달(sin 또는 난나)과 행성과 별들이 형성되었다. 엔린과 키의 결합으로 땅은 식물과 동물, 인간, 문명의 성립의 무대가 되었다.

* 태초가 남무 즉 바다라는 생각은 그대로 주변 신화에 영향을 주었다.

《창세기》 1장 1 ~ 2절 :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였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였다.

 

  그리고 해의 신 우투와 비너스에 해당하는 이난나는 늘 달의 신의 자녀로 표현된다.

 수메르인들은 살아있는 신들의 존재를 당연시하였다. 이들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으나 초인적이고 불멸의 존재들로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잘 짜인 계획과 율법으로 우주를 통제하고 인도해나갔다.

  수메르인들은 대지와 도시, 궁전과 신전, 경작지, 농장, 그 외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살아있는 것들에 의해 보살펴지고 관리되고 인도되고 통제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살아있는 것들이 없다면 그러한 것은 무너지고 황폐화된다고 생각했다.

수메르의 만신전은 우두머리로 왕이 있고, 그 밑에 운명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일곱 신이 있으며, 위대한 신들로 알려진 50명의 신들로 이루어진 모임으로 이해되었다.

하늘과 땅, 바다, 대기를 통제하는 네 명의 신들은 창조적인 신들이고, 그들은 그들의 계획에 따라 우주의 다른 모든 존재들을 창조했다.

  그리고 창조하는 방법은 신성한 목소리이며 이것이 창조의 힘이다. 즉, 계획을 세우고 창조하고자 하는 것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창조되었다. 다음은 점토판 내용의 일부이다.

     “하늘이 땅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후에

      땅이 하늘과 갈라진 후에

      인간의 이름이 정해진 후에

      안(하늘의 신)은 하늘을 가졌고

      엔릴(대기의 신)은 땅을 가졌다.”

* 신성한 목소리가 창조의 힘이었다는 것 역시 주변 신화에 그대로 영향을 주었다. 이 책의 저자 섀뮤얼에 따르면 당시는 왕조 사회였으며, 왕이 무엇을 명령하되, 직접 일은 하지 않으므로 신들의 왕도 말로써 명령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신화가 생겨났다고 한다.

《창세기》 1장 3~4절 : 하나님이 “빛이 있으라.” 하니 빛이 있었고 빛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다. 하나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어….

* 수메르 신들 중 가장 유명한 신은 하늘의 신 안, 대기의 신 엔릴, 물의 신 엔키, 모성의 신 닌후르사그이다. 그 중 엔릴은 신들의 아버지, 하늘과 땅의 왕, 모든 대지의 왕으로 표현된다.

* 모든 것이 신의 섭리라는 생각 역시 다른 신화의 선구가 되었다.

 

2. 달의 신 신(sin)의 탄생

  아직 인간이 창조되지 않았을 때, 니푸르에는 신들만이 살고 있었다. 젊은 남자 신 엔릴, 젊은 처녀 신 닌릴, 닌릴의 어머니 눈바르셰구누였다. 눈바르셰구누는 닌릴을 엔릴과 결혼시키기로 작정하고 딸에게 알렸다. 닌릴은 기뻐하며 어머니의 말에 따른다.

그런데 엔릴은 성급하게 닌릴에게 정을 통하자고 하였으나 닌릴은 말을 듣지 않았다. 엔릴이 신하 누스쿠에게 닌릴을 향한 욕망을 말하자, 누스쿠는 보트를 준비하였다. 엔릴은 시내에서 배를 타는 동안 닌릴을 강간하였다. 닌릴은 임신하여 달의 신인 신(sin)을 낳았다.

  50명의 위대한 신들과 7명의 운명을 정하는 신들은 엔릴의 부도덕한 행위에 경악하여, 엔릴이 그들의 왕이었지만, 엔릴을 잡아 지하세계로 보냈다.

