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야기 ■/책이야기

오베라는 남자

서원365 2018. 12. 2. 21:03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베크만/최민우

다산북스(2005, 경기도)

 

고집스럽고, 무뚝뚝하며, 옳은 것은 실제로 옳게 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 오베. ‘빌어먹을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는 오베. 시시콜콜한 것도 원칙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오베. 무엇이든 꾸밈없이 직설적으로 말하는 오베. 삶 전체가 색상이 없이 흑백으로만 되어 있는 오베. 옳고 그름을 기준을 정하여 맞지 않는 사람은 모두 빌어먹을 개자식이라고 하는 오베. 말을 실천하는 사람과 실천하지 않는 사람으로 사람을 나누는 오베. 실용적인 것만 추구하는 오베. 무엇이든 잘 수리하는 오베. 인터넷은 싫어하는 오베. 자기 아버지를 몹시 좋아했던 오베.


이런 오베가 사랑했던 여자는 소냐였다. 상대방 말이 맘에 안들면 그냥 침묵으로 바라보는 소냐. 책을 좋아하는 소냐. 학교에서도 포기했던 아이들에게 읽는 것을 가르쳐주고 세익스피어를 읽어준 소냐. 맘에 들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것은 순응하면서 받아들이는 소냐를 오베는 사랑했다. 소냐는 오베에게 유일한 색깔이었다.


소냐가 죽자 오베는 더욱 삭막해졌다. 그리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소냐 곁으로 가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거의 시도는 번번히 실패했다. 목을 맨 끈이 끊어지는 바람에. 임신한 이웃 파르바네와 남편 패트릭이 사다리를 빌리려 오는 바람에. 자동차 배기가스를 호스로 자동차 안으로 연결시켜 자살하려 했지만, 파르바네가 다친 남편 병원에 가야한다며 사정없이 차고 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선로에 떨어져 죽으려다가 선로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 영웅이 되기도 했다. 라이플로 자살하려 했지만 아드리안과 동성애자 미르사드가 잘 곳이 없다면 잠자리를 청하는 바람에.


그러는 동안 아드리안 애인의 자전거를 고쳐주기도 하고, 카페의 환풍기를 고쳐주기도 했다. 이웃집 라디에이터를 고쳐주기도 하였다. 파르바네 운전 연습을 시켜주기도 했다. 누워있는 루네를 요양원으로 보내지 않으려는 루네의 아내의 뜻에 따라 이웃과 협조하여 결국 관리들이 요양원으로 루네를 데려가는 것을 포기하게 하기도 했다. 그리고 차츰 삭막한 오베의 가슴에 훈풍이 불게 된다. 오베는 파르바네 아이들이 오베를 그리거나 오베네 집을 그린 그림을 냉장고에 붙여 놓았다. 파르바네의 딸의 생일에 최고급 아이패드를 선물하기도 한다. 파르바네 아이들을 위해 조그만 수영장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오베가 이웃집 도둑을 물리치려다가 다쳤다. 그러자 만삭이 된 파르바네와 목발을 한 패트릭이 오베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파르바네는 오베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라고 병원에 적어냈다. 파르바네는 조금도 오베의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하였다. 퇴원할 때도 둘이는 오베를 부축하여 오베네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 뒤 오베는 마을 사람들 집에 고장난 것을 고쳐주면서 살았다. 오베는 죽으면서 우리 돈 13억 정도의 유산을 남겼다. 그리고 유서에 장례를 조촐하게 치르고, 자동차는 아드리안에게 주고, 파르바네의 자녀들이 성장하면 백만 크로나씩(12천만원) 줄 것이며, 나머지는 파르바네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오베의 장례식에는 300명이 넘는 조문객이 모였고, 소냐 기금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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