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야기 ■/논 어

論語集註 憲問篇 39, 40, 41, 42, 43

서원365 2017. 1. 1. 20:26

39. 子曰 “賢者 辟世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賢者(현자)는 세상을 피하고,


*天下無道而隱, 若伯夷太公是也.

天下에 道가 없으면 은둔하는 것이니, 伯夷와 太公 같은 사람이 이것이다.


•其次 辟地

그 다음은 지방을 피하고,


*去亂國 適治邦.

어지러운 나라를 떠나 다스려지는 나라로 간다.


•其次 辟色

그 다음은 안색을 보고 피하고,


*禮貌衰而去.

(군주가) 禮를 지키는 모습이 쇠퇴하면 떠난다.


•其次 辟言.”

그 다음은 말을 듣고 피한다.”


*有違言而後去也.

말을 어김이 있은 뒤에 떠난다.


*程子曰 “四者雖以大小次第言之, 然非有優劣也, 所遇不同耳.”

程子(明道)께서 말씀하셨다. “네 가지는 비록 대소의 차례로써 말한 것이지만, 우열이 있는 것은 아니며, 만난 것이 같지 않을 뿐이다.”


40. 子曰 “作者七人矣.”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일어서 떠난 사람이 일곱이다.”

-作者(작자): 作은 일어서는 것. 즉, 벼슬자리에서 털고 일어나 떠나는 것.


*李氏曰 “作 起也. 言起而隱去者 今七人矣. 不可知其誰何. 必求其人以實之, 則鑿矣.”

李氏(郁)이 말했다. “作은 일어섬이다. 일어서 은둔하러 떠난 사람이 지금 7명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들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그 사람들을 찾아서 채우려 한다면 穿鑿이다.”


41. 子路宿於石文, 晨門曰 “奚自?” 子路曰 “自孔氏.” 曰 “是知其不可而爲之者與?”

子路가 石文이라는 곳에서 숙박을 하려는데 晨門(신문)이 말했다.

“어디에서 옵니까?”

子路가 말했다.

“공자의 문하에서 왔습니다.”

“이 사람은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하는 사람인가?”

-晨門(신문): 새벽에 문을 열어주는 사람. 晨門 뿐만 아니라 당시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위와 같이 생각했을 것이다.


*石門 地名. 晨門 掌晨啓門, 蓋賢人隱於抱關者也. 自 從也, 問其何所從來也.

石門은 지명이다. 晨門은 새벽에 문을 열어주는 것을 담당하는데, 賢人이 관문을 지키는 일에 숨어 있는 사람일 것이다. 自는 부터이니, 어디로부터 오는가를 물은 것이다.


*胡氏曰 “晨門知世之不可而不爲 故以是譏孔子. 然不知聖人之視天下 無不可爲之時也.”

胡氏가 말했다. 晨門은 세상이 불가함을 알고 하지 않았으므로 이로써 孔子를 조롱한 것이다. 그러나 聖人께서 천하를 보는 것이 불가한 때가 없음을 알지 못했다.“


42. 子擊磬於衛 有荷蕢而過公氏之門者曰 “有心哉 擊磬乎.”

공자께서 衛(위)에서 경쇠를 두드리니, 삼태기를 쓰고 孔氏의 문을 지나가던 사람이 말했다.

“마음이 있구나. 경쇠를 두드림이여.”


*磬 樂器. 荷 擔也. 蕢 草器也. 此荷蕢者 亦隱士也. 聖人之心未嘗忘天下 此人聞其磬聲而知之 則亦非常人矣.

磬(경)은 樂器이다. 荷(하)는 짊어짐이다. 蕢(궤)는 풀로 만든 그릇이다.(삼태미) 이 삼태미를 진 사람도 또흔 은둔한 선비이다. 聖人의 마음이 일찍이 천하를 아직 잊지 않으셨으니, 이 사람이 경쇠 소리를 듣고 알았으니, 그렇다면 보통 사람은 아니다.


•旣而 曰 “鄙哉. 硜硜乎. 莫己知也 斯已而已矣. 深則厲 淺則揭.”

다 지나가서 말했다.

“비루하다. 너무 확고하구나. 자기를 알아주지 않으면 그만 둘 뿐이다. 깊으면 벗고 건너고, 얕으면 걷고 건너는 법이다.”

-硜硜乎(경경호): 단단하고 확고한 모양

-深則厲 淺則揭(심즉려, 천즉게): 뒤의 揭와 맞추어 본다면, 앞의 厲는 겉옷을 벗어 들고 속옷만 입고 건넌다는 뜻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揭는 옷자락을 걷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匏有苦葉 시의 일부이며, 본래는 禮을 버리고 함부로 행동하는 것을 풍자한 것이지만, 여기서는 오히려 세상에 맞추어 행동하라는 뜻으로 썼다.

-匏有苦葉

匏有苦葉 濟有深涉(포유고엽 제유심섭): 표주박에 마른 잎이 있구나, 건널 물은 깊거나 얕으니

深則厲 淺則揭(심즉려 천즉게): 깊으면 옷을 벗고 가고 얕으면 걷고 건너리.

*衛 宣公과 夷姜의 음란함을 풍자한 시이다. 표주박에 마른 잎이 있다면 먹을 수 없고 아직은 잎이 붙어 있어서 물 건너는 데도 쓸 수 없음을 말한다. 예도 안 갖추고 때도 아닌데 장가든 것을 비난한 것이다.

