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야기 ■/논 어

論語集註 雍也篇 19, 20, 21, 22, 23, 24

서원365 2016. 12. 22. 10:38

19. 子曰 “中人以上 可以語上也, 中人以下 不可以語上也.”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中人 이상은 높은 것을 말해줄 수 있으나, 中人 이하는 높은 것을 말해줄 수 없다.”

-높은 것이란 仁을 말한다. 仁은 私慾을 내세우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남과 함께 하는 것이니, 모두가 이렇게 될 수는 없다. 어느 사회든 소수는 법이 없어도 지킬 것을 잘 지키며 살아가고, 그 다음 수준은 교육을 통해 자발적으로 지키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법령을 만들어 강제해야 지킬 것을 지키며, 또 소수는 법령을 만들어 강제해도 교묘하게 법을 피해 나쁜 짓을 한다. 그리고 아주 소수는 법 따위는 무시하고 살아가면서 수시로 범법자가 되어 형을 받는다.

治者는 사회적 조건이 열악해지지 않도록 하고, 법령과 제도를 합리적으로 갖추도록 노력하고, 교육을 통해 자발적으로 도리를 지키는 사람의 비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질서 속으로 끌어들이기는 어렵다.


*語 告也. 言教人者 當隨其高下而告語之 則其言易入而無躐等之弊也.

語는 말해주는 것이다. 사람을 가르치는 자는 마땅히 상대의 높고 낮음에 따라 말해주면, 그 말이 쉽게 들어가서 등급을 뛰어넘는 폐단이 없음을 말씀하신 것이다.


*張敬夫曰 “聖人之道 精粗雖無二致, 但其施教 則必因其材而篤焉. 蓋中人以下之質 驟而語之太高, 非惟不能以入, 且將妄意躐等, 而有不切於身之弊, 亦終於下而已矣. 故就其所及而語之, 是乃所以使之切問近思, 而漸進於高遠也.”

張敬夫가 말했다. “聖人의 道는 세밀하고 대강함이 비록 두 이치가 없으나, 다만 가르침을 베푸는 것은 반드시 그 재질에 따라 돈독하게 한다. 대개 中人 이하의 자질은 갑자기 너무 높은 것을 말해주면 들어갈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또 장차 헛된 뜻으로 등급을 뛰어넘어 자기에게 절실하지 않은 폐단이 있고 또 밑에서 마치게 될 뿐이다. 그러므로 그가 미치는 바에 따라 나아가게 말해주고 이에 그로 하여금 절실히 묻고 가까이 생각하여 차츰 높고 먼 데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驟(취): 갑자기


20. 樊遲問知 子曰 “務民之義 敬歸神而遠之 可謂知矣.” 問仁 曰 “仁者先難而後獲 可謂仁矣.”

樊遲(번지)가 智에 대해 물었다.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의 도리에 힘쓰며, 귀신을 공경하되 멀리 하면 지혜롭다고 말할 수 있다.”

仁에 대해 묻자

“어진 이는 어려운 것을 먼저하고 나중에 얻으니, 이를 어질다고 말할 수 있다.”

-敬歸神而遠之(경귀신이원지): 귀신이나 신은 알 수 없는 것이다. 말하려 해도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이러한 것을 믿고 의지하는 것을 하지 마라는 말이다. 알 수 없으므로 제사를 지내고 공경하는 것은 좋으나 그것에 의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先難而後獲(선난이후획): 도리는 지키기 어려우나 이를 먼저 하고, 이익이 되는 일을 얻는 것은 누구나 원하는 것이나 이것을 도리 뒤로 미룬다면 어질다 할 수 있다.


*民 亦人也. 獲 謂得也. 專用力於人道之所宜 而不惑於鬼神之不可知 知者之事也. 先其事之所難 而後其效之所得 仁者之心也. 此必因樊遲之失而告之.

民 또한 사람이다. 獲은 얻음을 이른다. 人道의 마땅한 것에 온전히 힘을 쓰고, 鬼神이라는 알지 못하는 것에 현혹되지 않는 것이 智者의 일이다. 먼저 그 일의 어려운 것을 하고, 나중에 효과로 얻는 것을 하는 것이 어진 자의 마음이다. 이것은 반드시 樊遲의 부족함 때문에 말해주신 것일 것이다.


*程子曰 “人多信鬼神 惑也. 而不信者又不能敬 能敬能遠 可謂知矣.”

程子(伊川)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은 귀신을 많이 믿으니 현혹된다. 그런데 믿지 않는 사람은 공경할 수 없으니 공경하고 멀리할 수 있다면 智라고 할 만하다.”


*又曰 “先難 克己也. 以所難爲先 而不計所獲 仁也.”