그런데 닌릴은 지상에 남기를 거부하고 엔릴을 따라 지하세계로 내려간다. 엔릴은 괴로웠다. 가장 큰 발광체를 맡기로 운명 지어진 그의 아들 즉 달의 신인 신이 지하세계에 살아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엔릴은 복잡한 궁리를 하였다. 니푸르에서 지하세계로 가는 동안 세 명의 신을 만났는데, 저승의 문의 문지기, 저승의 강의 남자, 죽은 이를 나룻배에 태우고 강을 건네주는 사공이었다. 엔릴은 3명의 신으로 차례로 변신하여 닌릴과 정을 통하여 3명의 신들의 아이를 임신하게 한다. 새로 태어난 3명의 신들이 자기 형인 신(sin)의 대리인이 되고, 신은 자유롭게 하늘로 올라간다. 다음은 문지기로 변한 엔릴과 닌릴의 대화이다.

    “그대의 주인의 씨가, 가장 빛나는 씨가 나의 자궁에 있다.

     신(sin)의 씨가, 가장 빛나는 씨가 나의 자궁에 있다.”

   “그렇다면 나의 주인의 씨를 저 하늘 위로 가도록 하고,

     나의 씨를 저 당 밑으로 가도록 하고,

     나의 주인의 씨를 대신해 나의 씨를 저 땅 밑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문지기로 변장한 엔릴은 그녀와 침실에 들고….

  이와 같은 장면이 차례대로 계속된다.

* 여기에 보면 신들이 하는 짓이 고대 그리스 신들의 행동과 아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3. 인간의 창조와 운명

  수메르인들은 신이 흙으로 인간을 빚어 만들었다고 믿었다. 그리고 신이 인간을 만든 이유는 신들을 위해 음식, 마실 것, 안식처를 제공하고 봉사함으로써, 신들이 성스런 활동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 인간을 흙으로 만들었다는 신화는 수메르에서 생겨나 주변과 그리스로 전해진다.

* 《창세기》 2장 7절 :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짓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니 사람이 생령이 되었다.

* 프로메테우스(미리 아는 자)는 진흙을 빚어 신의 형상을 닮은 조형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아테나에게 부탁하여 영혼을 불어넣어 줌으로써 인간이 탄생하게 되었다. - 이영석의 《그리스 로마의 신화와 전설》

  빵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던 신들은 여신들이 존재하면서 더욱 곤란 정도가 심해졌다. 그래서 지혜의 신이자 물의 신인 엔키가 묘안을 낼 것으로 기대했지만. 엔키는 심연 속에서 고이 자고 있었다. 그러자 엔키의 어머니이며, 모든 신들을 낳은 태고의 바다 남무가 신들의 사정을 엔키에게 알렸다. 그리하여 인간의 창조가 이루어진다. 인간 창조를 위한 신들의 축제가 개최되었지만, 엔키와 닌마는 너무 술에 취했다. 기분이 도도해진 닌마는 심연의 흙으로 여섯 가지 유형의 비정상적인 개체를 만든다. 그 중 마지막 두 가지의 불완전한 유형만 지성을 갖게 된다. 하나는 출산할 수 없는 여성이며, 다른 하나는 성이 없는 창조물이다. 닌마가 여섯 가지 유형을 창조한 뒤, 엔키는 자신의 창조물을 만들었으나 실패작이었다. 닌마는 그에게 말을 걸었지만 대답하지 못했고, 먹을 빵을 주었지만 그것에 손을 뻗지 못했다. 일어서지도 앉지도 못했고 무릎을 구부리지도 못했다. 이에 닌마는 엔키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그 뒤에도 인간 창조에 관한 신화가 있다.

  인간의 삶은 신들에 의해 정해진 운명을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며, 죽으면 무기력한 영혼만 남아 저승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저승에서의 삶도 음울하고 비참하다.

 

4. 도시마다 수호신이 있었다.

  * 우루크의 수호 여신 이난나

  천상의 여왕이자 우루크의 수호여신인 이난나는 그녀의 도시의 부와 번영을 늘려 문명의 중심지로 만들어, 그녀의 이름과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궁리한다. 이난나는 고대 수메르의 중심지인 에리두로 간다. 그곳에는 모든 신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아는 지혜의 신 엔키가 그의 심연 아브주에 거주하고 있다. 엔키는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모든 신성한 율법들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만약 그것을 그녀의 도시로 가져올 수만 있다면 우루크와 그녀의 영광은 정점에 달할 것이다.

