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야기 ■/논 어

論語集註 子路篇 4, 5, 6, 7, 8

서원365 2016. 12. 28. 19:50

4. 樊遲請學稼, 子曰 “吾不如老農.” 請學爲圃, 曰 “吾不如老圃.”

樊遲가 농사짓는 법을 배울 것을 청하자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늙은 농부만 못하다.”

채소를 가꾸는 것을 배울 것을 청하자

“나는 채소 가꾸는 늙은 사람만 못하다.”

-稼(가)는 곡식 농사, 圃(포)는 채소 농사


*種五穀曰稼, 種蔬菜曰圃.

五穀을 심는 것을 稼(가)라고 하고, 채소를 심는 것을 圃(포)라고 한다.


•樊遲出 子曰 “小人哉. 樊須也.”

번지가 나가자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소인이로다. 번지여.”


*小人 謂細民, 孟子所謂小人之事者也.

小人이란 細民을 이르니, 孟子께서 말씀하신 小人의 일이란 것이다.

-細民(세민): 서민 또는 일반 백성을 말한다.


•“上好禮 則民莫敢不敬, 上好義 則民莫敢不服, 上好信 則民莫敢不用情, 夫如是 則四方之民 襁負其子而至矣 焉用稼.”

“위에서 예를 좋아하면 백성이 감히 공경하지 아니함이 없고, 위에서 의를 좋아하면 백성이 감히 복종하지 아니함이 없으며, 위에서 信義를 좋아하면 백성이 감히 사실대로 하지 않는 이가 없다. 이와 같이 한다면 사방의 백성이 아이를 포대기에 싸 업고 올 것이니 어찌 농사짓는 것을 쓸 필요가 있을 것인가?”

-情(정): 實情(실정), 즉 거짓이 없음이다.

-襁(강): 포대기.


*禮義信 大人之事也. 好義 則事合宜. 情 誠實也. 敬服用情 蓋各以其類而應也. 襁 織縷爲之 以約小兒於背者.

禮와 義와 信은 大人의 일이다. 義 를 좋아하면 일이 마땅함에 합치된다. 情은 誠實이다. 공경하고 복종하고 사실대로 씀은 각각 그 부류에 따라 응하는 것이다. 襁(강)은 실로 짜서 만들어 어린 아이를 등에 묶는 것이다.


*楊氏曰 “樊須遊聖人之門 而問稼圃 志則陋矣 辭而闢之可也, 待其出而後言其非 何也. 蓋於其問也 自謂農圃之不如 則拒之者至矣. 須之學疑不及此 而不能問. 不能以三隅反矣. 故不復 及其旣出, 則懼其終不喻也 求老農老圃而學焉 則其失愈遠矣. 故復言之 使知前所言者意有在也.”

楊氏가 말했다. “樊須가 聖人의 門에서 있으면, 농사와 채소에 대해 물으니 뜻이 비루하니, 말씀하셔서 물리치심이 좋을 것인데 그가 나가는 것을 기다려 그 잘못을 말씀하신 것은 어째서인가? 그가 묻자 스스로 농부나 채소전을 가꾸는 사람보다 못하다고 하셨으니, 거절한 것이 지극한 것이다. 須(=樊遲)의 학문이 이것에 미치지 못하여 물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는 한 귀퉁이를 일러줌에 세 귀퉁이를 반증하지 못한 것이다. 고로 다시 말씀하시지 않고 이미 나감에 미쳐서는 마침내 깨닫지 못하고 늙은 농부와 채소전 가꾸는 늙은이를 찾아서 배운다면 그 잘못됨이 더욱 멀어질까 두려우셨다. 그래서 다시 말씀하셔서 앞에서 말씀하신 것이 뜻이 다른 데 있음을 알게 하신 것이다.

-闢(벽): 열다, 물리치다, 멀리하다.

-三隅反(삼우반): 「述而篇」第8章에 보인다.

