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야기 ■/논 어

論語集註 子罕篇 26, 27, 28, 29, 30

서원365 2016. 12. 25. 18:24

26. 子曰 “衣敝縕袍 與衣狐貉者 立而不恥者 其由也與.”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떨어진 헌 솜옷을 입고도 여우나 담비 가죽 옷을 입은 사람과 서 있어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사람은 바로 由(=子路)이다.”

-縕袍(온포): 縕(온)은 헌 솜. -袍(포): 솜을 넣은 겨울 옷, 縕袍(온포)는 싸구려 옷임

-狐貉(호학): 여우와 담비 가죽으로 만든 갖옷. 고급의 옷이다. 貉은 담비 학, 오랑캐 맥.


*敝 壞也. 縕 枲著也. 袍 衣有著者也, 蓋衣之賤者. 狐貉 以狐貉之皮爲裘 衣之貴者. 子路之志如此 則能不以貧富動其心 而可以進於道矣, 故夫子稱之.

敝(폐)는 헤짐이다. 縕은 수삼을 만든 솜이다. 袍는 옷에 솜을 넣는 것이다. 狐貉은 여우와 담비의 가죽으로 만든 갖옷인데, 옷이 귀한 것이다. 子路의 뜻이 이와 같았으니, 빈부로써 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어서 道에 나아갈 수 있었으므로, 夫子께서 칭찬하신 것이다.

-枲(시): 모시풀 -著(저): 여기서는 솜이라는 뜻.


•不忮不求 何用不臧.

해치지 않고 탐하지 않으면 어찌 착하지 않을 것인가?”

-忮(기): 해치다. -臧(장): 착하다.


*忮 害也. 求 貪也. 臧 善也. 言能不忮不求 則何爲不善乎. 此衛風雄雉之詩 孔子引之 以美子路也.

忮는 해침이다. 求는 탐냄이다. 臧은 착함이다. 해치지 않고 탐내지 않을 수 있으니 어찌 선하지 않은 것을 하겠는가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는 「衛風」의 雄雉라는 詩인데 공자가 인용하여 子路를 찬미하신 것이다.

-雄雉는 『詩經』 「邶風(패풍)」에 나오는 시이다. 邶가 衛에 복속되었으므로「衛風」이라고 한 것이다.

雄雉於飛(웅치우비): 장끼 날아오르며

泄泄其羽(설설기우): 푸드덕푸드덕 날개 치는 소리.

我之懷矣(아지회의): 나의 그리움

自詒伊阻(자이이조): 스스로 불러온 걱정거리.

 -詒(이): 보내다. 속일 태 -阻(조): 걱정하다, 사이가 멀다, 험하다.

   雄雉於飛(웅치어비): 장끼 날아

下上其音(하상기음): 오르락내리락 그 소리

展矣君子(전의군자): 참된 군자는

實勞我心(실로아심): 내 마음만 안타깝게 하네요.

-展(전): 참되다, 진실되다, 가지런하다.

   瞻彼日月(첨피일월): 저 해와 달을 보면

悠悠我思(유유아사): 아득해지는 내 생각,

道之雲遠(도지운원): 길이 머니

曷雲能來(갈운능래): 어찌 올 수 있을까요?

 -雲은 어조사이다.

   百爾君子(백이군자): 여러 군자님들

不知德行(부지덕행): 德行을 어찌 알지 못할까?

不忮不求(불기불구): 해치지 않고 탐하지 않으니

何用不臧(하용부장): 어찌 착하지 않다고 할까요?


*呂氏曰 貧與富交 强者必忮 弱者必求.

呂氏가 말했다.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이 사귀면 강한 자는 반드시 해치고, 약한 사람은 반드시 탐한다.”

-子路는 가난하여 부유한 사람과 함께 서 있어도 부끄럽게 생각하지도 않고, 부유한 사람을 해치지도 않으며, 탐내지도 않으니, 도를 할만한 자질은 갖추었다는 뜻이다.


子路終身誦之 子曰 “是道也 何足以臧?”

子路가 평생 외우려 하자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이 방법이 어찌 충분히 착할 것인가?”


*終身誦之 則自喜其能, 而不復求進於道矣, 故夫子復言此以警之.

평생 외운다면 스스로 그 능력을 기뻐하여 다시 道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 것이므로, 夫子께서 다시 이를 말씀하셔서 경계하신 것이다.