  이난나가 아브주에 접근하자 그녀의 매력에 홀린 엔키는 그의 사자(使者) 이사무드를 불러 연회를 준비하게 한다. 그리고 연회 중에 술에 취한 엔키는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100개 이상의 신성한 법칙을 이난나에게 선사한다.

  이난나는 그것을 천상의 배에 싣고 그 귀중한 화물과 함께 우루크로 향한다. 연회가 끝나고 술에서 깨어난 엔키는 메가 없어졌음을 깨닫는다. 사자 이사무드를 불러 물으니, 엔키가 자청하여 이난나에게 주었다고 대답한다. 크게 후회한 엔키는 천상의 배가 우루크에 도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사무드이 바다괴물 함께 이난나를 쫓게 한다. 에리두의 아브주와 우루크의 중간 경유지들 중 첫 번째 장소에서 이난나를 잡으려 한다. 일곱 개의 경유지마다 이시무드와 다양한 바다 괴물이 이난나의 배를 빼앗으려 하지만, 그때마다 이난나의 심복인 닌슈부르가 이난나를 구한다. 마침내 이난나는 우루크에 도착하고, 우루크 주민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신성한 법칙을 우루크에 풀어놓는다.

* 이 신화는 고대 수메르의 중심지인 에리두가 쇠퇴하고 우루크가 수메르의 중심지가 된 배경을 신에 의지하여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신의 영광이란 말이 왜 등장하였는지도 알게 해준다. 만약 신이 하나뿐이라면, 우주 전체가 그의 것이므로 우주 내에서 누가 이기든 전체를 통괄하는 신의 영광은 될 수 없다. 형이 동생을 이겼다고 해서 그것이 부모의 영광이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신의 영광이란 여러 신을 가정하고 어느 한 신이 다른 신보다 우위에 있게 되거나, 그 신의 지위나 명성이 올라갈 때 가능한 것이다. 신의 영광이란 다신교의 산물임을 확인할 수 있다.

 

 * 라가시와 움마의 세력 다툼

  대지의 왕이자 모든 신들의 아버지인 엔릴이 라가시의 수호신인 닌기르수와 움마의 수호신인 샤라를 위해 경계를 정하였다. 그리고 키시의 왕인 메실림은 사타란의 말에 따라 거기에 기둥을 세웠다. 그러나 움마의 이샤쿠(지배자, 때로는 왕만큼 권위가 있었음)인 우시는 신의 명령과 인간들 간의 약속을 파기하고, 기둥을 빼내고 라가시의 평원으로 들어섰다. 엔릴의 최고 전사인 닌기르수는 엔릴의 명령에 따라 전투를 벌였다. 거대한 그물을 그들 위에 던졌고, 평원의 여러 곳에 그들의 해골들을 쌓아올렸다.

  라가시의 이샤쿠이자 엔테메나의 삼촌인 에안나툼은 움마의 이샤쿠인 에나칼라와 함께 경계를 그었다. 그것의 도랑을 이드눈에서 구에딘나까지 만들었다. 그 도랑을 따라 글이 새겨진 여러 개의 기둥들을 세웠다. 메실림의 기둥을 이전의 장소에 세웠다. 그리고 닌기르수의 임두바, 남눈다-키가라, 엔릴의 신전, 닌후르사그, 닌기르수, 우투의 신전을 지었다.

  움마인들은 라가시의 또 다른 수호신인 난셰의 보리와 닌기르수의 보리를 1인당 1카루씩 먹을 수 있었고, 에안나툼은 그들에게 세금을 징수하여 144,000 큰 카루를 가져오게 했다.

이후에도 라가시와 움마 간의 분쟁은 이어진다. 아마 라가시에서 정한 조건에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전투가 벌어졌고, 움마는 대패하였다.

 

5. 이난나 여신이 샘을 피로 채우다.