-공자가 윗사람이 모범을 보임을 강조한 것은 좋다. 그러나 농사짓는 것을 물은 樊遲(번지)를 소인이라고 한 것은 후세에 좋지 못한 영향을 주게 된다. 사대부가 농사나 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막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선비가 꼭 도덕과 정치로만 백성들에게 기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백성들의 삶을 풍족하게 하는 것 역시 선비로서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5. 子曰 “誦詩三百 授之以政不達, 使(시)於四方 不能專對 雖多 亦奚以爲?”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시 삼백 편을 외워도, 정사를 받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방에 사신으로 가 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비록 많이 외워도 또한 무엇에 쓸 것인가?”

-使於四方(시어사방): 使는 사신 갈 시.

-공자 역시 공허한 학문을 좋아하지 않았다. 實(실)을 추구하였다. 그 목표는 인격도야와 올바른 정치였다.


*專 獨也. 詩本人情 該物理 可以驗風俗之盛衰 見政治之得失. 其言溫厚和平 長於風諭. 故誦之者 必達於政而能言也.

專은 홀로이다. 시는 사람의 감정에 근본하며, 사물의 이치를 갖추고 있고 풍속의 盛衰를 경험할 수 있으며, 정치의 잘잘못을 볼 수 있다. 그 말은 온후하고 화평하며 풍자에서 깨우침이 뛰어나다. 그러므로 그것을 외우는 사람은 반드시 政事에 통달하여 말에 능한 것이다.


*程子曰 窮經將以致用也. 世之誦詩者 果能從政而專對乎. 然則其所學者 章句之末耳 此學者之大患也.

程子께서 말씀하셨다. “經을 궁구함은 실제로 사용함에 이르려는 것이다. 시를 외우는 세상 사람들이 과연 政事에 종사할 수 있고 홀로 처리할 수 있는가? 그러면 그 배우는 것이 문자의 지엽적인 것일 뿐이니, 이는 배우는 사람의 큰 문제이다.”


6. 子曰 “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자기가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행하고, 자기가 바르지 않으면 비록 명령하더라도 따르지 않는다.”


7. 子曰 “魯衛之政 兄弟也.”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魯와 衛의 정치가 형제지간이다.”


*魯 周公之後, 衛 康叔之後 本兄弟之國, 而是時衰亂 政亦相似, 故孔子歎之.

魯나라는 周公의 후손이고, 衛나라는 康叔의 후손이니 본래 형제의 나라인데, 그 때에 쇠약하고 어지러워져 政事 또한 비슷하므로 孔子께서 탄식하신 것이다.


8. 子謂衛公子荊. “善居室. 始有 曰‘苟合矣.’ 少有 曰 ‘苟完矣.’ 富有 曰‘苟美矣.’”

孔子께서 衛나라 孔子인 荊(형)에 대해 말했다.

“집에 거처하기를 잘하였다. 처음에는 가재도구를 갖추었을 때는 ‘그런대로 모아졌다.’고 하였고, 좀 갖추었을 때는 ‘그런대로 갖추었다.’고 하였으며, 많이 갖추었을 때는 ‘그런대로 아름답다.’고 하였다.”

-苟(구): 그런대로, 대충. 이 말은 쓴 것은 荊이 재산과 같은 물질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았음을 나타낸 것이다.


*公子荊 衛大夫. 苟 聊且粗略之意. 合 聚也. 完 備也. 言其循序而有節, 不以欲速盡美累其心.

公子 荊은 衛나라 大夫이다. 苟는 그런대로 대략이라는 뜻이다. 合은 모음이다. 完은 갖춤이다. 차례를 따라서 절도가 있고, 빨리 하고자 하여 극진히 아름답게 하려함으로써 마음을 얽어매지 않았음을 말씀하신 것이다.

-聊(료): 애오라지, 부족하나마 그런 대로. 기울다. 의지하다. 멋대로.


*楊氏曰 “務爲全美 則累物而驕吝之心生. 公子荊皆曰苟而已, 則不以外物爲心, 其欲易足故也.”

楊氏가 말했다. “완전히 아름답게 하는 데 힘쓰면 사물에 얽매여 교만하고 인색한 마음이 생긴다. 公子 荊은 다 ‘그런대로’라고만 했을 뿐이니, 그렇다면 외물로써 마음을 삼지 않아서 그 욕망이 충족되기 쉬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