有瀰濟盈 有鷕雉鳴(유미제영 유요치명): 건널 곳이 넘쳐 출렁이는데 까투리우는 소리

濟盈不濡軌 雉鳴求其牡(제영불유궤 치명구기모): 물결 출렁거려도 바퀴는 젖지 않고 까투리 울며 짝을 찾네.

*瀰(미): 물이 넓다. 鷕(요): 울다 濡(유) 적시다. 牡(모): 수컷. 물이 차면 당연히 바퀴는 젖기 마련이지만 젖지 않는다고 하면서 짝을 찾는 것은 예를 어기고 거짓말로 변명함을 말한다.

雝雝鳴雁 旭日始旦(옹옹명안 욱일시단): 해 돋는 아침 끼룩끼룩 우는 기러기

士如歸妻 迨冰未泮(사여귀처 태빙미반): 총각들 장가들려면 얼음 녹기 전에 와야 하리.

*雝雝(옹옹): 기러기 우는 소리. 迨(태): 미치다. 泮(반): 물가, 녹다. 처를 데려감은 얼음이 녹을 때 하고, 納采를 하고 기일을 청하는 것은 얼음이 녹기 전에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것은 절차가 禮에 맞게 함을 말한다.

招招舟子 人涉卬否(초초주자 인섭앙부): 손짓하여 부르는 뱃사공, 남들은 건너가도 나는 안가네.

人涉卬否 卬須我友(인섭앙부 앙수아우): 남들이 가도 나는 안 가는 것은 내 님을 기다리기 때문.

*卬(앙): 나

*硜硜 石聲 亦專確之意. 以衣涉水曰厲, 攝衣涉水曰揭. 此兩句, 衛風匏有苦葉之詩也. 譏孔子人不知己而不止, 不能適淺深之宜.

硜硜(경경)은 돌 소리인데, 또한 온전히 확신한다는 뜻이다. 옷을 입고 건너는 것을 厲(려)라고 하고, 옷을 걷는 것은 건너는 것을 揭라고 한다. 이 두 구절은 『詩經』「衛風」 匏有苦葉의 詩이다. 孔子께서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데도 멈추지 않으셔서 얕고 깊음의 마땅함에 적응하지 못하심을 조롱한 것이다.

-涉(섭): 물을 건너다.


•子曰 “果哉. 末之難矣.”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과감하구나. 어려움이 없겠다.”

-末(말) : 無의 뜻.

-세상의 일을 잊는데 과감하다는 뜻. 공자의 생각은 하는 데까지 해봐야 한다는 것.


*果哉 歎其果於忘世也. 末 無也. 聖人心同天地 視天下猶一家 中國猶一人 不能一日忘也. 故聞荷蕢之言 而歎其果於忘世. 且言人之出處 若但如此, 則亦無所難矣.

果哉는 세상을 잊는데 과감함을 탄식하신 것이다. 末은 없음이다. 聖人이 마음을 천지와 같이 하여 천하를 보기를 집안같이 하시고 中國을 한 사람 같이 하여, 하루도 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삼태미를 메고 가는 사람의 말을 들으시고 세상을 잊는데 과감함을 탄식하신 것이다. 또 사람이 거

처를 떠남을 다만 이와 같이 한다면 또한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43. 子張曰 “書云 ‘高宗諒陰(암) 三年不言.’ 何謂也?”

子張(자장)이 말했다.

“『書經』에 말하기를 高宗이 諒陰(양암)에서 삼년을 말하지 않았다고 하니 무슨 말입니까?”


*高宗 商王武丁也. 諒陰 天子居喪之名 未詳其義.

高宗은 商나라 왕인 武丁이다. 諒陰은 천자가 喪을 지내는 이름인데 그 뜻이 자세하지 않다.


•子曰 “何必高宗? 古之人 皆然, 君薨 百官總己 以聽於冢宰三年.”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하필 고종뿐일까? 옛 사람들은 다 그러했으니, 군주가 죽으면 백관들은 모두 자기 직책을 총괄하여 冢宰(총재)의 명령을 삼년 간 들었다.”

-冢宰(총재) : 가장 높은 지위의 신하

-이렇게 한 것은 새 군주가 삼년상을 충실히 지내게 하기 위함이었다.


*言君薨 則諸侯亦然. 總己, 謂總攝己職. 冢宰 太宰也. 百官聽於冢宰 故君得以三年不言也.

‘군주가 죽으면’이라고 한 것은 諸侯도 그렇다는 것이다. 總己는 자기 직책을 총괄함을 이른다. 冢宰는 太宰이다. 백관이 冢宰에게 듣기 때문에 군주는 삼년 동안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다.


*胡氏曰 “位有貴賤 而生於父母無以異者. 故三年之喪, 自天子達. 子張非疑此也, 殆以爲人君三年不言, 則臣下無所稟令, 禍亂或由以起也. 孔子告以聽於冢宰, 則禍亂非所憂矣.”

胡氏가 말했다. “지위에는 귀천이 있으나 부모에게서 태어남을 다름이 없다. 그러므로 三年喪은 천자로부터 다 통하는 것이다. 子張이 이것을 의심한 것이 아니고 人君이 삼년 동안 말을 하지 않으면 신하가 명령을 받을 수 없어서 禍亂이 혹 이로 말미암아 일어날까봐 의심한 것이다. 孔子께서 冢宰에게서 듣는다고 말씀해주셨으니 그러면 禍亂을 걱정할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