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정영목
해냄(2007.서울)
[줄거리]
전국적으로 투표가 진행되었다.
수도에서도 역시 투표가 진행되었다. 비가 무척 많이 내렸다. 사람들은 거의 투표장에 오지 않았다. 선거관리원들은 투표율에 초조해하면서 가족과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하여 투표에 참가하게 하기 위해 애를 썼다. 투표하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늦은 오후가 되자 약속이나 한 듯이 사람들이 투표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각 정당은 이런 현상에 대해 각각 해석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개표 결과는 우익정당 13%, 중도정당 9%, 좌익정당 2.5%, 나머지는 모두 백지투표였다. 또 다시 수도에서만 투표를 실시하였다. 이번에는 우익정당 8%, 중도정당 8%, 좌익정당 1%, 나머지는 백지투표였다.
총리를 비롯한 정부는 이런 백지투표가 정부 전복 기도라고 보고 조사에 들어갔다. 두 그룹으로 나누어 대면조사와 거짓말 탐지기를 이용한 조사를 벌였지만, 아무 것도 얻은 것은 없었다.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였으나 시민들은 자기가 백지투표자라며 고백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정부는 수도를 이전하고 군대와 경찰을 철수하는 것으로 응수하였다. 곧 도시내에 각종 범죄가 일어나고 무질서해지면 정부를 필요로 할 것이라는 계산이었지만, 시민들은 조용히 스스로 청소를 하였고, 범죄도 늘지 않았다. 무력감을 느낀 정부는 지하역에 폭발물을 설치해서 겁으로 주려다가 대형 폭발이 일어나, 34명이 사망하였다. 정부는 백돌이(백지투표자)의 소행이라고 선전하였지만, 시민들은 역앞에 이 사건을 기념하는 추모묘지를 세웠다. 이 와중에 시장은 사임하였다. 시민들은 대규모 시위를 벌여 대통령 근처까지 갔다가 30분간 조용히 대통령궁을 바라보고는 해산하였다.
불안은 느낀 중도•우익 지지자들은 밤에 집단으로 도시탈출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표를 의식한 국방부 장관의 의견 때문에 결국 집으로 돌아가라는 설득을 하여 돌아갔다. 만약 집을 비우면 백돌이들이 비어있는 집에 어떤 범행을 저지를지 모른다면서 설득하였다. 집으로 돌아온 중도•우익 지지자들을 기다린 것은 짐을 날라주는 등 백지투표자들의 친절이었다. 이에 불쾌해진 정부는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중에 “시민들은 이제 비로소 눈을 떴다.”고 하면서 법무부 장관이 사임하였고 이어 문화부 장관은 자신도 백지투표자라면서 사임했다.
대통령은 총리와 설전 뒤에 백지투표가 4년전에 있었던 시민들 전체가 눈먼 사람이 된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전단지를 살포하면서 경각심을 고취시키려 시도하였다. 그런 뒤 편지 한 장을 받게 되었다. 4년전에 시민들이 눈이 멀었을 때 눈이 멀지 않은 여자(안과 의사 부인)가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내무부장관은 경정, 경감, 경사 이렇게 세 사람을 도시로 몰래 보내 편지와 관련된 사람을 조사하게 하였다. 그러나 경정은 의사부인이 백지투표와 관련 없음을 알게 되었고, 의사부인이 결백하다고 보고하였다. 내무부장관은 의사부인의 소행으로 결론내리는 음모를 계속 추진했다. 경정은 사건 수사에서 쫓겨났지만 의사부인이 위험한 것을 알고 피신하라고 하고, 그 동안 있었던 사실을 친정부 신문이 아닌 신문사에 알려주었다. 신문사에서는 계엄중 검열을 피하기 위해 기사 끝에 경정이 전해준 내용을 실었다.
신문은 곧 시민들에게 알려졌고, 놀란 정부는 급히 신문을 회수했지만, 복사된 기사는 빠르게 시민들에게 전파되었다. 그러나 경정은 결국 몰래 보낸 요원에 의해 총격을 당해죽었고, 의사부인도 역시 저격당해 죽었다.
**이 책은 『눈먼 자들의 도시』의 후속작이다. 권력자는 국민들이 눈을 뜨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자기들을 지지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투표에는 참가하되, 정치에 관심을 줄이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역사상 스스로 자기 권력을 줄이고, 국민들에게 언로를 열어준 권력자는 거의 찾기 어렵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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