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야기 ■/논 어

論語集註 衛靈公 7, 8, 9, 10

서원365 2017. 1. 2. 20:12

7. 子曰 “可與言而不與之言 失人, 不可與言而與之言 失言, 知者不失人 亦不失言.”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함께 말할 만한데도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게 되고, 함께 말할 만하지 않은데도 말하면 말을 잃는 것이니, 지혜로운 사람은 사람을 잃지도 않지만 말을 잃지도 않는다.”

-可與言(가여언): 더불어 말할 만하다. 말한 만 하다는 것은 그 말이 상대에게 영향을 주어 바꿀 수 있다는 뜻. 대화를 통해 상대를 바꿀 수 있는데도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을 바꿀 기회를 잃는 것이므로 사람을 잃는 것이다. 반대로 아무리 말해도 통하지 않을 사람을 잡고 자꾸 말하면 말만 쓸데없는 것이 된다.


8. 子曰 “志士仁人 無求生以害仁 有殺身以成仁.”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뜻이 있는 선비와 어진 사람은 생명을 구해 인을 해침이 없고, 몸을 죽여 인을 이룸은 있다.”


*志士 有志之士. 仁人 則成德之人也. 理當死而求生 則於其心有不安矣, 是害其心之德也. 當死而死, 則心安而德全矣.

志士는 뜻이 있는 선비이다. 仁人은 德을 이룬 사람이다. 도리 상 마땅히 죽어야 하는데 생명을 구한다면 그 마음이 불안함이 있는 것이며, 이는 마음의 德을 해치는 것이다. 마땅히 죽어야 할 때 죽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덕이 온전하다.


*程子曰 “實理得之於心自別, 實理者 實見得是 實見得非也. 古人有捐軀隕命者 若不實見得 惡能如此? 須是實見得生不重於義 生不安於死也. 故有殺身以成仁者, 只是成就一箇是而已.”

程子(伊川)께서 말씀하셨다. “참된 이치를 마음에 얻으면 스스로 분명해지니, 참다운 이치란 옳음을 참으로 보고 그름을 참으로 보는 것이다. 옛사람 중에는 몸을 버리고 목숨을 던지는 자도 있었으니, 참으로 알지 못했다면 어찌 이와 같이 할 수 있겠는가? 모름지기 참으로 안다면 생명이 義보다 무겁지 않고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불안하니, 그러므로 자신을 죽여 仁을 이루는 경우가 있는 것이니, 단지 하나의 옳음을 성취할 뿐이다.”

-隕(운): 떨어지다, 죽다. -捐(연): 버리다.


9. 子貢 問爲仁 子曰 “工欲先其事 必先利其器. 居是邦也 事其大夫之賢者 友其士之仁者.”

자공이 仁을 행함을 묻자,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工人(공인)이 일을 잘하려면 먼저 그 도구를 날카롭게 한다. 나라에 있음에 어진 대부를 섬기고, 어진 선비를 벗으로 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본의 아니게 不仁(불인)한 일에 어쩔 수 없이 자꾸 얽히게 된다.


*賢以事言 仁以德言. 夫子嘗謂子貢悅不若己者. 故以是告之 欲其有所嚴憚切磋以成其德也.

賢明함은 일로써 말하였고, 仁은 德으로써 말하였다. 夫子께서 일찍이 子貢을 자기만 못한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셨다. 그러므로 이렇게 말씀해주셔서 그가 엄하게 삼가고 切磋하는 바가 있어서 그 德을 이루게 하려 하신 것이다.


*程子曰 “子貢問爲仁 非問仁也. 故孔子告之以爲仁之資而已.”

程子(伊川)께서 말씀하셨다. “子貢이 仁을 행함을 물었고, 仁은 물은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孔子께서 仁을 하는 자료로써 말씀해주신 것이다.”


10. 顔淵 問爲邦

顔淵(안연)이 나라를 다스리는 것에 대해 묻자,


*顏子王佐之才 故問治天下之道. 曰爲邦者, 謙辭.

