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동사니 ■/신 화

중국의 신화

서원365 2013. 8. 18. 09:11

중국의 신화

 1. 혼돈에서 개벽으로

 천지가 형성되기 전에 우주는 온통 허황되고 아득하고 걷잡을 수 없는 무형의 상태였다. 이를 태소(太昭)라고 한다. 그러자 태소에서 허공이 생겨났고, 다시 허공에서 상하사방의 공간과 시간이 생겨났다. 이것이 우주다. 우(宇)는 공간이고, 주(宙)는 시간이다.

  우주에서 온갖 만물의 기가 생겨났다. 청양(淸陽)한 기는 엷게 퍼져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었고, 중탁(重濁)한 기는 엉기어 아래로 처져 땅이 되었다. 청묘한 기는 쉽사리 합쳐졌으나 아래로 처진 중탁한 기는 응고되기 어려웠다. 그래서 하늘이 먼저 되었고, 땅이 뒤늦게 자리 잡았다.

  또한 천지에 쌓이고 모였던 모든 정기는 음과 양을 지니게 되었다. 음과 양이 합하여 사계절을 이루었으며, 사계절의 기가 흩어져 만물을 낳게 되었다. 즉, 양이 쌓여 열기에서 불이 나왔고, 그 화기 중에서 가장 세찬 것이 해가 되었다. 음만이 쌓인 한기로부터 물이 나왔고 그 수기(水氣)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달이 되었다. 그리고 해와 달이에서 넘쳐나는 정기들이 별들이 되었다. 《淮南子》

  남해를 지배하는 제왕은 숙(儵)이고 북해를 지배하는 제왕은 홀(忽l이다. 중앙에는 혼돈이라는 제왕이 있었다. 마침 숙과 홀이 혼돈의 나라에서 만나게 되었다. 혼돈은 두 제왕을 융숭하게 대접하였다. 이에 숙과 홀은 혼돈에게 보답하고자 하였다.

  “사람에게는 눈이 두 개, 귀와 콧구멍이 각각 두 개, 입이 하나, 모두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서 보고 듣고 먹고 할 수가 있는데, 저 혼돈이라는 임금은 구멍이 없으니 우리가 보답으로 구멍을 뚫어줍시다.”

  그래서 숙과 홀은 하루에 하나씩 구멍을 뚫어주었다. 그렇게 7일이 지나 일곱 개의 구명이 모두 뚫리자 혼돈은 그만 죽고 말았다. 《莊子》<응제왕편>

 

 2. 반고가 천지를 열고 만물을 생기게 하다

  천지가 개벽하기 전의 우주는 달걀 속 같았다. 두툼한 달걀 껍데기 속에 막혀있는 우주는 오직 어둠과 혼돈이 섞여 있었다. 반고(盤古)는 이 달걀 속에서 무의식의 혼수상태에 있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만 팔천 년이 지나자 반고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의식을 되찾은 그는 눈을 비볐다. 그러나 아무 것도 보이는 것이 없었다. 정신이 맑아짐에 따라 그는 자기가 암흑 속에 갇혀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숨구멍도 없는 밀폐된 껍질 속에 있음을 알았다. 어둡고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이대로 있다가는 질식할 것 같았다.

  그러나 천지창조의 신인 반고는 패배하지 않았다. 생명과 광명을 찾고자 하는 그의 의지는 마침내 떨치고 일어섰다. 큰 도끼를 휘어잡은 그는 “에잇!”하고 고함을 지르며 자기의 힘을 도끼날에 쏟아 달걀 껍데기를 내리쳤다.

  “꽝 우르르!”

  온 우주가 진동했다. 태산이 무너져 내리고, 바다가 온통 뒤집히는 듯 한 굉장한 천둥 우레 소리가 고막을 먹먹하게 했다. 번갯불에 땅이 갈라지는 듯 했다. 이리하여 육중하게 덥고 있던 달걀 껍데기가 깨졌다. 달rif 속에 갇혔던 우주의 청명한 정기가 하늘로 날아오르고, 혼탁한 물체가 아래로 처져 내려갔다. 이렇게 해서 하늘과 땅 사이가 차츰 벌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반고는 다시 하늘과 땅이 합쳐지지 않을까 두려웠다.

  이에 반고는 머리 위로는 하늘을 떠받치고, 두 발로는 대지를 눌러 디뎌, 하늘과 땅이 다시는 마주 합치지 못하게 하였다. 하늘과 땅은 매일 한 길씩 멀어졌다. 반고는 매일 한 길씩 몸을 뻗어 하늘과 땅 사이를 가로 질렀다.

  이렇게 하여 만 팔천 년이 흘렀다. 하늘도 높을 만큼 높아졌고, 땅도 굳을 만큼 굳었으며, 하늘과 땅 사이도 벌어질 만큼 벌어졌다. 반고의 키도 자랐다. 대략 9만 리의 길이로 추산되었다.

거대한 반고는 오직 하늘과 땅이 다시는 혼돈과 암흑에 묻히지 않게 하고자 자기의 몸을 희생했다. 사명을 다한 반고는 만족했다. 그러나 그는 매우 피곤했다. 반고는 푹 쉬고 싶었다. 위대한 반고는 마침내 구 만 리의 거대한 키를 눕혔다. 사람으로 치면 운명을 다했던 것이다. 한 평생 착하고 바르게 할 일을 다 한 사람이 뉘우침 없이 조용히 눈을 감고 숨을 거두듯이, 반고도 만족하게 휴식 속에 들어갔던 것이다.

희생정신이 투철했던 반고는 죽어서도 그의 육신을 그냥 썩혀버리지 않았다. 그는 자기 육신과 정기와 온 힘을 우주 천지의 만물로 바꾸어 놓았다.

반고의 입김은 바람과 구름이 되었다. 그의 목소리는 뇌성으로 변했고, 왼쪽 눈은 태양으로, 오른쪽 눈은 달로 변하여 천지를 비추어 주었다. 온몸은 대지를 감싸고, 손발은 대지의 사극(四極)과 다섯 개의 명산이 되었다. 혈맥은 하천, 근육은 도로, 살은 전답, 머리털과 수염은 별로 변했다. 피부의 몸털은 화초나 수목, 치아나 뼈는 금은보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가 흘린 땀은 비나 이슬로 바뀌었다.

徐整의 《三五曆記》

 * 최초의 신이나 나라의 시조가 알에서 태어났다는 구성은 동아시아 신화나 설화의 공통적인 특징인 것 같다.

* 반고 신화는 중국인들의 생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하늘을 구만리 장공(長空)이라고 하는데, 이 신화에도 그러한 생각이 잘 나타나 있다. 그리고 이 신화가 나타내고 있는 대표적인 정신은 신이 인간과 모든 생명들을 위해 바친 희생정신이다. 내용 전체가 매우 따뜻한 심성을 담고 있다. 이런 점은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 유럽과 상당히 다른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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