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절과 교육■/자녀교육

아이의 기를 살린다

서원365 2006. 8. 25. 19:56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이 기가 죽을까봐 굉징히 신경을 쓰는 것 같다. 그래서 옷이나 소지품을 남부럽지 않게 해주고, 함부로 꾸짖지도 않는다.

물론 기가 살아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가 살아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당당하게 대하는 것과 어려움 앞에서 패기를 잃지 않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몇가지 이야기를 적고자 한다.

 

내가 본 어떤 학교에는 자폐증 환자가 있었다. 얼굴이 예쁜 여학생인데 혼자 중얼중얼하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욕을 하고 그런다. 어떤 때는 집에 가다말고 한 장소에서 누군지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듯한 행동을 하는데 물론 상대는 없다.

그런데 이 여학생의 여동생이 역시 같은 학교에 다녔다. 그런데 참으로 기이한 것은 자기 언니가 그렇게 행동하면 창피할텐데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보거나 말거나 언니라고 부르고 다른 사람이 물으면 '우리 언니'하고 대답한다.

부모는 초등학교를 나왔다고 들었다. 부유하지도 않다. 그런데 결코 기죽어 행동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기를 살려준다는 것은 외면적 조건을 통하여 우쭐함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면적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본다. 외면적 조건을 바탕으로 기를 살려주려고 하는 것은 외면적 조건이 사라지면 결국 기가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서울에 처가가 있다. 그래서 간혹 기차로 서울까지 가게 되는데 열차 안 복도에서 아이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소란스런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그런데 부모가 분명히 근처에 있을 것인데도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다. 혹 누군가 조용히 하라고 타이르면 근처에 있던 그 부모들이 대단히 못마땅한 눈을 하고 아이를 데리고 간다. 심지어 '아이들이 그럴 수도 있지, 그걸 가지고'하고 말하기도 한다. 아마도 자기 아이니까 기분도 나쁘고  그랬을 것이다. 뭐 이런 일은 엘리베이트나 다른 공공 장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기가 죽을까봐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일까?

 

그러나 이 것은 기 살리는 것과 아무 관계가 없다. 단지 버릇 없는 아이로 키우고 있을 뿐이다. 버릇 없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아이가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다.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구의 K대학교의 P교수가 이런 일을 보고는 그 부모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당신과 당신 애들 보니까 당신 애들 싹수가 노랗소. 기분 나쁘게 듣지 마시오. 생각해보시오. 중학교만 들어가도 하루에 최소 6교시까지는 조용히 앉아 있어야 하고 고등학교가 어떤지는 당신 더 잘 알지 않소? 그런데 당신 애들은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하고 또 부모도 그것을 가르치지 않으니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것은 뻔하니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