*謝氏曰:“恥惡衣惡食 學者之大病 善心不存 蓋由於此. 子路之志如此 其過人遠矣. 然以衆人而能此 則可以爲善矣, 子路之賢 宜不止此. 而終身誦之 則非所以進於日新也 故激而進之.”

謝氏가 말했다. “나쁜 옷과 나쁜 음식을 부끄럽게 여김은 배우는 사람의 큰 병폐이니, 착한 마음이 보존되지 못함이 대개 여기에서 비롯된다. 子路의 뜻이 이와 같으니 그가 사람들보다 나음이 멀다. 그러나 보통 사람으로서 이렇게 할 수 있다면 선하다고 할 수 있지만, 子路의 어짊으로 마땅히 여기에서 멈추면 안 된다. 평생토록 외우려 한다면 이는 날로 새로움에 나아감이 아니므로 격동시켜 나아가게 하신 것이다.”

-남을 해치지 않고 남의 것을 탐내지 않는 것에만 그친다면, 그것은 소극적인 방법이니 충분할 수 없다. 道를 이루고 그것을 펼쳐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여야 한다.


27. 子曰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凋)也.”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안다.”


*范氏曰 “小人之在治世 或與君子無異. 惟臨利害‧遇事變, 然後君子之所守可見也.”

范氏가 말했다. “小人이 다스려지는 세상에 있으면 君子와 차이가 없기도 하다. 오직 利害에 맞닥뜨리고 事變을 만난 뒤에야 군자가 도리를 지킴을 알 수 있다.”


*謝氏曰 “士窮見節義 世亂識忠臣. 欲學者必周於德.”

謝氏가 말했다. “선비가 궁하면 절의를 볼 수 있고, 세상이 어지러우면 충신을 알 수 있으니, 배우는 자들은 반드시 德에 완전해지고자 한다.”


28. 子曰 “知者不惑 仁者不憂 勇者不懼.”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지혜로운 사람은 의혹되지 않고,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으며, 용맹한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사리가 분명하니 헷갈리지 않는다. 어진 사람은 사욕이 없으니 근심하지 않는다. 용기 있는 자는 옳고 그름을 생각할 뿐 危害(위해)를 생각하지 않으니 두려워하지 않는다.


*明足以燭理 故不惑, 理足以勝私 故不憂, 氣足以配道義 故不懼. 此學之序也.

지혜의 밝음이 충분히 이치를 밝힐 수 있으므로 의혹되지 않고, 도리가 충분히 사욕을 이기므로 근심하지 않고, 용기가 충분히 道義에 합하므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는 학문의 차례이다.


29. 子曰 “可與共學 未可與適道. 可與適道 未可與立. 可與立 未可與權.”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함께 배울 수 있다고 하여 함께 도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함께 도에 가도 함께 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함께 설 수 있다고 해도 함께 권도를 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可與立 未可與權(가여립 미가여권): 立이란 道에 이르러 흔들림이 없는 것이며, 權(권)이란 저울의 추이니 일의 경중을 따져 상황에 맞게 행하는 것을 말한다.


*可與者 言其可與共爲此事也.

함께 한다는 것은 더불어 이 일을 할 만함을 말한다.


*程子曰 “可與共學 知所以求之也. 可與適道 知所往也. 可與立者 篤志固執而不變也. 權 稱錘也 所以稱物而知輕重者也. 可與權 謂能權輕重 使合義也.”

程子(伊川)께서 말씀하셨다. “함께 배운다는 것은 구할 바를 아는 것이다. 함께 道에 간다는 것은 나아갈 바를 아는 것이다. 함께 설 만하다는 것은 뜻이 독실하고 굳게 잡아 변하지 않는 것이다. 權이란 저울추를 말하는데 물건을 저울질하여 가볍고 무거운 것을 아는 것이다. 함께 권도를 행함은 가볍고 무거운 것을 저울질하여 義에 합하게 하는 것이다.

-稱(칭): 여기서는 저울을 말함. -權(권): 저울, 저울추, 저울질.


*楊氏曰 “知爲己 則可與共學矣. 學足以明善 然後可與適道. 信道篤 然後可與立. 知時措之宜 然後可與權.”

楊氏가 말했다. “자기를 위한 학문을 알면 함께 배울 수 있다. 배움이 善을 밝히는 데 충분한 뒤에야 함께 道에 나아갈 수 있다. 道에 대한 믿음이 돈독한 뒤에야 함께 설 수 있다. 때에 맞게 조처할 줄 안 뒤에야 함께 권도를 행할 수 있다.”

