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야기 ■/논 어

論語集註 憲問篇 1, 2, 3, 4, 5, 6

서원365 2016. 12. 29. 19:55

◎ 憲問 第十四

*胡氏曰“此篇疑原憲所記.” 凡四十七章.

胡氏가 말했다. “이 篇은 原憲(=原思)이 기록한 것 같다.” 모두 47章이다.


1. 憲問恥 子曰 “邦有道 穀 邦無道 穀 恥也.”

憲(=原思)가 수치스러움에 대해 물었다.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나라에 도가 있음에도 祿(록)만 먹는 것, 나라에 도가 없음에도 綠을 먹는 것이 수치스러운 것이다.”

-穀(곡): 綠을 말함.


*憲 原思名. 穀 祿也. 邦有道不能有爲, 邦無道不能獨善 而但知食祿 皆可恥也. 憲之狷介, 其於邦無道穀之可恥 固知之矣, 至於邦有道穀之可恥, 則未必知也. 故夫子因其問而幷言之, 以廣其志 使知所以自勉, 而進於有爲也.

憲은 原思의 이름이다. 穀은 녹봉이다. 나라에 道가 있는데도 훌륭한 일을 하지 못하고, 나라에 道가 없는데도 홀로 善함을 지키지 못하며, 다만 綠봉만 먹을 줄 아는 것은 다 부끄럽다. 原憲의 狷介로 나라에 道가 없을 때 녹봉을 받는 것이 수치스럽다는 것은 참으로 알고 있었으나, 나라에 道가 있을 때의 녹봉이 수치가 된다는 것에 이르러서는 반드시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夫子께서 그 질문을 계기로 아울러 말씀해주셔서, 그 뜻을 넓히고 스스로 힘쓸 것을 알아 훌륭한 일을 하는 데 나아가게 하신 것이다.

-狷介(견개): 견은 지조를 지켜 옳지 않은 것은 하지 않는 고집스러움, 개는 옳고 그름을 분별하여 옳지 않은 것을 취하지 않는 것. 原思가 청렴결백했기 때문에 狷介라고 하였다.

-나라에 道가 있을 때 祿(록)만 축내는 것, 나라에 道가 없음에도 祿(록)을 받아먹는 것 모두 부끄러운 일이라는 말이다. 道가 있다는 것은 일할 여건이 갖추어져 있다는 말이니 근면함과 창의성을 발휘하여 백성들을 편안하고 부유하게 해야 한다. 道가 없다는 말은 일할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음이니, 道를 세우는데 전념하든지 아니면 자리를 버리고 나와야 한다.


2. “克伐怨欲 不行焉 可以爲仁矣?”

“이기려하고 자랑하고 원망하고 욕심내는 것을 하지 않으면 仁이 될 수 있습니까?”

-伐(벌): 자랑하다.


*此亦原憲以其所能而問也. 克 好勝. 伐 自矜. 怨 忿恨. 欲 貪欲.

이 역시 原憲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으로써 질문한 것이다. 克은 이김을 좋아함이다. 伐은 스스로 자랑함이다. 怨은 분노하고 원망함이다. 欲은 탐욕이다.


•子曰 “可以爲難矣 仁則吾不知也.”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어려운 것이 될 수는 있지만 仁인지는 나는 모르겠다.”


*有是四者而能制之 使不得行 可謂難矣. 仁則天理渾然 自無四者之累 不行不足以言之也.

이 네 가지가 있는데도 제어할 수 있어서 행해지지 않게 함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仁은 天理가 渾然하여 저절로 네 가지의 얽매임이 없으니 행해지 않음을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程子曰 “人而無克伐怨欲 惟仁者能之. 有之而能制其情使不行 斯亦難能也 謂之仁則未也. 此聖人開示之深, 惜乎憲之不能再問也. 或曰 ‘四者不行 固不得爲仁矣, 然亦豈非所謂克己之事 求仁之方乎?’ 曰 ‘克去己私以復乎禮 則私欲不留 而天理之本然者得矣. 若但制而不行 則是未有拔去病根之意, 而容其潛藏隱伏於胸中也. 豈克己求仁之謂哉? 學者察於二者之間 則其所以求仁之功, 益親切而無滲漏矣.’”

程子(伊川)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克伐怨欲가 없는 것은 오직 仁者만이 할 수 있다. 있는데 그 감정을 제어하여 행하지 않게 하는 것, 이 또한 하기 어렵지만 仁이라 할 수는 없다. 이를 聖人께서 깊이 열어 보여주셨는데 아쉽도다, 憲이 다시 물을 수 없었음이여. 어떤 사람이 말했다. ‘네 가지를 행하지 않는 것으로는 仁이 될 수 없지만, 또한 이른 바 자기 욕심을 이기는 일이나 仁을 구하는 방법이 어찌 아닐 것인가?’ (내가) 말했다. ‘자신의 사사로움을 이겨서 禮로 돌아간다면 私欲이 남아 있지 않으니 天理의 본연을 얻은 것이다. 만약 다만 제어하여 행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병의 뿌리를 뽑아버린다는 뜻이 아니니, 마음 속에 잠겨 감추고 은밀히 엎드려 있는 것을 용납하는 것이다. 어찌 자기를 이기고 仁은 구한다고 할 수 있는가? 배우는 사람은 두 가지 사이를 관찰하면 仁을 구하는 공부가 더욱 가깝고 절실히여 빠뜨림이 없을 것이다.’”

