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야기 ■/논 어

論語集註 憲問篇 44, 45, 46, 47

서원365 2017. 1. 1. 20:48

44. 子曰 “上好禮則民易使也.”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위에서 예를 좋아하면 백성들을 부리기 쉽다.”


*謝氏曰 “禮達而分定 故民易使.”

謝氏가 말했다. “禮가 통달되어 분수가 정해지므로 백성을 부리기가 쉽다.”

-禮가 사회에 확립된다는 것은 신분질서와 직분이 확실해진다는 말이다. 위로 왕과 제후로부터 卿, 大夫, 士, 民 등이 각자의 위치가 확실해지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되면 백성을 부리기가 쉬워진다. 이는 앞서 나온 君君 臣臣 父父 子子와도 통하는 말이다.


45. 子路問君子 子曰 “修己以敬.” 曰 “如斯而已乎?” 曰 “修己而安人.” 曰 “如斯而已乎?”曰 “修己而安百姓, 修己而安百姓 堯舜 其猶病諸.”

子路(자로)가 군자에 대해 묻자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敬(경)으로써 자기를 닦는다.”

“이와 같을 뿐입니까?”

“자기를 닦아 남을 편안하게 한다.”

“이와 같을 뿐입니까?”

“자기를 닦아 백성을 편안하게 한다. 자기를 닦아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요임금과 순임금도 오히려 부족하게 여겼다.”

-修己而安人(수기이안인)과 修己而安百姓(수기이안백성): 人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을 말하며, 백성은 그 나라에 있는 모든 사람을 말한다. 修己에서 출발하여 安百姓으로 마친다.


*修己以敬 夫子之言至矣盡矣, 而子路少之, 故再以其充積之盛, 自然及物者告之, 無他道也. 人者 對己而言. 百姓 則盡乎人矣. 堯舜猶病 言不可以有加於此, 以抑子路 使反求諸近也. 蓋聖人之心無窮 世雖極治 然豈能必知四海之內 果無一物不得其所哉? 故堯舜猶以安百姓爲病 若曰吾治已足 則非所以爲聖人矣.

“敬으로써 자기를 닦는다.”는 夫子의 말씀이 지극함을 다한 것인데, 子路는 사소하게 여겼으므로, 확충되고 쌓임이 성하여 자연히 남에게 미치게 되는 것을 다시 말씀해주셨으니, 다른 道는 없다. 人이란 나에게 상대해서 말한 것이고, 백성은 모든 사람이다. “堯舜도 오히려 부족하다고 여겼다.”는 이에 더할 것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니, 子路를 억제해서 가까운 곳에서 찾게 하신 것이다. 聖人의 마음이 무궁하고 다스려짐이 지극하더라도 四海의 안에 제자리를 얻을 수 있는 물건이 하나도 없으리라고 어찌 반드시 알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堯舜도 오히려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에 부족하다고 여겼으니, 내 다스림이 이미 충분하다고 말한다면 聖人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程子曰 “君子修己以安百姓 篤恭而天下平, 唯上下一於恭敬 則天地自位, 萬物自育 氣無不和, 而四靈畢至矣. 此體信達順之道, 聰明睿知皆由是出, 以此事天饗帝.”

程子(伊川)께서 말씀하셨다. “君子가 자기를 수양하고 백성을 편안케 하고 공경을 독실히 하여 천하가 화평해지니, 오직 上下가 한결같이 공경하면 천지가 스스로 자리를 잡고 만물이 저절로 자라고, 氣가 조화를 이루지 않음이 없으며 四靈이 다 이를 것이다. 이는 信을 체득하고 순리에 도달하는 방법이니 총명과 예지가 다 이로부터 나오며, 이로써 하늘을 섬기고 上帝에 제사지내는 것이다.”

-四靈(사령): 네 가지 신령스런 동물. 龍鳳龜麟을 말하며, 태평성대가 되면 나타난다고 한다.


46. 原壤 夷俟 子曰 “幼而不孫弟 長而無述焉 老而不死 是爲賊 以杖叩其脛.”

原壤(원양)이 걸터앉아서 기다리고 있자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어려서 공손하지 않고, 커서 적을 만한 것이 없고, 늙어서 죽지 않는 것이 도적이 된다.”

하고는 지팡이로 그의 다리를 툭툭 쳤다.

-原壤(원양): 공자의 친구라고 한다. 공자와는 추구하는 길이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夷俟(이사): 걸터앉아 기다림. 그것이 예의가 없는 태도임을 나타냄.

