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절과 교육■/자녀교육

아룬 간디 이야기

서원365 2007. 2. 20. 16:09
 

아룬 간디는 마하트마 간디의 손자이다.

어느 날 아침 아룬의 아버지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아룬에게 집에서 15킬로미터 떨어진 사무실까지 차로 데려다 달라고 말했다. 사무실에 도착한 아버지는 아룬에게 말했다.

“얘야, 아무래도 차를 수리해야겠구나. 덜덜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는 걸. 차를 정비소에 맡긴 다음 수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늦어도 다섯 시에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너라.”

“네, 아버지 잘 알겠습니다.”

아룬은 덜덜거리는 차를 끌고 시내 외곽에 자리한 정미소로 향했다. 차를 고치는 동안 무엇을 할지, 아룬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그저 정미소에서 기다리는 일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그는 차를 정비사에게 넘긴 후 간이식당에서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하고는 돌아왔다. 그의 차는 정비소 옆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다. 정비사는 그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차를 다 고쳤어. 타고 가도 괜찮단다.”

아룬은 시계를 보았다. 이제 겨우 12시였다. 아직 다섯 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아룬은 왠지 모를 가벼운 흥분에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차를 몰아 시내로 들어갔다. 화려한 간판의 극장이 눈에 띄자 아룬은 곧바로 차를 세운 다음 영화표를 샀다. 두 편을 동시 상영하는 극장이었다. 그는 손목 시계를 쳐다 보았다.

‘동시 상영이라...... 한 편만 보고 사무실로 가도 충분하겠구나.’

하지만 아룬은 영화에 푹 빠진 나머지 두 편을 연속해서 보고 말았다. 마지막 자막이 올라갈 때가 되어서야 그는 화들짝 놀란 얼굴로 다시 시계를 보았다. 6시 5분이었다.

그가 아버지의 사무실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이미 주위에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석양을 받으며 사무실 밖에 혼자 서 있었다. 아룬은 허거지겁 차에서 내렸다.

“죄송해요. 아버지. 제가 많이 늦었죠?”

아버지의 얼굴에는 근심과 안도감이 동시에 교차하고 있었다.

“아들아, 네게 무슨 사고라도 생기지나 않았는지 무척 걱정했단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

아룬은 갑자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어휴, 어리석은 정비사들 때문에 이렇게 늦었어요. 그 사람들 고장 원인을 좀처럼 찾지 못하다가 겨우겨우 수리를 끝냈어요. 곧장 달려왔는데, 너무 늦었네요. 정말 죄송해요.”

아버지는 약간 의아한 표정이었다. 잠시 잠깐 그의 얼굴이 찌푸려졌으나 다시 침착함을 찾는 듯했다. 아버지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룬은 이 같은 아버지의 모습을 애써 외면하고 열심히 딴전을 피웠다.

“이제 덜덜거리는 소리르 나지 않을 거예요. 타세요. 아버지.”

아룬이 운전석에 올랐다. 그러나 아버지는 차에 타지 않은 채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초조해진 아룬은 차의 시동을 걸었다.

“타세요. 아버지, 어서 집에 가야죠.”

“아들아 차를 몰고 집으로 가거라. 나는 걸어가겠다.”

“네 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못들었느냐? 나는 집까지 걸어가련다.”

“아버지 왜 그러세요?”

“아들아 나는 지난 17년 동안 너를 올바르게 키우고자 노력했단다. 그런데 내가 너에게 신뢰를 심어주지 못했구나. 나는 아버지로서 자격이 없다. 어떻게 해야 더 훌륭한 아버지가 될 수 있는지 곰곰히 생각하면서 집까지 걸어가야겠다. 그리고 네가 거짓말 할 정도로 내가 나쁜 아버지였다면 부디 나를 용서해주기 바란다.”

아버지는 걷기 시작했다. 아룬은 천천히 차를 몰아 아버지를 뒤따르면서 걷기 시작했다. 아룬은 천천히 차를 몰아 아버지를 뒤따르면서 울먹였지만 아버지는 잠자코 고개를 저었다. 결국 두 사람은 거의 5시간이 지나 자정 무렵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한 아버지는 아무런 말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그 뒤 아룬은 어떤 사람에게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호아킴 데 포사다의 『마시멜로 이야기』에서(일부 생략)