顔子는 王을 보좌할 수 있는 인재이므로 천하를 다스리는 방법을 물었어야 하는데, 나라를 다스린다고 말한 것은 겸손한 말이다.

-邦은 제후의 나라이다.


•子曰 “行夏之時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夏(하)나라의 책력을 쓰고,


*夏時 謂以斗柄初昏建寅之月爲歲首也. 天開於子, 地闢於丑, 人生於寅, 故斗柄建此三辰之月, 皆可以爲歲首 而三代迭用之. 夏以寅爲人正, 商以丑爲地正, 周以子爲天正也. 然時以作事 則歲月自當以人爲紀. 故孔子嘗曰, “吾得夏時焉” 而說者以爲謂夏小正之屬. 蓋取其時之正與其令之善, 而於此又以告顏子也.

夏時란 북두성의 자루가 막 어두울 때에 寅方을 가리키는 달로 첫달로 삼는 것이다. 하늘은 子會에서 열렸고, 땅은 丑會에서 열렸고 사람은 寅會에서 생겨났으므로 북두성 자루가 이 세 방위를 가리키는 달은 다 첫달로 삼을 수 있는데 삼대는 차례로 썼다. 夏나라는 寅月로써 人正을 하였으며, 商나라는 丑月로써 地正을 하였고, 周나라는 子月로써 天正을 하였다. 그런데 때에 맞추어 농사일을 하니 해와 달은 마땅히 人正으로써 벼리를 삼아야 한다. 그러므로 일찍이 孔子께서 “나는 夏나라의 때를 얻었다.”고 하셨는데, 해설하는 사람이 『夏小正』의 종류라고 하였으니, 그 철의 바름과 그 령(절후)의 좋음을 취한 것이며, 이에 대해 또 顔子에게 말씀해주신 것이다.

-子는 天, 丑은 地, 寅은 人이다. 북두성 자루가 막 어두워질 무렵에 寅方을 가리킬 때를 정월로 하는 것을 人正이라고 한다. 地正과 天正도 이와 같이 생각하면 된다.

-『夏小正』은 「大戴禮」의 篇名이다.

-夏之時(하지시): 북두성의 자루가 날이 어두울 때 寅方(인방)을 가리키는 달로써 歲首(세수)로 삼는다. 하늘은 子會에서 땅은 丑會에서, 인물은 寅會에서 생겨났으므로, 이 세 가지를 다 쓸 수 있다. 夏는 寅月을, 殷은 丑月을, 周는 子月을 사용하였으나, 철에 따라 농사를 지으므로 마땅히 寅月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乘殷之輅

殷(은)나라의 수레를 타며,


*商輅 木輅也. 輅者 大車之名. 古者以木爲車而已, 至商而有輅之名, 蓋始異其制也. 周人飾以金玉 則過侈而易敗, 不若商輅之樸素渾堅而等威已辨, 爲質而得其中也.

商輅(상로)는 나무 수레이다. 輅란 큰 수레의 이름이다. 옛날에는 나무로써 수레를 만들었을 뿐인데, 商에 이르러 輅라는 이름이 있었으니, 그 만들기를 달리 했을 것이다. 周나라 사람은 金玉으로 장식했는데 너무 사치스럽고 쉽게 부셔져, 商輅가 소박하고 견고하며 신분의 위엄이 분별되니, 질박하면서도 중정을 얻음만 못하다.

-殷之輅(은지로): 은의 수레는 나무로 만들어서 질박하였으나 튼튼하였다. 또한 신분의 분별도 되었다. 周의 수레는 금옥으로 단장하여 사치하면서도 잘 부셔졌으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服周之冕

周나라의 면류관을 쓰며


*周冕有五, 祭服之冠也. 冠上有覆, 前後有旒. 黃帝以來, 蓋已有之, 而制度儀等, 至周始備. 然其爲物小 而加於衆體之上, 故雖華而不爲靡, 雖費而不及奢. 夫子取之, 蓋亦以爲文而得其中也.