-知爲己(지위기): 「學而篇」 第6章의 해설 참조.


*洪氏曰 “易九卦 終於巽以行權. 權者 聖人之大用. 未能立而言權 猶人未能立而欲行 鮮不仆矣.”

洪氏가 말했다. “『周易』의 아홉 궤에서 ‘巽을 권도로 행한다.’에서 마쳤으니, 權이란 聖人의 큰 씀이다. 능히 서지 못하고서 權을 말함은 사람이 서지 못하고서 걸으려 하는 것과 같으니 쓰러지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

-仆(부): 엎드리다, 뒤집어지다. 죽다.


*程子曰 “漢儒以反經合道爲權 故有權變權術之論 皆非也. 權只是經也 自漢以下 無人識權字.”

程子(伊川)께서 말씀하셨다. “漢나라 선비들은 經道(常道)에 반하여 道에 합치하는 것을 權으로 하였으므로 權變과 權術의 말이 있었으니 다 잘못이다. 權은 다만 經道일 뿐이니, 漢나라 이후로 權이라는 글자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愚按 先儒誤以此章連下文“偏其反而”爲一章. 故有反經合道之說. 程子非之 是矣. 然以孟子“嫂溺援之以手之.”義推之, 則權與經亦當有辨.

내가 살펴보건대, 앞선 선비들이 잘못하여 이 章을 아래의 “偏其反而”에 연결시켜서 한 章으로 삼았다. 그러므로 反經合道의 말이 있게 되었다. 程子께서 아니라고 하신 것이 옳다. 그러나 『孟子』에 “제수가 물에 빠졌을 때 손으로 구원해준다”는 뜻으로 미루어 보아 權道와 經道 또한 마땅히 분별해야 할 것이다.

-權道란 저울질하는 것처럼 무엇이 더 무겁고 가벼운가를 살펴 더 무거운(중요한) 것을 취하는 것이다. 제수의 손을 잡지 않는 것은 넘보거나 의도적으로 신체 접촉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목숨을 살리는 것에 비하면 아주 가벼운 일이다. 그러므로 제수의 손을 잡아 구원하는 것은 권도에 부합하는 것이다.


30. 唐棣之華 偏其反而 豈不爾思 室是遠而

산앵도나무 꽃이 바람에 한들거리네. 어찌 너를 생각하지 않으랴만 집이 멀구나.

-唐棣(당체): 郁李(욱리)라고도 하며 산앵도나무이다.

-偏(편): 펄럭이다.


*唐棣 郁李也. 偏 晉書作翩. 然則反亦當與翻同 言華之搖動也. 而 語助也. 此逸詩也 於六義屬興. 上兩句無意義 但以起下兩句之辭耳. 其所謂爾 亦不知其何所指也.

唐棣는 산앵도나무이다. 偏는 『晉書』에는 翩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反도 또한 翻(번)과 같아야 한다. 꽃이 나부끼는 것을 말한다. 而는 어조사이다. 이는 누락된 詩인데 六義의 興에 속하는 것이다. 위의 두 句는 뜻이 없고 다만 아래 두 句를 일으키는 말일 뿐이다. 이른 바 爾도 가리키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翻(번): 날다. 뒤집다. -翩(편) 빨리 날다. 나부끼다. 펄럭이다.


•子曰 “未之思也 夫何遠之有?”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생각하지 않는 것이지, 어찌 멂이 있으리오.”

-간절히 생각한다면 멀다는 핑계는 하지 않는다.


*夫子借其言而反之 蓋前篇仁遠乎哉之意.

夫子께서 이 말을 빌려 반대로 말씀하신 것이니, 앞 篇의 “仁遠乎哉”의 뜻이다.

-前篇(전편): 述而篇 第29章


*程子曰 “聖人未嘗言易以驕人之志 亦未嘗言難以阻人之進. 但曰 ‘未之思也 夫何遠之有?’ 此言極有涵蓄, 意思深遠.”

程子(伊川)께서 말씀하셨다. “聖人께서는 일찍이 쉬움을 말씀하셔서 사람의 뜻을 교만하게 하지 않으셨고, 일찍이 어려움을 말씀하셔서 사람들이 나아감을 막지 않으셨다. 다만 생각하지 않는 것이지 어찌 멂이 있을 것인가라고 하셨으니, 이 말이 지극한 것을 함축하고 있어 뜻이 깊고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