  옛날 슈칼레투다라는 원예사가 살고 있었다. 그는 열심히 식물을 재배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는 주의 깊게 고랑과 밭에 물을 주었지만 식물들은 시들어버렸고, 밭은 황폐했다. 그는 동쪽과 서쪽의 별이 빛나는 하늘에 눈을 돌리고 징조를 연구하고 신성한 자연의 법칙을 배웠다. 밭에 샤르바투 나무를 심었으며, 그 나무의 넓은 그늘은 하루 종일 지속되었다. 이 원예실험 결과 슈칼레투다의 밭에는 모든 식물이 싱싱하게 자라났다.

어느 날 여신 이난나가 천국과 지상을 여행한 뒤 지친 몸을 쉬기 위해 슈칼레투다의 밭 근처에서 누웠다. 슈칼레투다는 그녀를 훔쳐보다가 이난나신이 극도 피곤한 틈을 타 정을 통하였다. 아침이 되고 태양이 떠오르자 이난나신은 그것을 깨닫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신을 능욕한 자를 찾아내겠다고 결심하였다. 그리고 세 가지 저주를 수메르에 내렸다.

  첫째, 수메르의 모든 샘을 피로 채웠다. 따라서 모든 야자나무 숲과 포도나무 숲은 피로 젖게 되었다. 둘째,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폭풍을 지상에 불게 했다. 셋째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세 가지 저주에도 불구하고 범인을 찾을 수 없었다.

슈칼레투다는 저주가 있을 때마다 그의 아버지를 찾아가 위험을 호소했다. 그의 아버지는  그의 형제들인 검은머리 사람들(수메르인을 이렇게 불렀다)에게로 가서 도시에 머물게 하였다. 슈칼레투다는 아버지의 조언에 따랐고, 이난나신은 그를 끝까지 찾지 못했다. 이에 그녀는 에리두에 있는 수메르의 지혜의 신인 엔키의 신전으로 가서 조언과 충고를 구했다.

* 그 다음 부분은 파손되어 결말을 알 수 없다. 그런데 이것은 구약《출애굽기》에 있는 모세에 관한 기록에 영향을 주었다. 즉, 당시 수메르에서 자기 뜻에 거슬리는 자를 응징하기 위해 물을 피로 물들게 했다는 이 신화가 구약의 모세 기록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구약의 기록을 보자.

* 《출애굽기》 7장 19절 ~ 22절

여호와가 모세에게 말했다. “아론에게 명하기를 네 지팡이를 잡고 네 팔을 이집트의 물들과 하수들과 운하와 못과 모든 호수 위에 펴라고 하라. 그것들이 피가 될 것이니 이집트 온 땅과 나무 그릇과 돌그릇에 모두 피가 있으리라.”

모세와 아론이 여호와가 명한대로 행하여, 바로와 그 신하의 목전에서 지팡이를 들어 하수를 치니 그 물이 다 피로 변하고, 하수의 고기가 죽고 그 물에서는 악취가 나니, 이집트 사람들이 하수를 마시지 못하며, 애굽 온 땅에는 피가 있었다. 그러나 이집트 술객들도 자기 술법으로도 그와 같이 행하므로 바로의 마음이 강퍅하여 그들을 듣지 아니하니, 여호와의 말과 같았다.

 

6. 낙원 딜문

  딜문은 ‘순결하다’, ‘깨끗하다’, ‘빛나다’의 뜻을 가진 생명의 땅이다. 그곳에는 질병도 없고 죽음도 없다. 그러나 동식물의 삶에 필수적인 깨끗한 물이 없었다. 이에 물의 신인 엔키는 태양신 우투에게 명령하여 그곳을 물로 채우게 하였다. 그리하여 딜문은 과실이 풍성한 경작지와 초원이 푸르게 펼쳐진 낙원이 되었다. 이 신들의 낙원에 지모신인 닌후르사그는 여덟 가지 식물이 자라도록 하였다. 그 여신은 식물들을 잘 기른다. 그런데 이 성공 뒤에는 물의 신에 의해 산고 없이 태어난 새로운 세대의 여신들이 복잡한 관여가 있었다.