-滲(삼): 스며들다, 배어들다, 새다.

-이기려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으며 욕심내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그에게 私가 없다는 뜻이다. 만약 이런 것을 억제하여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하지 않게 된다면 仁의 바탕을 모두 갖춘 것이다. 여기에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저절로 나온다면 仁者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我相이 사라진 것이며, 이에 자비심을 갖춘 것이다.


3. 子曰 “士而懷居 不足以爲士矣.”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선비가 편안함을 생각한다면 선비가 될 수 없다.”

-居(거): 편안하다.


*居 謂意所便安處也.

居는 뜻이 편안한 곳을 이른다.


4. 子曰 “邦有道 危言危行, 邦無道 危行言孫.”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나라에 도가 있을 때는 말을 높게 하고 행실을 높게 하되, 나라에 도가 없을 때는 행실을 높게 하고 말은 공손하게 한다.”

-危言危行(위언위행): 危는 높다는 뜻.


*危 高峻也. 孫 卑順也.

危는 높음이다. 孫은 낮추고 순함이다.


*尹氏曰 “君子之持身不可變也 至於言則有時而不敢盡 以避禍也. 然則爲國者使士言孫, 豈不殆哉?”

尹氏가 말했다. “君子의 몸가짐은 바뀔 수 없지만, 말에 이르면 때에 따라서 감히 다하지 못하며, 화를 피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나라를 경영하는 사람이 선비로 하여금 말을 공손하게 만들면 어찌 위태롭지 않겠는가?”


5. 子曰 “有德者 必有言, 有言者 不必有德. 仁者 必有勇, 勇者 不必有仁.”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훌륭한 말이 있지만, 훌륭한 말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진 사람은 반드시 용기가 있지만, 용기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어진 것은 아니다.”


*有德者 和順積中 英華發外. 能言者 或便佞口給而已. 仁者 心無私累 見義必爲. 勇者, 或血氣之强而已.

德이 있는 사람은 和順함이 마음에 쌓여 영화로움이 밖으로 발산된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간혹 말재주만 있어 입만 잘 놀릴 뿐이다. 仁者는 마음에 사적인 얽매임이 없어서 義를 보면 반드시 한다. 용기 있는 자는 혹 혈기만 강할 뿐이다.


*尹氏曰 “有德者必有言, 徒能言者未必有德也. 仁者志必勇, 徒能勇者未必有仁也.”

尹氏가 말했다. “德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훌륭한 말이 있지만, 다만 말을 잘하는 사람은 반드시 적이 있지는 않다. 仁者는 반드시 용기가 있지만, 다만 용기가 있는 사람은 반드시 仁이 있지는 않다.”


6. 南宮适 問於孔子曰 “羿 善射 奡 盪舟 俱不得其死. 然 禹稷 躬稼而有天下.” 夫子不答 南宮适 出. 子曰 “君子哉 若人, 尙德哉 若人.”

南宮适(남궁괄)이 공자께 물었다.

“羿(예)는 활을 잘 쏘고, 奡(오)는 배를 끌고 다닐 정도로 힘이 셌지만 모두 제대로 죽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禹(우)와 稷(직)은 몸소 농사를 지었지만 천하를 얻었습니다.”

夫子께서 대답하시지 않자 남궁괄이 나갔다.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로다 이 사람이여, 덕을 높이도다. 이 사람이여.”

-盪舟(탕주): 盪(탕)은 움직이다. 끌다. 육지에서 배를 끌고 다님.


*南宮适 卽南容也. 羿 有窮之君 善射 滅夏后相而篡其位. 其臣寒浞又殺羿而代之. 奡 春秋傳作澆, 浞之子也. 力能陸地行舟 後爲夏后少康所誅. 禹平水土暨稷播種, 身親稼穡之事. 禹受舜禪而有天下, 稷之後至周武王亦有天下. 适之意蓋以羿奡比當世之有權力者, 而以禹稷比孔子也. 故孔子不答. 然适之言如此, 可謂君子之人, 而有尙德之心矣, 不可以不與, 故俟其出而贊美之.

南宮适은 곧 南容이다. 羿는 有窮의 군주인데, 활을 잘 쏘았으며 夏后 相을 죽이고 자리를 찬탈했다. 그의 신화 寒浞(한착)이 또 羿를 죽이고 대를 이었다. 奡(오)는 『春秋左傳』에는 澆(요)로 되어있는데, 浞의 아들이다. 힘이 능히 육지에서 배를 끌 정도였는데, 나중에 夏后 小康에게 죽었다. 禹는 水土를 다스리고 稷과 더불어 씨앗을 뿌리고 친히 농사짓는 일을 했다. 禹는 舜임금으로부터 禪位받아 천하를 소유했고, 稷의 후손은 周 武王에 이르러 또한 천하를 소유했다. 适의 의도는 羿와 奡를 당시의 권력자에 비유하고, 禹와 稷을 孔子에 비유하려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孔子께서 답을 하시지 않으셨다. 그러나 适의 말이 이와 같으니 군자라고 이를 만하였으니, 德을 숭상하는 마음이 있어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으므로 그가 나가는 것을 기다려 찬미하신 것이다.

-暨(기): 더불어 -穡(색): 거두다, 농사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