또 말씀하셨다. “어려운 것을 먼저 한다는 것은 자기를 이기는 것이다. 어려운 것을 먼저 함으로써 얻는 것을 헤아리지 않는 것은 仁이다.”


*呂氏曰 “當務爲急 不求所難知, 力行所知 不憚所難爲.”

呂氏가 말했다. “마땅히 급한 것에 힘쓰고 알기 어려운 것을 구하지 않으며, 아는 것을 힘써 행하고 하기 어려운 것을 거리끼지 말아야 한다.”

-不求所難知(불구소난지): 알기 어려운 것이란 귀신에 관한 것으로, 알기 어렵다기보다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귀신이란 보통 神을 말한다. 그러므로 합리적인 노력과 마땅한 도리에 따라 무엇을 하려고 해야하지, 신에 의지하여 무엇을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21. 子曰 “知(智)者樂(요)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靜. 知者樂(락) 仁者壽.”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지혜로운 이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이는 산을 좋아한다. 지혜로운 이는 움직이고 어진 이는 고요하다. 지혜로운 이는 즐겁고 어진 이는 長壽(장수)한다.”


*樂 喜好也 知者達於事理而周流無滯 有似於水 故樂水. 仁者安於義理而厚重不遷 有似於山 故樂山. 動靜以體言, 樂壽以效言也. 動而不括故樂, 靜而有常故壽.

樂은 기뻐하고 좋아함이다. 智者는 사물의 이치에 통달하여 두루 흘러 막힘이 없어서 물과 같으므로 물을 좋아한다. 仁者는 의리를 편안하게 여기고 두텁고 무거워 옮기지 않아서 산과 같으므로 산을 좋아한다. 動과 靜은 모습으로써 말했고, 樂과 壽는 효과로써 말했다. 움직여 묶이지 않으므로 즐겁고 고요하여 늘 그러함이 있으니 장수한다.

-括(괄): 묶다, 싸다.


*程子曰 “非體仁知之深者, 不能如此形容之.”

程子(伊川)께서 말씀하셨다. “仁과 智를 체득함이 깊지 않은 사람은 이와 같이 표현할 수 없다.”


22. 子曰 “齊一變 至於魯, 魯一變 至於道.”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齊(제)나라가 한번 변하면 魯(노)나라에 이르고, 魯나라가 한번 변하면 道(도)에 이른다.”


*孔子之時 齊俗急功利 喜夸詐 乃霸政之餘習. 魯則重禮教 崇信義 猶有先王之遺風焉. 但人亡政息 不能無廢墜爾. 道 則先王之道也. 言二國之政俗有美惡, 故其變而之道有難易.

孔子의 시대에는 齊나라 풍속이 급하게 공과 利를 취하고 과장하고 속이는 것을 기뻐하였는데 바로 패도 정치의 남은 풍습이었으며, 魯나라의 경우는 禮敎를 중히 여기고 信義를 숭상하여 오히려 선왕이 남긴 풍속이 있었다. 다만 훌륭한 사람이 죽고 바른 정치가 그쳐 폐하고 실추됨이 없을 수 없었다. 道는 先王의 道이다. 두 나라의 정치와 풍속이 아름답고 나쁜 차이가 있어서 변하여 道에 이르는데 어렵고 쉬움의 차이가 있음을 말씀하신 것이다.


*程子曰 “夫子之時 齊强魯弱 孰不以爲齊勝魯也? 然魯猶存周公之法制. 齊由桓公之霸 爲從簡尙功之治, 太公之遺法變易盡矣, 故一變乃能至魯. 魯則修擧廢墜而已, 一變則至於先王之道也.”

程子(伊川)께서 말씀하셨다. “夫子의 시대에는 齊나라는 강하고 魯나라는 약하였으니, 누구인들 齊나라가 魯나라보다 낫다고 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魯나라는 오히여 周公의 법제가 있었다. 齊나라는 桓公의 패도정치로부터 말미암아 간략함을 따르고 功을 숭상하는 정치를 하여서 太公이 남긴 법이 다 변해버렸으므로 그러므로 한 번 변해서 魯에 이를 수 있다. 魯나라는 폐하고 실추된 것만 닦아서 거행하면 되기에 한번 변하면 선왕의 道에 이르는 것이다.”


*愚謂二國之俗, 惟夫子爲能變之而不得試. 然因其言以考之 則其施爲緩急之序, 亦略可見矣.

내가 생각하기에 두 나라 풍속은 오직 夫子만이 변화시킬 수 있지만 시험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말에 의지하여 고찰한다면 시행에 완급의 차례를 대략 볼 수 있다.


23. 子曰 “觚(고)不觚 觚哉觚哉?”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모난 술잔이 모나지 않으면 모난 술잔인가, 모난 술잔인가?”

-觚(고): 모난 술잔, 모나다.