  엔키는 그 식물들을 맛보려 하였다. 이에 따라 그의 사자이며 두 얼굴을 가진 신 이사무드가 이 귀중한 식물들을 하나씩 뽑아갔다. 매우 노한 닌후르사그는 엔키에게 죽음의 저주를 내리고, 그녀 자신의 마음이 바뀌거나 누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신들로부터 몸을 감추었다.

  엔키의 건강은 매우 나빠져 신체의 여덟 부위가 병들었다. 물의 신 엔키가 병들자 신들은 물 없이 먼지 속에 있어야 했다. 대기의 신이자 신들의 왕인 엔릴조차 어쩔 수 없게 되었다. 이때 여우가 나타나, 닌후르사그를 데려왔다. 닌후르사그는 엔키 옆에 앉아 아픈 신체의 여덟 부위에 대해 물었다. 그런 뒤 여덟 부위에 상응하는 여덟의 치유의 신을 만들어 엔키의 건강과 생명를 건져냈다.

* 섀뮤얼의 주장

①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이 포함된 세계의 4대강으로 물이 흘러들어가는 땅으로 묘사되는 성경의 낙원은 원래 딜문과 동일한 것이었다는 데는 충분한 징후가 발견된다.

② 태양신에 의해 물을 끌어올려 딜문을 적셨다는 부분은 《창세기》2장 6절의 “안개만 땅에서 올라와 온 지면을 적셨다.”를 연상시킨다.

③ ‘고통이나 산고조차 없이 태어난 여신들’은 슬픔 속에서 아이를 잉태하고 해산하는 이브를 향한 저주의 배경에 빛을 던진다. 즉, 본래 고통 없이 아이를 낳지만, 이브에게 저주를 주어 산고를 겪게 했다는 것이다. 본래 산고가 없었다는 것이 바로 수메르 신화에서 착안 것이라는 말이다.

④ 여덟 가지 식물을 먹고 저주 받는 엔키의 얘기는 지식의 나무 열매를 먹고 그 원죄에 대해 저주를 내리는 것을 생각나게 한다.

⑤ 성경은 ‘생명을 만드는 여자’라는 뜻의 이브가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어졌다고 되어 있다. 수메르 시에서 엔키가 병든 부위 중 하나가 갈비뼈이다. 갈비뼈를 치유한 여신은 닌-티는 ‘갈비뼈의 고귀한 여성’이라는 뜻과 동시에 ‘생명을 만드는 고귀한 여성’이라는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따라서 성경의 낙원설화에 전해져 불멸의 생명력을 얻게된 것은 바로 가장 오래된 이 동음이의(同音異義)였다. 물론 성경에서는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린다. 왜냐하면 수메르어와 달리 헤브루어에서는 갈비뼈와 생명을 만듦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7. 대홍수

섀무얼의 주장 : 대홍수 이야기는 성경을 편집한 헤브루인의 독창적인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지우수드라는 신앙심이 깊고 신을 두려워하며, 꿈이나 주문을 통하여 신의 계시를 찾으려 하는 왕이었다. 그는 어느 벽에 서 있다가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신은 신들이 “대홍수를 보내 인류의 씨앗을 전멸시키겠다.”는 것이었다.

     내 왼쪽에 있는 벽에 서라.

     벽에서 나는 너에게 말할 것이다. 나의 말을 들어라.

     나의 지시에 귀를 기울이라.

     우리의 …에 의해 홍수가 의식의 중심지들을 휩쓸 것이다.

     인류의 씨앗을 전멸시키기 위해…,

     그것은 신들의 회합의 결정이다.

      (중간 부분의 점토판은 유실되었음)

     엄청나게 거센 모든 폭풍들이 하나가 되어 덮치고

     동시에 홍수는 의식의 중심지들을 휩쓸었다.

     이레 밤낮으로 홍수는 대지를 휩쓸었고,

     거대한 배는 엄청난 물 위에서 폭풍우에 흔들렸다.

     그 후 우투가 나와 하늘과 땅에 빛을 뿌렸고,

     지우수드라가 거대한 배의 창을 열자

     영웅 우투가 거대한 배로 그의 빛을 가져왔다.

     지우수드라 왕은

     스스로 우투 앞에 엎드렸고,

     황소 한 마리와 양 한 마리를 잡았다.

