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야기 ■/책이야기

동물농장

서원365 2015. 5. 3. 20:41

동물농장(Animal Farm)

지은이: 조지 오웰(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

옮긴이: 우진화

출판사: 심야책방(2015)

 조지 오웰은 이 책에서 소련을 동물 농장에 비유하여 우화적으로 묘사하였다.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모두 실제 인물을 우화적으로 표현하였다.

 

 존스라는 농장주인은 러시아 마지막 황제인 나콜라이2세이며, 동물들이 존스를 내쫓고 혁명을 일으키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 메이저라는 돼지는 칼 마르크스이다. 실제로 존스를 내쫓은 스노볼이라는 돼지는 트로츠키, 스노볼을 추방하고 독재 권력을 장악한 나폴레옹이라는 돼지는 스탈린이다. 특히 동물 농장을 이끌어가는 핵심 역할을 하는 동물을 돼지로 묘사한 것이 재미있다.

 

 스노볼이 혁명을 일으켜 장원농장을 동물농장으로 바꾸었을 때까지만 해도, 동물들은 행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폴레옹이 개들의 무력을 이용해 독재 권력을 장악하면서부터 동물들은 차츰 힘든 노동을 하여도 오히려 훨씬 못한 생활을 하게 되었고, 또 동물들은 모두 평등하다는 원칙도 깨졌다. 돼지들은 특별히 하는 일이 없이 모든 동물들 위에 군림하고, 교묘한 말로 동물들을 위협하거나 세뇌시켜, 그래도 존스가 주인이었을 때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람은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서 같은 말을 자꾸 들으면, 그 말을 자기도 모르게 믿게 된다. 이를 세뇌교육이라고 한다. 나폴레옹은 스퀼러(공산당 기관지인 프라우다)라는 개의 언변을 이용하여 속이고 공포를 심어주고, 또 반복적인 말을 하여 동물들에게 나폴레옹 자신의 주장을 믿게 만든다. 스퀼러는 불만이 있거나 소요가 있을 기미가 보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교묘한 말로 해댔다. 예를 들면 스노볼은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잠을 자면 안 된다는 계명을 만들었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침대에서 편하게 잤다. 그러자 스퀼러는 누구도 침대에서 이불을 덮고 자면 안 된다는 계명이 맞는데, 나폴레옹은 이불을 덮지 않는다고 강조하였다.

 

 만약에 불만이 더 고조되면 언제 다시 존스가 돌아올지 모른다고 하면서 공포심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모든 좋지 못한 일들은 일은 스노볼 때문이라고 하면서 스노볼에게 뒤집어 씌웠다. 밤에 몰래 스노볼이 잠입해서 나쁜 짓을 한다고도 하였다. 소련 사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독재사회에서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이 방법이다.

 

 그러는 가운데 나폴레옹과 나폴레옹 가족들은 점점 호화로운 생활을 하였다. 동물들은 차츰 나폴레옹은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모제스(러시아 정교)라는 갈까마귀도 등장한다. 모제스는 가끔씩 나타나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동무들, 저기 위쪽으로 가면 말이야. 그러니까 저 먹구름 저편에 설탕과자 산이 있어. 우리 같은 불쌍한 동물들이 영원히 노동에서 해방되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고!” 그곳에는 토끼풀이 영원히 죽지 않는 들판이 있고, 각설탕과 시드 케이크가 자라는 울타리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많은 동물들은 그 말을 믿었다. 돼지들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하면서도 모제스가 농장에서 살도록 해주었다.

 

 복서(노동자)라는 힘센 말은 무식하였다. 그는 이 농장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앞당겨 가면서 일했다. 그리고 언젠가 은퇴하면 나폴레옹이 약속했던 대로 편히 쉬면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풍차가 붕괴되었을 때도 복서는 누구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 그렇다고 복서에게 더 많은 배급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쓰러지게 되었을 때, 병원으로 복서를 싣고 간다는 그 차에는 말 도축업자라고 적혀있었다.

 

 동물들이 동요하였다. 그러자 어김없이 스퀼러가 나타나 말했다. 그는 복서가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받다가 죽었으며, 그것을 마지막까지 옆에서 지켜보았다고 했다. 복서의 유일한 슬픔은 풍차를 완성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고도 했다. 그리고 복서가 옮겨질 때 어리석고 고약한 소문이 돌았는데, 그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며, 다만 병원에서 도축업자에게 차를 산 뒤에 차에 씌어있는 글자를 바꾸지 못했을 뿐이라고 하였다.

 

 어떤 집단이든지 폐쇄되면 타락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폐쇄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첫째는 외부와의 차단이다. 외부와 차단된 사회는 외부와의 교류가 끊어져 필연적으로 퇴보하며, 폐쇄된 집단 내에서 일어난 일들이 밖으로 전해지지 않기 때문에, 각종 타락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둘째는 내부에서 의견을 낼 수 있는 통로를 막아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권력자의 권력은 점점 강해져서 독재에 이르게 된다. 그러면 규칙이나 원칙은 사라지고, 오로지 독재자의 결정에 따라 모든 것이 이루어지게 되며, 그래서 온갖 추악한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 셋째는 교육적 폐쇄이다. 독재자의 생각에 어긋나는 것을 일체 교육되지 않으며, 독재자를 찬양하는 쪽으로 세뇌교육이 일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구성원은 판단력을 상실하게 된다.

 

 민주사회에서도 가끔 일부 종교인들이 신앙촌을 만들고 외부세계와 단절된 상태로 살아가는 수가 있다. 이런 사회는 그 종교 단체가 있는 나라가 민주사회라고 해도. 고립된 섬에 있는 것과 같다. 종교 단체에서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꼭 공산사회에서만 타락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이런 사회가 건전함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만약 이런 것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가능하면 빨리 그 사회를 벗어나는 것이 현명하다.

 

 조지 오웰은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 사유재산이 사라지고 배급에 의존하는 사회는 생산의욕이 상실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 복서로 묘사된 노동자가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일하려고 한다고 묘사한 것이다. 그런데 실은 공산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구성원들이 열심히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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