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야기 ■/책이야기

종의 기원

서원365 2021. 1. 24. 17:41

찰스 다윈/장대익

사이언스북스(서울 2019 1판1쇄)

지구 상에 생명체들이 언제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으며, 어떻게 하여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처럼 다양해졌을까? 이 물음에 대해 옛날에는 그저 상상으로 답하였다. 그리고 그 답은 종종 신화 형태로 전승되곤 하였다. 어떤 지역에는 신이나 또는 신에 버금가는 거인의 몸에서 모든 생명체들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어떤 지역에는 신이 세상과 만물을 창조했다는 신화가 전해온다. 이 두 이야기는 서로 다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한 가지 측면에서는 공통된다. , 만물은 처음 생겨날 때부터 그 상태로 있었다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 구약의 창세기 신화의 절대적인 지배를 받았다. 창세기에 따르면 6천 년 전쯤에 창조의 신인 야훼신이 만물을 종류별로 창조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다 종류별로 창조하였으므로, 지금 우리가 보는 생명체는 창조 당시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생명 창조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유럽은 상당히 오랫동안 성경의 권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성경과 다른 주장을 하면,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유럽 사회는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근대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성경의 권력을 차츰 거부하기 시작했고, 그리하여 유럽은 서서히 발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떤 책이나 사상을 절대적으로 옳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그런 주장은 사람들의 자유로운 생각을 막아버리고 올바른 판단을 마비시킨다. 성경은 유럽에서 그런 역할을 했으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다윈 이전에도 성경과 다른 생각을 하는 학자들이 있었을 것이다. 다윈과 동시대 사람인 윌리스도 다윈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생명체들이 생겨났거나 창조되었거나 간에 처음 그 상태로 대물림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다윈은 그 당시까지의 사상들과 전혀 다른 주장을 하게 된다. “생명체들은 변이될 수 있으며, 변이된 형질은 다음 세대로 대물림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의 핵심이다. 지금 이 글을 보면 너무나 당연한 주장 같지만, 그때까지 사회를 지배하던 생각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런 주장을 다윈 혁명이라고 부른다. 변이가 계속 일어나고 대물림되다보면 전혀 새로운 종()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종이 처음부터 있었고 그것이 그대로 이어져 온다는 생각은 붕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윈의 이러한 주장은 인간을 특별한 존재가 아닌, 동물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존재로 만든다. 왜냐하면 인간도 변이를 거듭하면서 다른 동물로부터 생겨난 새로운 종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다윈의 주장은 인간만이 구원받을 수 있다는 주장을 무력화시킨다.

다윈의 학설은 이미 옛 학설이 되었고, 생물학은 다윈 때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발전해있다. 다윈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실상 인간은 가변성을 만들어낼 수 없다. 인간은 단지 무심코 유기체를 새로운 환경 조건에 노출시킬 뿐이고, 그 유기 조직에 작용해 변이를 유발하는 것은 자연이 하는 일이다.” 지금은 학자들이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기존의 생명체를 개조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것에 도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의 생명체를 이용하지 않고도 실험실에서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함에도 다윈은 매우 획기적인 인물이며,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그에 반대해서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참신하고 아름다운 일인가? 생각으로만 그치지 않고 수없는 관찰과 실험을 통해 자기 주장을 입증하려 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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