-觚不觚(고불고)는 이름만 남아 있고 거기에 담겨야 할 내용이 담기지 않음을 말한다. 예컨대, 제사를 지내되 제사에 들어 있어야 할 정신과 격식이 없어졌다면 觚不觚(고불고)이다. 有名無實(유명무실)함이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각종 제도나 의식에 본래의 정신이 담겨서 시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觚 棱也, 或曰酒器, 或曰木簡, 皆器之有棱者也. 不觚者 蓋當時失其制而不爲棱也. 觚哉觚哉, 言不得爲觚也.

觚는 모난 것이다. 어떤 사람은 술 그릇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木簡이라고 하는데, 다 모가 있는 그릇이다. 不觚란 당시에 그 제도를 잃어서 모가 나지 앟게 된 것이다. 觚哉觚哉는 모남을 얻을 수 없음을 말씀하신 것이다.

-棱(릉): 모, 모서리.


*程子曰 “觚而失其形制 則非觚也. 擧一器, 而天下之物莫不皆然. 故君而失其君之道 則爲不君, 臣而失其臣之職 則爲虛位.”

程子(伊川)께서 말씀하셨다. “모난 그릇이 그 모양의 제도를 잃으니 모난 그릇이 아니다. 하나의 그릇을 들어서 천하의 모든 것이 다 그렇지 않음이 없다. 그러므로 군주가 그 군주의 道를 잃으면 군주답지 않으며, 신하가 그 신하의 직분을 잃으면 헛된 자리가 지위가 되는 것이다.”


*范氏曰 “人而不仁則非人, 國而不治則不國矣.”

范氏가 말했다. “사람이 어질지 못하면 사람이 아니요, 나라가 다스려지지 않으면 나라가 아니다.”


24. 宰我問曰 “仁者 雖告之曰 ‘井有仁焉’ 其從之也. 子曰 ”何爲其然也. 君子 可逝也 不可陷也 可欺也 不可罔也.“

宰我(재아) 물었다.

“어진 이는 비록 ‘우물에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 말에 따릅니까?”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어찌 그렇게 하겠는가? 군자는 가게 할 수는 있지만, 빠뜨릴 수는 없으며, 속일 수는 있지만 얽어맬 수는 없다.”

-井有仁焉(정유인언): 仁은 人의 잘못. 우물에 사람이 빠졌다고 속이는 것.

-可欺也 不可罔也(가기야 불가망야): 欺(기)는 일리 있는 말로 속이는 것이다. 우물에 사람이 있다고 속이는 것과 같다. 罔(망)은 함정에 빠뜨리는 것이다. 우물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군자는 지혜로우므로 보지 않는 곳에서 사람이 우물에 빠졌다고 하면 냉큼 가보겠지만, 우물에 사람이 빠졌는지 안 빠졌는지 살피지도 않고 우물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더구나 잘못 들어가 버리면 같이 빠져서 다시는 구할 기회가 없으니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다. 宰我가 어질게만 행하면 속아서 위험에 빠지거나 큰 손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한 말에 대해 답한 것이다.


*劉聘君曰 有仁之仁當作人 今從之. 從 謂隨之於井而救之也. 宰我信道不篤 而憂爲仁之陷害, 故有此問. 逝 謂使之往救. 陷, 謂陷之於井. 欺 謂誑之以理之所有. 罔 謂昧之以理之所無. 蓋身在井上 乃可以救井中之人, 若從之於井, 則不復能救之矣. 此理甚明 人所易曉, 仁者雖切於救人而不私其身, 然不應如此之愚也.

劉聘君이 말하기를 “‘有仁’의 仁은 마땅히 人이 되어야 한다.”이라 하니, 지금 그것을 따른다. 從은 우물로 따라 들어가서 구하는 것이다. 宰我는 道를 믿는 것이 독실하지 않아서 仁을 하다가 손해에 빠질까봐 걱정해서 이런 질문을 한 것이다. 逝(서)는 가서 구하게 하는 것이다. 陷은 우물에 빠지는 것을 이른다. 欺는 이치가 있는 것으로 속이는 것을 이른다. 罔은 이치가 없는 것으로 속임을 이른다. 몸이 우물가에 있어야 우물 속에 있는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니, 만약 따라서 우물에 들어간다면 다시는 구할 수 없다. 이 이치는 심히 분명해서 사람이 깨닫기 쉬우니, 仁者는 비록 사람을 간절히 구하고자 하여 그 몸을 사사로이 하지 않지만, 그러나 응당 이와 같이 어리석지는 않다.

-劉聘君(유빙군): 聘君은 군주의 초빙을 받고도 벼슬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이름은 勉之, 字는 致中, 호는 草堂. 朱子의 丈人이므로 혹자는 聘君을 聘父로 잘못 알기도 한다. - 成百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