周나라 면류관은 다섯 가지인데, 祭服에 딸린 冠이다. 冠 위에 덮개가 있고 앞뒤에 술이 있다. 黃帝 이래로 이미 있었을 것이지만, 제도와 의식의 등급이 周나라에 이르러 비로소 갖추어졌다. 그러나 물건은 작으나 몸 위에 얹는 것이므로 비록 화려하나 낭비가 아니며, 비록 비용이 들어도 사치가 아니다. 夫子께서 취하셨으니 또한 격식이 문체나면서도 중정을 얻었다고 여기셨을 것이다.

-旒(류): 깃발, 수술. 冠 앞뒤에 주옥으로 꿰어 단 술. -靡(미): 쓰러지다, 사치하다, 낭비하다.


•樂則韶舞.

樂은 韶舞(소무)로 한다.


*取其盡善盡美

그 선함을 다하고 아름다움을 다함을 취한 것이다.


•放鄭聲 遠佞人 鄭聲淫 佞人殆.”

鄭(정)나라 음악을 추방하고 말만 잘하는 사람을 멀리한다. 정나라 음악은 음란하고, 말 잘하는 사람은 위태롭다.”

-佞人殆(영인태): 말을 잘하는 사람은 듣는 이로 하여금, 그 말에 현혹되어 바른 판단을 못하게 한다. 그러므로 위태롭다.


*放 謂禁絕之. 鄭聲 鄭國之音. 佞人 卑諂辯給之人. 殆 危也.

放은 금하고 끊음을 이른다. 鄭聲은 鄭나라의 음악이다, 佞人은 몸을 낮추고 아첨하여 말을 잘하는 사람이다. 殆는 위태로움이다.


*程子曰 “問政多矣 唯顏淵告之以此. 蓋三代之制 皆因時損益, 及其久也 不能無弊. 周衰 聖人不作 故孔子斟酌先王之禮, 立萬世常行之道, 發此以爲之兆爾. 由是求之, 則餘皆可考也.”

程子(伊川)께서 말씀하셨다. “政事를 물은 것은 많으나, 오직 顔淵에게만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三代의 제도는 다 때에 따라 덜고 더하였지만, 오래 되어서는 폐단이 없지 못하였다. 周나라가 쇠퇴하자 聖人이 나오지 못하였으므로 孔子께서 선왕의 禮를 짐작하여 만세에 늘 시행할 수 있는 道를 세우려고 이 말씀을 하셔서 기준으로 삼으셨다. 이로부터 구하면 나머지는 다 고찰할 수 있다.”


*張子曰 “禮樂 治之法也. 放鄭聲, 遠佞人, 法外意也. 一日不謹, 則法壞矣. 虞夏君臣更相飭戒, 意蓋如此.”又曰 “法立而能守 則德可久 業可大. 鄭聲佞人 能使人喪其所守 故放遠之.”

張子께서 말씀하셨다. “禮樂은 다스리는 法이다. 鄭나라 음악을 추방하고 말만 잘하는 사람을 멀리함은 법 밖의 뜻이다. 하루를 삼가지 않으면 法이 무너진다. 虞(堯)와 夏(舜)나라 군신이 돌아가면서 경계한 것은 뜻이 이와 같다.” 또 말씀하셨다. “법이 서고 능히 지키면 德이 오래 가고, 업적은 클 것이다. 정나라 음악과 말만 잘하는 사람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 지킬 것은 상실하게 하므로 추방하고 멀리한다.”

-飭(칙): 경계하다.

-法外意(범외의): 이런 것은 법으로 제정하여 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尹氏曰 “此所謂百王不易之大法. 孔子之作春秋 蓋此意也. 孔顏雖不得行之於時, 然其爲治之法, 可得而見矣.”

尹氏가 말했다. “이것은 이른 바 모든 왕이 바꾸지 못할 큰 법이다. 孔子께서 春秋를 지으신 것이 이런 뜻이다. 孔子와 顔子가 실행할 때를 얻지 못했지만 정치하는 법은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