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야기 ■/책이야기

바리데기

서원365 2016. 7. 15. 11:06

 



지은이 : 황석영

창비

2016


 바리데기는 무속의식에 부르는 무가(巫歌)이다. 주로 죽은 넋을 보내는 의식에서 사용한다. 바리란 버려졌다는 뜻이다. 지역마다 그 내용이 제법 다르다. 옛적에 국왕부부가 있었는데 딸만 계속 태어나자 화가 난 국왕은 마침내 참지를 못하고 일곱째 딸이 태어나자 버린다. 그렇게 버려진 아이는 하늘의 도움으로 요행히 살아남는다. 그런데 나중에 국왕이 병이 들자 저승에 가서 생명수를 구해 와야 한다고 하였다. 여섯 딸에게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생명수를 구해오라고 하였지만 모두 거절한다. 이때 생명수를 구하기 위해 나선 딸이 바로 버려진 아이 즉 바리공주이다.

 

 이 이야기를 소설화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바리는 북한 청진에서 일곱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그 섭섭함을 노골적으로 표현했고, 어머니는 홧김에 인적이 드문 곳에 바리를 버렸지만, 그 집 개 흰둥이가 다시 물어 와서 살아났다. 백일이 될 때까지 아버지가 이름을 지어주지 않자, 할머니가 버려진 아이라고 해서 바리라고 이름 지었다.

 

 바리는 가족을 잃고 온갖 우여곡절을 거친 뒤 영국으로 지옥 같은 밀항을 하였다. 바리데기 이야기에 나온 서천을 영국으로 설정한 것이다. 그런데 바리가 살게 된 영국 런던은 선진국 도시 런던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제각기 자기 종교와 자기 풍습과 생각으로 살아가는 연립주택이었다. 거기서 바리는 파키스탄 청년과 결혼하였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장승이 알리라는 이름을 가진 파키스탄 청년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런데 뉴욕의 9.11사건이 터져, 알리의 동생 우스만이 파키스탄으로 떠나자, 알리는 동생을 찾는다면서 파키스탄으로 떠난다. 남편과 헤어져 있는 동안 바리는 혼자 낳은 딸을 잃는다. 함께 밀항해온 중국 여인인 샹이 바리가 없는 틈을 타서 비상금을 훔쳐가면서, 출입문을 열어놓는 바람에 계단을 오르던 아이가 떨어져 죽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불행과 불행, 그리고 사람들의 죽음 속에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러는 중에도 바리는 저승을 수시로 넘나든다. 저승에 가서 생명수를 구하는 여행을 한다. 생명수를 구하러 가는 동안에 많은 넋들을 만나고, 그들의 부탁을 받는다. 그런데 그가 생명수를 찾으러 가서 본 것은 평범한 옹달샘 물이었다.

 

 이념적 갈등이 원인이 되어 남북 분단이 생겨났고, 또 그 때문에 바리와 바리네 가족은 엄청난 고생을 겪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족들이 죽었다. 그런데 이런 고난은 비단 바리네 가족에게만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갈등은 9.11사건에서 보듯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금도 세계는 끝없는 갈등 속에서 상대를 악으로 보고 자기는 선이라고 하는 기독교적 이분법 속에서 험악한 갈등을 그치지 않고 있다.

 

 이념적 갈등과 더불어 이기적인 탐욕 속에서 지구 한 편에서는 굶주림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또 죽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인류를 살리는 생명수는 무엇인가? 저자는 이에 대해 분명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답을 회피하고 숨은 그림 찾기라는 말로 답을 대신하였다.

 

 어쩌면 그가 제시한 생명수는 온갖 인종들이 섞여 살면서 자기 생각을 고집하지 않는 연립 주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자기 생각만 고집하지 않는 것 이것이 생명수일지도 모른다.

현대사회는 화엄의 정신이 필요한 시대이다. 화엄이란 무엇인가? 서로 다른 것이 낱낱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하나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리하여 낱낱이 소외되지 않고 전체에 연결되고, 전체는 하나하나에 반영되는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의 사회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생명수라고 생각한다.

 

 가만히 세상을 살펴보면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는 것이 없다. 자연의 질서로 연결되어 있고, 또 생명체들의 질서로 연결되어 있고, 경제적으로도 연결되어 있다. 그 외 수도 없는 다양한 방법으로 연결된 것이 세계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주 이런 사실을 망각하고, 너와 나, 선과 악으로 나누어 대결구도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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