  그 뒤 안과 엔릴이 생명력을 보내자 초목은 땅위로 돋아났다. 지우수드라 왕은 안과 엔릴 앞에 엎드렸다. 안과 엔릴은 지우수드라을 받아들여, 그에게 신과 같은 영원한 생명을 주었으며, 딜문에 살게 했다.

* 《창세기》 6장 ~ 8장 :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하여 여호와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악하기만 한 것을 보고, 여호와는 인간을 지은 것을 한탄하였다. 그리하여 사람을 포함한 육지의 생물을 쓸어버리기로 결심하였다.

그러나 노아는 여호와에게 은혜를 입었다. 여호와는 자기 계획을 노아에게 말하고, 고페르 나무로 방주를 만들고 역청을 안팎에 칠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노아의 가족과 동물들은 종류대로 한 쌍씩(정결한 것은 일곱 쌍, 부정한 것은 한 쌍), 방주로 들어가게 하였다. 또한 양식을 준비시켜 실었다.

노아가 600세가 되었을 때였다. 비가 40주야를 내렸다. 물이 많아져 방주가 땅에서 떠올라 떠다녔다. 천하의 높은 산이 다 잠겼다. 방주 이외의 육지에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죽었다. 물은 백오십 일 동안 땅에 넘쳤다.

여호와가 바람이 땅에 불게 하자 물이 줄어들었다. 물이 땅에서 물러가고 백오십일 후에 줄어들었으며, 일곱째 달 17일에 방주가 아라랏 산에 머물렀으며, 열째 달 1일에 산들의 봉우리가 보였다.

다시 40일이 지나서 노아가 방주 창문을 열고 까마귀를 내놓자, 까마귀가 땅에서 물이 마를 때까지 왕래하였다. 다시 비둘기를 내놓았으나 앉을 자리가 없어 방주로 되돌아왔다. 다시 7일 후 비둘기를 내놓자 비둘기는 돌아오지 않았다.

601년 첫째 달 1일에 땅위 물이 걷혀 노아가 뚜껑을 제치고 보니 지면에서 물이 걷혔다. 둘째 달 27일에 땅이 말랐다. 하느님이 노아와 그 가족 및 생물들이 나오게 하였다.

노아가 제단을 쌓고 정결한 짐승과 정결한 새 중에서 제물을 취하여 번제로 제단에 드렸다. 여호와가 그 향기를 받아들이고, 앞으로는 모든 생물을 멸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 고대 그리스 신화 : 제우스가 판도라(그리스 신화에서 최초의 여자, 모든 선물을 받은 자라는 뜻)에게 준 상자를 판도라가 여는 바람에 그곳에서 온갖 질병과 죄악이 나와 세상에 퍼졌다. 인간들의 삶은 몹시 황폐해졌다. 제우스는 이런 오만방자한 인간에게 크게 실망하여 대홍수를 일으켜 멸망시키기로 결심하였다.

이를 미리 안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의 아들 데우칼리온과 에피메테우스와 판도라의 딸 퓌라에게 알려 배를 한 척 만들고 그 속에 음식을 싣고 홍수를 대비하게 하였다. 제우스는 9일 간의 대홍수를 일으켰으나 데우칼리온과 퓌라는 배 안에서 홍수를 견뎌냈다. 이들이 탄 배가 파르나소스산 꼭대기에 정박했을 때 세상의 모든 인간은 죽었고 둘만 남게 되었다. 제우스가 이들이 살아 있는 것을 알았지만, 이들이 신들을 잘 공경하변서 착하게 산 것을 알고는 홍수를 거두어들였다.

살아남은 둘은 지혜의 신 테미스에게 제물을 올리고 신탁을 물었다. 여신은 “등 뒤로 어머니 뼈를 던져라.”라는 신탁을 내렸다. 둘은 이 명령을 거부했으나, 나중에 어머니가 대지이고, 뼈는 돌이라고 추측하고, 돌을 등 뒤로 던졌다. 그러자 던져진 돌이 모두 사람으로 변해 인간의 세계가 열릴 수 있었다. - 이영석의 《그리스 로마의 신화와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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