-孫弟(손제): 遜悌(손제)

-述(술): 칭찬할 만한 것. 無述이란 말할 만한 것이 없다는 뜻.

-老而不死(노이불사): 오래 살아서 죽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보탬은 없고, 오히려 세상에 해악을 주면서 오래 사는 것을 말한다.


*原壤 孔子之故人 母死而歌 蓋老氏之流, 自放於禮法之外者. 夷 蹲踞也. 俟 待也. 言見孔子來而蹲踞以待之也. 述 猶稱也. 賊者 害人之名. 以其自幼至長 無一善狀, 而久生於世 徒足以敗常亂俗, 則是賊而已矣. 脛 足骨也. 孔子旣責之 而因以所曳之杖, 微擊其脛, 若使勿蹲踞然.

原壤은 孔子의 친구인데, 어머니가 죽자 노래했으니 老氏의 무리로서, 禮法의 밖에서 스스로 방탕한 사람이다. 夷는 걸터앉음이다. 俟는 기다림이다. 孔子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도 걸터앉아서 기다렸다는 말이다. 述은 칭찬함이다. 賊은 남을 해치는 것의 명칭이다. 어릴 때부터 나이 들어서까지 하나도 선한 모습이 없고 세상에 오래 살아서 다만 인륜을 무너뜨리고 풍속을 어지럽히기만 하니, 그렇다면 이는 도적일 뿐이다. 脛(경)은 다리뼈이다. 孔子께서 이미 책망하시고, 이어 끄시던 지팡이로 그의 정강이를 가볍게 치시니 걸터앉지 말게 하려는 것 같이 하신 것이다.

-蹲(준): 웅크리다, 쪼그려 앉다. -踞(거): 쪼그려 앉다, 걸터앉다, 거만하다.

-늙어서 죽지도 않는다고 한 것을 보면 둘 다 나이가 들었을 때의 일이다. 原壤과 孔子는 가는 길이 달랐으니, 禮를 소중히 여겼던 孔子와 인위적인 제도가 오히려 사회를 어지럽힌다고 본 老子流의 原壤이 만났으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당연하다. 孔子는 原壤이 나이 들어서도 적을 만한 것이 없다고 했지만, 그런 말을 들은 原壤은 속으로 우스웠을 것이다.


47. 闕黨童子將命 或 問之曰 “益者與?”

闕黨(궐당)의 아이가 명령을 전하자 어떤 사람이 물었다.

“학문이 발전이 있는 사람입니까?”

-童子라고 한 것은 관례를 치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黨은 행정단위의 이름이다.


*闕黨 黨名. 童子 未冠者之稱. 將命 謂傳賓主之言. 或人疑此童子學有進益 故孔子使之傳命以寵異之也.

闕黨은 행정 단위의 이름이다. 童子는 冠禮를 하지 않은 사람의 호칭이다. 將命은 손님과 주인의 말을 전함을 이른다. 어떤 사람이 이 童子가 배움에 진보함이 있어서 孔子께서 심부름을 전하게 하여 남달리 총애하신 것인가 하고 의심한 것이다.


•子曰 “吾見其居於位也 見其與先生並行也, 非求益者也 欲速成者也.”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그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으며, 선생과 나란히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학문의 발전을 바라는 사람이 아니라 빨리 이루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吾見其居於位也(오견기거어위야): 배우는 사람은 한 가운데 앉으면 무례한 것이다. 뒤의 並行也이라 한 것도 무례함을 말한 것이다. 뒤따르는 것이 예의이다. 공자가 동자에게 심부름을 시키므로, 그것을 본 사람이 그 동자가 학문이 진전이 있어서 심부름을 시킨 것인가 하고 의아하게 여겨 물은 것이다.


*禮 童子當隅坐隨行. 孔子言吾見此童子 不循此禮, 非能求益, 但欲速成爾. 故使之給使令之役 觀長少之序, 習揖遜之容, 蓋所以抑而教之, 非寵而異之也.

禮에 童子는 마땅히 귀퉁이에 앉고 뒤따라가야 한다. 孔子께서 이 童子를 보시니, 이 禮를 따르지 않았으니, 다만 빨리 이루고자 할 뿐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使令의 일을 시켜 어른과 어린이의 질서를 보고 사양하고 공손한 태도를 익히게 한 것이지, 그를 억제하여 가르치신 것이요 총애하여 특별히 대우하신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